건설회사 10년차 조언

고용부장관 작성일 17.07.23 10: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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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사에서 10년동안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부분에 대해 가감없이 써봐요.

건축과 토목과 전공자에게는 다소 김빠질 수 있는 얘기지만 현실적인 얘기만 적어볼테니 진로 결정할 때 참고하세요.

- 장점 -
1. 비교적 높은 연봉
다 직군에 비해 연봉이 나쁘지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대졸 초임은 대략 3800만원정도, 1군은 4천만원 넘고 심지어 5천만원 넘는 곳도 있습니다.
원청사에 가느냐 하도급으로 가느냐에 따라 연봉 및 복지는 당연히 틀려집니다.
15년차 과장 말호봉까지는 회사 망하지 않으면 짤릴 일이 없습니다만 차장 진급이 안되면 전문건설 소장이나 공사팀장으로 넘어가더군요.
아님 도급순위 낮은 회사로 이직을 하던지요


2. 딱히 돈 들어갈 일이 없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하다보니 돈 모으기는 좋습니다.
도심지 공사가 아니고 산간오지라면 더더욱 돈모으기 좋아요.

3. 일반 사무직보다는 자리를 비운다고 눈치를 안준다.
현장에 한번 나가면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롭다.
작업자랑 노가리를 까든 함바에서 라면을 먹든 괜찮다.


4. 아무리 뭣같은 상사라도 현장 끝나면 다시 만날 일이 적다.
내 위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소장 등 아무리 뭣같아도 보통 2년만 눈 딱 감으면 바이바이입니다.
현장이 많지 않은 회사는 만날 확률이 높겠지만 거의 드물어요.

5.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뿌듯합니다.
건축이든 토목이든 자기가 끝낸 완성물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특히 자식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어떻게 공사를 했고 마감을 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물론 대부분의 자식들은 크게 귀 기울여 듣지 않을 겁니다.

6. 역마살이 잔뜩한 사람에게는 딱입니다.
평균 2년 단위로 현장을 옮기는데 전국을 다 다녀볼 수 있습니다.
능력좋은 사람은 지역마다 현지처를 두기도 합니다.
각 지방별 음식이나 유명지 등을 다닐 수 있어서 좋기는 합니다.

자 그럼 단점
1. 연봉은 세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일용직만 못하다
새벽 6시 30분 출근, 퇴근은 불투명. 내업할 시간이 없어서 서류작업은 보통 오후 6시 이후에 가능.
평균적으로 공사팀은 저녁 9시 10시 퇴근이 기본이고 뭣같은 소장 만나면 퇴근할 때 눈치를 안볼 수 없습니다.
소장들이 집에 가봐야 반겨주는 이 없고 현장에서는 왕노릇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저녁 8시 넘어서까지 컴퓨터로 게임하는 소장들 많이 봤습니다.
건설현장에도 많은 파트가 있는데 공사팀이나 공무는 현장소장이 최고점입니다만 안전파트나 품질파트는 현장소장은 불가능하고 진급도 거의 과.차장이 끝입니다.

연봉은 정직과 본사계약직, 현장채용직 등 고용형태에 따라 많이 다른데 어디는 정직과 비정규직의 복지혜택이 차이가 없지만 어디는 비정규직의 연봉이 정직 신입사원 연봉을 상회할 수 없는 회사도 있습니다.
현채직은 가급적 피하시고 현채직 갈봐엔 눈을 낮춰서 중견건설사 정직으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2. 돈을 쓸 시간이 없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현장에만 있으니 딱히 돈 쓸 일이 없습니다.
이 얘기는 여자를 만날 시간도 없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결혼시기 놓치는 애들 많이 봤습니다.
여친이 생겨도 지방으로 발령나면 헤어지기 쉽상이죠.
그리고 맨날 대하는 사람들이 노가다꾼들이기에 외모에 신경을 잘 안쓰게 됩니다.
직사광선과 먼지에 시달린 피부는 쉽게 노화되고 때문에 건설쪽에 있는 사람들이 늙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기술자 및 관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건설사들이 허리띠 졸라매기로 직원들 배치를 적정하게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큰 아파트공사현장도 공사팀장 공사대리 주임 기사 정도로 구성됩니다.
문제는 그 인원으로 현장 관리가 어렵고 제대로 된 기술교육도 하지 않아 업체들과 마찰도 많습니다.
1군이든 어디든 이 부분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협력사도 예전과는 다른게 원청사 요청사항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를 해도 남지를 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건설현장 여기만 있냐라는 의식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안전쪽은 더 심하죠.

4. 떠돌이 생활은 인생에 치명적이다.
부모님 자주 뵐 수도 없도 예쁜 자식들 커가는 모습 눈에 담을 수 없고 와이프가 모든걸 감당해야 하는데 그럼 부분을 극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쉬는데 집에 갔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때면 우리 딸이 여지없이 말하기를 "아빠 회사 안가면 안돼? 이번에는 또 몇밤자고와? 두 밤만 자고 와~~"하며 울면서 떨어지지 않을 때는 정말 이 직업을 선택한게 후회됩니다.
더불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뵀는데 갑자기 늙으신 모습을 실감할 때면 더 자주 봬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직업이 이러니 가능할까요..


5. 자기계발 시간은 없고 45살이 되면 고비가 온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물론 기술사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무원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 힘들어요. 시간도 없고 몸도 피곤하고.
그리고 중요한건 나이 45살정도면 과장 말호봉인데 차장 진급 못하면 연봉상승도 없고 그대로 몇년간 눈치만 보며 살게 됩니다.
한계호봉을 넘으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신세가 되는거죠.
여기서 중요한건 맨날 보던게 노가다라 퇴직 후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해야 노가다인데 공사감독만 했지 기술은 없기 때문에 욕먹어가면서 바닥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전문건설사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생명이 그리 길지가 않습니다.

- 결어 -

개인적으로 지금 대학생이라면 기술을 배우시길 추천합니다.
절대 건설회사 오지 마세요.
떠돌이 생활은 정말 비추하고 싶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기술을 배우세요.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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