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님에 대한 추억

단양팔경짱짱 작성일 21.08.11 17:13:06 수정일 21.08.11 17: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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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대기업 L전자에 입사해서 서울우면동연구소의 기획부서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당시엔 산업체근무로 병역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면동연구소는 L전자의 핵심연구소에 걸맞게 국내 유명대학 인기과 출신들이 모였었죠.

 

이 연구원들이 공부만 하다와서인지,

연구외에 다른 업무에는 영 불편해 했습니다.

항상 입에달고 하는 얘기가,

"나는 인사고과 사내정치 이런데는 관심없고 연구개발만 하고싶다." 였습니다.

이말이 진심인게 정말 밤새며 연구개발하는데 불만인 사람이 별로 없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연구위원"이라는 혁신적인 직책을 만들었습니다.

즉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는 임원급 연구원제도 였지요.

이 연구위원에겐 프로젝트도 자기가 하고싶은 연구를 할 수있는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초대 연구위원으로 나도 잘아는 카이스트 출신의 김박사님을 임명했는데,

연구위원제도를 만든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첫번째 연구위원이 되어야 될 사람으로 

연구원들에겐 상사눈치나 사내정치, 인사고과에 신경안쓰고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는 실력있는 팀장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박사님이 연구위원이 된지 2년만에 10명의 모든팀원이 김박사를 떠나고,

혼자서 쓸쓸히 연구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에 전문대학 교수로 이직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내가 팀원이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비공식면담을 했지요.

 

그런데 이유가 정말 한결같았습니다. 김박사가 연구개발만 신경쓰지 자신들의 진급과 보너스에는 전혀

신경을 쓰질 않으니 계속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당시엔 일년중 5월에 진급심사가 있었고, 이 때 연구원들은 논문을 제출하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팀장들은 자기 팀원들을 위해 논문쓸 시간도 만들어주고,

상사들을 찾아가 팀원들의 승진급을 위해 로비를 했었죠. 

그런데 김박사님은 그런 승진급일정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쓰니, 

논문을 작성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웠고, 또 진급심사하는 사람들에게 로비를 전혀 안하니 섭섭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타부서와의 업무협업 때 쌍방간의 명확치않은 잘못에 대해 팀원들을 방어해주기는 커녕 

논리적인 시시비비만 따지니, 이사람 밑에서는 계속일하면 큰일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랍니다.

 

요즘 문재인 정권을 보면서 바로 그 김박사님이 생간나더라구요.

문대통령이나 그 보좌진들을 보면 명확한 윤리와 철학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희정 지사, 김경수 지사, 조국 장관건을 보고 있노라면,

어쩜 이렇게 자기사람들의 고난에 대해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한심해 보입니다.

이런 행동을 보이니 민주당 사람들도 공무원들도 문정권에 충성할 이유가 없는거죠.

 

수구세력도 슬쩍 문정권사람들을 건들여보니, 

역풍은 커녕 아무일 없다는 걸알고 안심하고 들쑤시는 거죠. 

 

현실적으로 윤리와 철학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건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이익은 없더라도 최소한 손해는 안보고 싶어합니다.

 

문정권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데, 고생만 하고 손해만 볼게 뻔하다면 

사명감만으로 충성을 하지는 않지요.

 

암튼 민주당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 진 모르겠으나,

정권을 넘겨받으면 반드시 보복하는 것이 수구세력의 본성입니다.

그때가서 문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과연 누가 앞에서 방패가 돼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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