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주 - 1 <BGM>

Shinss 작성일 12.03.07 1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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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부관페리함에서&gt;

고등학생 때 자전거로 세계일주 하는 사람들 일지를 읽어본 적 있었어.

여행중에 외국인 친구 사귀고 현지인 집에 초대받고,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 

매일 대충대충 살고 나에 비하면.
저 사람들은 존나 뭔가 해보려고 하고. 세상을 보고 싶어 하고... 너무 멋있고 부러워서 참을수가 없었어.

그날부터 여행계획짜고 상상해보는게 삶에 큰 활력소가 됬음.  

마침 입소하기전에 시간이 비었고, 예행연습이나 해보자는 식으로 일본행을 결정했어. (방사능 사고 터지기 전이야)

조금 불안한건 내가 자전거 여행 경험이 없고 체력도 개조루라는 점이었지.

인터넷에서 자전거 패니어 사서 달고 코펠이랑 텐트 같은거 급하게 준비해서 출발했어.

부산항 부관페리함에 탑승해서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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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없이 혼자 되는대로 가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쥰내 떨리고 설레더라.


장거리 여행이 아니라서 페리도 3등석 구해서 갔는데, 개인실 있는 곳이 아니라 그냥 큰 방에 여러명 쑤셔넣는 구조.


나 말고 존나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 있길래 말 걸어봤는데.


알고보니 일본인 ㅋ 나이도 나랑 같더라. 타카히로군 ㅋㅋ


여행시작하자 마자 일본인 친구 만드나 해서 살짝 설렜는데 애가 배멀미가 심해서 가는 내내 끙끙 앓더라구.


근데 한국어를 졸라 잘함 ㅋㅋㅋ 알고보니 시모노세키 대학 한국문화 어쩌고 학과.


서로 메일 교환하고 대충 필요할 것 같은 일본어 문장 몇개 받고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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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항에 내려서 찍었음.


이건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말도 잘 안통하는 곳에 홀로 떨어져 있을 때 그 묘한 긴장감 그런게 느껴져.


부산하게 여기저기 거니는 사람들, 회사원들, 학생. 생각보다 차가운 공기에 가슴이 서늘해 지는데.


앞으로 시작될 모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인지, 설레임인지, 그저 추워서 그랬던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어. 


홀로 여행을 떠나는건 처음이라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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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치 않은 페달을 밟으며 시내로 조심스럽게 나갔어.


하앜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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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한 촌놈처럼 존나 두리면 거리면서 다님 ㅋㅋ


어느정도 달리기 시작하니까 긴장이 슬슬 풀리더라.


시모노세키에서 존나 유명한 타워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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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간판에 글자만 다르고 한국이랑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런거 보니 일본이란게 막 와닫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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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공원이 보여서 잠깐 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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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게 딱 세워져 있음. 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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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들 존나 많음 ㅡㅡ


우리나라는 닭둘기들이 존나 많은것 같은데 여긴 까마귀가 더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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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둘기 발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걸 왜이렇게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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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마시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발견!


좆고딩들은 근현대사 시간에 배우겠지만, 저기가 바로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장소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저기서 조선 자주국 승인을 맺었음. (좋은게 아니라 조선 침략을 위한 발판마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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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이토 히로부미임. 개객기


오른쪽은 일본 뭐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무슨무슨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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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게도 침략전쟁 발판을 마련한 회담 기념장 옆에 이런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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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면 ㅋㅋ 조선통신사 기념비임 ㅋㅋㅋㅋ


수백년 전부터 조선통신사들은 지금 서 있는 이 장소를 밟고 상륙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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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 조약 체결지 바로 옆에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록 도착한지 몇시간 되지도 않았지만 말도 안통하는 이국땅에서 수백년전 선조들의 흔적을 보니 감회가 새롭긴 개뿔
그딴거 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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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번 국도였나? 여튼 그거 따라 계속 갔더니 '단노우라 고전장'이 나옴.
모르는 게이들을 위해 짧은 설명을 하자면, 요시츠네로 유명한 겐페이 전쟁의 대미를 장식한 대규모 해전이야.
이 전투로 겐지 가문이 일본에서 패권을 차지하며 에도시대 전까지 700년간 이어지는 가마쿠라 막부를 세우게 되는겨. 
만화책 베가본드 보는놈들은 알겠지만 일본에서 존나 유명한 미야모토 무사시랑 사사키 코지로가 결투했던 장소도 근처에 있음 ㅋ
베가본드 존나 재밌게 봐서 왠지 뭉클했음은 개뿔.
베가본드 좀있음 완결날 것 같던데 꼭 봐라. 두번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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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대포가 존나 많음.
막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가 와서 일본어로 말검.
뭔말인지 몰라서 "스미마셍 와따시와 칸고쿠진 데스" 했더니 할머니가 웃으면서 영어로 말하는데
영어를 졸라 잘함 ㅋㅋㅋㅋㅋ 나보다 잘해. 일본 자전거 일주 한다고 했더니 대단하다고 엄청 치켜세워줌 ㅋㅋ
내가 할머니 영어 잘한다고 하니까 예전에 영어 선생님 이었다고 함.
슬슬 가볼까 하는데 대충하는 작별인사가 아니라 막 허리 제대로 굽혀 인사하면서 일본에 와줘서 고맙다고 막 그럼;; 
부담감 쩔어서 나도 똑같이 인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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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여차 다시 달림...
길가에 저런게 엄청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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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엌...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쥰내 힘들다 
구멍가게 있길래 뭐 사먹을려고 했는데 문 닫혔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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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빵 터졌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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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사진 찍고 가려는데 반대편 차선에 나 자전거 여행자요 하는 포스를 풀풀 풍기는 애가 가고 있음 ㅋㅋㅋ
걔랑 눈 딱 마주침 ㅋㅋ 소심하게 살짝 손 흔들어 봤는데 바로 유턴해서 오더라.
사진은 내가 아니라 그 자전거 여행자임. 눈썹 존나 두꺼워서 깜짝 놀랐음. 




- 다음편에 계속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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