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조영술이란걸 하고 왔습니다.

corex 작성일 17.07.25 09: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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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제하고 왔는데 두번 다시는 하기싫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건강하고 심장은 피가 너무 잘 돌고 있다고 하네요. 괜히 돈도 쓰고 방사선만 맞은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건강하다니까 그걸로 된거 같습니다.

최근 자유/수다 게시판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확정이다, 금단현상이 너무 심해서 힘들다....이런 글을 올렸었는데 이 글이 이런 류의 마침표가 되길 바랍니다 ㅠㅠㅠㅠ

먼저 관상동맥 조영술은 심장에 뻗쳐있는 큰 혈관이 3개가 있는데 그 곳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이나 사타구니쪽에 구멍을 내서 카테터라는 관을 삽입하고 그 관을 통해 조영제를 주사, CT와 같은 방사선을 초당 수십번 조사해서 심장박동을 영상으로 얻어내는 시술이라고 합니다. CT와 다른점은 CT는 사진을 찍는거라면 이 조영술은 영상으로 심장을 볼 수 있어서 더 정확한 검사라고 하네요.

거기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견되면 풍선확장술로 넓혀주거나 스텐트라는 철로 된 지지대를 세워주는 기구를 삽입해서 피를 잘 통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지지난주 토요일 새벽 4시쯤 가슴이 아파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약간 왼쪽 가슴에서 등쪽으로 뻗치는 통증....강도가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죠. 그 날 오후...다음날 일요일.......이어지는 통증...

결정적으로 이틀이 지난 월요일 운동 중 제일 강력하게 오는 통증을 겪고 다음날에 대략 한시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날 채혈하고 엑스레이, CT 찍고 금요일에 심장 초음파를 받고 다시 외래를 방문했습니다.

사실 전 '건강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 흉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소리를 기대했는데

"하....이게.....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아직 나이가 어린데 좌심실쪽 심장이 더 힘차게 뛰어줘야 하는데 박동이 약해요 지금. 협심증이 의심되네요. 이게 위험한거면 응급이거든요. 한시라도 빨리 입원해서 확인해봐야 돼요 이건."


아직 28살...만 27살인데 별 생각도 못했던 협심증이라니까 좀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혈압은 오히려 정상보다 조금 더 낮고 당뇨, 고지혈증 이런거 하나도 없는데 뜸금없이 협심증이라니....

그러고 바로 지난주 일요일에 입원하고 레지던트 선생님한테 별거별거 다 물어봤네요. "내가 아닐 수도 있지 않냐....그럼 왜 아프냐...만약 스텐트 삽입하면 어쩌냐....시술은 많이 아프냐...등등" ....다 설명해주고 부작용으로 죽을 수 있다...설명하면서 이건 교통사고같은거라고......괜히 겁나게..


그리고 월요일.....나이 순으로 시술을 받기 때문에 아마 오전 제일 늦게 시술 받을거다라는 소리를 듣고 걱정하며 앉아있는데 아직 9시도 안된 시간에 시술 받으러 가실게요.......이럴거면 미리 말해주지 ㅠㅠ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ㅠㅠ 부랴부랴 핸드폰에 있는 야동을 삭제하고....노트북에 있던 야동은 못지운게 생각나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전등이 눈 앞으로 지나가는데.......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인가 싶기도 하고....검사실에 도착하니 아버지도 마침 같은 시간에 도착하셔서 얼굴 뵙고 들어갔습니다.

검사실에 들어가니 부들부들 떨리는 몸....거기 계신분들이.....

'너무 긴장하셨네! 이거 별로 안힘들어요. 간단해요......맥박 엄청 빠르시네. 괜찮아요. 처음에만 아프고 말아요....'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네..네.' 대답만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시술....외래 보셨던 선생님 들어오셨고.....오른쪽 손목에 마취주사가 들어갑니다. '시바....X나게 아프네...'

그리고 엄청나게 긴 바늘같은걸 쑤셔넣는 느낌이 나는데 추측하기론 관을 삽입하기 위한 입구같은거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어서 이제 혈관을 따라 관이 들어옵니다. 손목 팔뚝 가슴을 지나는 그 느낌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막 아프진 않았지만 점점 그 뻐근하고 징그러운 느낌이 오른쪽 손목부터 왼쪽 가슴으로 다가오는데 토할거 같았습니다.

가슴에 위치한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선생님은 "다행이 혈관들 모두 괜찮아요. 이제 심장 혈관들이 수축하는 약들을 주사할건데 이 약물에 반응이 없으면 건강한거고 반응이 있으면 치료해야돼요."

꽤 여러번 진행되었고 모두 반응은 없었네요....


이젠 몸에 꽃아두었던 것들 제거하고 오른쪽 손목에는 지혈을 위해 공기를 가득 넣은 팔찌하나 채워주고....침대에 실려 밖으로 나갑니다. 아버지를 다시 뵙고 선생님한테 설명을 듣습니다.

"먼저 초음파부터 다시보면 요기 좌심실 이게 더 박동이 커야하는데 박동이 잘 안보였어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라 너무 걱정이 돼서 오늘도 내가 빨리 조영술 이걸 하자고 한거에요. 그리고 방금 조영술 한걸로 보면 다행이 아주 잘 뛰고 있고 여기보면 혈관이 하나 더 있는데 젊은 사람들 중에 간혹 이렇게 혈관이 더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아주 건강해요."


"그럼....전 왜 아팠던거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일 수도 있고 원인은 여러가지인데 적어도 심장 검사를 할 수 있는건 다했으니까 그렇게 걱정은 안해도 될거에요."



그리고 입원실로 옮겨서 지혈하고 퇴원했습니다. 지혈만 3시간정도 걸리더라구요. 가슴통증의 정확한 원인은 못찾아냈지만 적어도 심장은 건강하다고 하니까 마음은 놓이네요.....

이젠 담배도 끊었겠다.....내시경에 심장검사도 했겠다.....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 해야겠습니다. 아직 젊다고 건강이라는거 하나도 신경 안쓰고 살았는데 이번 계기로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짱공 형님들도 건강 잘 챙기셔요. 입원이라는거 처음해보고 이런 시술들도 처음 받아본건데 진짜 두번다시 하기 싫은 경험이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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