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유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는 분 소개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5대악 작성일 18.11.13 20: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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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공유 회원이신 어떤 분의 소개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올리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을 주셔서요..

 

먼저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제 발견한 한 마리의 아기 고양이 때문입니다.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다면 죄송합니다. 관리자분께서는 부디 너그럽게 용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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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건 어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고, 오늘 정리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어제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춥고 바람 부는 그런 날이었죠.

편의점에 들렀다가 가던 도중에 길가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아기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 그 근처에서 어미를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울음이 얼마나 구슬프던지..

그런데 그 아이를 잠시 보고 있으니.. 한쪽 발을 못 쓰는지 다리를 바닥에 끌고 다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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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도와줘야 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길고양이를 치료하고 도움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한편으로는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거니 곧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그러잖아요. 새끼 고양이가 사람 손을 타서 냄새가 배면 어미가 아이를 버린다고.

그러니 괜히 내 손을 타면 어미가 버리고 갈 거라고..

 

조금 안쓰럽지만 애써 외면하고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제가 막 그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도 아닌데, 그냥 그 울음 소리가 너무 귀에 남아서...)

 

결국 점심 시간에 잠깐 그 아기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 찾아가 봤는데 아이가 안 보였고,

그때 마음 한편에 있던 걱정이란 짐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의외로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남아 있었구나, 하면서 홀가분하게 자리를 비우려고 하는데... 옆에서 이상한 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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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근처에서 아저씨들이 쇠꼬챙이로 차 안을 들쑤시고 있더라구요.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가까이 가 보니.. 아기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는지 모릅니다.

그 추운 날씨에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그곳에 들어가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였죠.

그리고 거기 계셨던 분들은 차를 몰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아이를 쇠꼬챙이로 밀어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때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이해합니다. 아마 그분들도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셨을 거예요.)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아침에 저 아이를 데려갔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얼마나 추웠으면 저기까지 들어가서 저렇게 숨어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하고..

 

결국 거기서 여러 시도 끝에 아이를 엔진룸 쪽에서 꺼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많이 지쳤는지 나중에 가서는 움직이질 못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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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걸렸는지 눈도 못 뜨고, 코도 막히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아이 상태를 보니 너무 심각해서 어미를 기다리고 뭐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근처 동물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동물병원 직원은 아기 상태를 보고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지금은 점심 시간이라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그리고 진료를 받는 것도 이미 앞에 오신 분들이 계셔서 그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허탈했습니다. 이 아이는 여기서도 환영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문이 막히더군요.

원리, 원칙. 저도 좋아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이런 상황에서 이런 아이에게도 적용되는 거구나...

 

 

결국 회사 반차를 내고 집 근처에 있는 동물 병원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제가 아는 병원들 중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곳이었어요.

(급하게 데려온 상황에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진료를 봐주셨던 선생님께는 지금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뜨지 못하는 눈 부분도 안약을 넣어 닦아 내고 기본적인 검사와 치료를 했습니다.

 

그리고 전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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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왼쪽 다리의 무릎 쪽, 성장판이 있는 곳이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작은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으니 정형외과 쪽으로 큰 병원에 가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일단 다시 아이를 데리고 노원 쪽에 있는 대형 동물병원으로 이동을 하고.. 거기서 모든 검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의사 선생님께서 아이 상태를 보니 교통 사고가 난 지 시일 좀 지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영양 상태라거나 마른 정도, 뼈 아문 정도를 보니 하루이틀 전에 생긴 게 아니라고.

그리고 아마 교통 사고 후 다리를 못 쓰니 어미가 버리고 간 것 같다고..

 

 

 

.....

 

그때 알았습니다.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게 아니라, 이미 이 아이는 그때도 어미한테 버려진 상태였구나..

그런데 그렇게 어미를 찾아 발을 질질 끌면서 공사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던 거구나..

 

더 안타까운 건 수술 후에도 한쪽 다리는 영원히 쓰지 못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다친 다리는 앞으로도 성장을 멈춘 채 쭈욱 그렇게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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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아이는 노원에 있는 N동물의료센터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어리고 몸도 많이 약해서 바로 수술을 할 수도 없으니 몸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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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응급 치료를 위한 기본 진료와 치료비, 입원비 등은 부담을 하였지만 수술비가 많이 나와 턱없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수술비 및 경과 확인을 위한 엑스레이와 수술 후 핀 제거 등을 합하면 200만 원 정도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여기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딱 한 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입니다. 어미한테 이미 한 번 버려졌던 아이예요. 다시 그럴 수는 없어요..

앞으로 한쪽 발은 못 쓰겠지만, 그래도 지금 치료하고 건강해지면 남은 삶.. 10년은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말 작은 금액이라도 괜찮습니다. 만약 지금 도와주신다면 저 또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아이에게 한 번만 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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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un.jjang0u.com/chalkadak/view?db=281&no=10827 (반려동물 게시판에 후기글 올려 두었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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