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영국이민 간다던 놈입니다.

딜라이프 작성일 15.10.15 19:22:24
댓글 153조회 26,954추천 111

144489758639720.jpg 

 

안녕하세요 짱공식구여러분~~~

 

저번에 영국으로 이민간다고 설레발 쳤던 딜라이프입니다.

 

지금은 한국입니다.....

네 갔다가 한달만에 다시 귀국했씁니다.

포부 넘치게 이민간다고 짱공에 글쓴게 얼마전인데..민망하게도 이렇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실 거창하게 썻지만 영국을 가게된 이유가 말씀드리자면..

교포인 와이프의 어머님, 즉 장모님이 그 곳에서 거의 40년동안을 사셨습니다.

40년전에 참 보기드문 신여성이셨죠.... 젊을때 건너가셔서 갖은고초를 겪으시고 십수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쪽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그게 또 사는집마다 돈이 되서 지금은 본인 소유의 집만 14채.. 대출 포함해서 한국돈으로 170억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중이십니다. 나이가 많으셔서 수십년동안 하시던 부동산 사업을 이제 그만 하고싶다! 라는 부름으로 간거였습니다.

 

저희 장모님으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젊을때 장인과 사별하시고 홀몸으로 와이프랑 처남처제 셋 키우면서 여자혼자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학도 다니고 (실제로 애를 업고 다니셨답니다) 직장도 다니면서 독하게 사신 분입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젊어서 고생하셔서 통풍에 몸여기저기가 망가지셨는데 최근엔 치매 초기증세까지 오셔서.. 급하게 장녀인 저희 와이프를 부르신겁니다.

 

메일을 보내시더군요.. "자... 나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사업을 불려나가고 싶었고.. 힘들어도 계속 잘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건망증이 심해지더니 짧은시간이지만 정신이 페이드 아웃되는 경험을 했다.. 무서워져서 병원에 가보니 치매초기증상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희를 급하게 부르는것이다.. 와서 내사업을 계속 이어줬으면 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장모님이 신변상의 문제로 그렇게 메일을 보내오시니.. 일단은 저혼자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기로했습니다... 2주간 있어보니 장모님 건강도 문제가 되고 비지니스 또한 접기엔 아까운 사업이라고 판단되어 일단은 영국으로 넘어가자 라고 결정하고 한국생활 정리를 했던겁니다. 사업이고 뭐고 일단은 장모님이 걱정이 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론 사실 영국가기전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준비하고있었습니다. 한 일년정도 준비하고 20대때,  잠깐 살면서 장사하던때 연이 닿았던 현지에 아시안마켓 한인사장님하고 컨텍해서 취업비자로 이민생활 해보자 하고 있었고 내년초에는 나갈 계획중에 갑자기 이렇게 일이 진행 되었던 거죠. 어차피 한국 정리할 생각한거 조금 땡겨서 정리했습니다. 뭐 별 문제없이 집도 빠지고 차로 친구한테 적당히 팔고 필요한 짐도 다 붙혀놓고. 넘어갔죠..

 

장모님과 같은 집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오래살긴했어도 한국정서가 남아있는 와이프가 붙어서 잘 보살피고 관리해드리니 2주만에 눈에 띄게 활력을 찾으셔서 저희도 효도하는 기분도 들고 좋았습니다. 손주녀석 재롱도 보시고 슬쓸하던 집이 활기를 띄었습니다. 저희도 부동산업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고 서류관련해서부터 천천히 인수인계를 진행 해주셨죠.

 

서류 쪽은 영어잘하는 와이프가하고 저는 대게 보유하진 집들 정원을 관리하고 내외부 보수할것들 보수하고, 세입자들 만나서 인사하며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필요한것 구비해서 문제해결해주고....뭐 딱히 크게 문제될것도 없고 위협이 될만한 리스크도 없고.. 집값떨어질 일도없는 그런 사업..

 

세입자들 계약 끝나서 비어있는집 한채 주시면서 우리끼리 살고 아멕스 카드 주시면서 필요한거 사고 생활비 하라고하시네요.. 여러 일들이 연거푸 벌어지니 정신못차리고 있다가 카드를 손에 들고있는데 문득 고개가 갸우뚱 해지더군요..그리고 고개를 드는 의구심....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것인가?"

 

일주일을 넋나간 사람마냥 고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이 33, 겨우 먹고 장모덕에 호의호식하면서 살아도되나..??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라면.. 혹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것인가?? 편안한 환경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내가 번돈도 아닌 돈으로 가드닝이나 집관리같은 소일거리를 하면서 가족의 안정을 도모하는것이 딸린 식구가 있는 가장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되는것인가? 하는 의구심에 가까운 고민입니다. 그리고 이게 잘 사는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하지만 누가보면 배부른 고민일지도 모를 그런 고민입니다.

 

밤낮을 고심했습니다. 제 선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결론은

 

아니다! 라고 났습니다.

 

와이프한테 먼저 얘길 했습니다. 와이프는 현명한 사람이라 절 이해해주더군요.. 쇠뿔도 단김에 빼야하기에.. 장모님께 저녁식사하면서 의중을 말씀 드렸습니다. 예상대로 난색을 표하시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외롭게 혼자 일궈온 사업이 힘에 부쳐 포기해야되나하던때에 한국에서 믿음직한 사람들이 와줘서 당신은 너무 좋으셨고 이제 진짜 일을 놔도 되겠다 싶으셨다면서 저보고 거듭 재고해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난 일이라.. 정중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린아직젊고, 해보고싶은 인생의 과업들이 많이 있다. 내힘으로 내가족 책임지면서 존경받는 남편, 아버지가 되고싶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살면 어느 한가지도 이룰수 없을것같다.. 장모님의 능력과 재산으로 우리가족을 책임지게 하고싶지않다. 다행히 어머님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고 처남도 가까이에 있으니 마음의 부담은 조금 덜 것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처남이 영국인마인드라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장모님도 영국사람이라 뭐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케어할것 같았구요.. (처남은 EU에서 일하는 인재로 부동산업을 할 처지가 못됩니다.)

 

그밖에도 이것저것 설명을 드리니 조금 누그러 드시더군요.. 정말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제가 처리할 수 있는 모든일을 다 마치고 장모님 맘바뀌기 전에 부랴부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원래 계획이었던 뉴질랜드로 이민을 준비해며 어차피 한국생활 한번 정리한거 더 있을것도 없이 빠르게 일단 관광비자로 뉴질랜드에 들어가보기로 했씁니다.. 와이프도 그곳이 마음에 들어야하니까 조금 살아보려구요..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펑펑 신나게 쓰고살아서 저축한돈도 없고.. 가진거라곤 집정리하고 차판돈해서 한 2억가량??

 

그나마도 부모님 1억정도 결혼때 빚진거 드리고 사업한다고 빚좀 갚고...(이노무 빚......) 수중에 6천남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국와따가따하면서 천만원은 깨졌구요.. 6천으로 뉴질랜드에서 생활해야됩니다.

 

암것도 모르는 34개월짜리 아들내미 데리고 바닥부터 박박 기어서 시작해야되지만..그래도 뭔가 사는것같이 느껴집니다.

 

이마음을 누가알까요... 와이프나 좀 알아주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친구들은....... 다들 뷰엉신..모자란놈 거지가되봐야 정신차리네 어쩌네 합니다. 그때되서나 정신차리면 다행일까요..

 

여튼 후회없이 살려고 준비 단단히 하고 갑니다. 저기 위에 사진처럼 환전도 하고 집도 구해놓고... 진짜..이제 5일 남았네요... ㅋㅋㅋ 뭔 팔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영국갈때 응원해주신 많은 짱공 식구분들께 송구스럽습니다.. 근데 저 이번엔 뉴질랜드 가니까 또 응원해주세요...ㅎㅎㅎㅎㅎㅎ

 

참........ 복잡 미묘한 밤입니다......

 

인생이란게 정답은 없지만...현답을 있을진데.. 제가 고르는 답들이 그 현답에 조금이라도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이번에는 다시 돌아왔다는 글 안쓰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뉴질가면 마이 심심한테니 글 자주 올릴께요~인터넷 켜면 하는거라곤 짱공밖에 업습니다..(가끔 하스스톤합니다;;)

 

암튼 형님동생님들.. 건강히들 계십쇼~~

 

사랑합니다~~

 

 

 

 

 

 

 
딜라이프의 최근 게시물

짱공인증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