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소름끼치는 초고단수 도를 아십니까(초스압주의)

H_Genie 작성일 14.08.02 13:54:04
댓글 31조회 20,915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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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겪은 황당하고도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생생한 전달을 위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겠어요
따라서 반말이나 말투나 거슬리더라도 이해를 해주세요

 

 

* 등장인물은 세명이에요
구분하기 쉽게 <나, 여, 남> 으로 할게요

 

 

 

 


때는 바야흐로 2014년 7월 31일(그냥 거창하게 그저께라고 하면 될것을 ㅋㅋ)
집에있어도 덥고 그렇다고 방콕하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나가면 덥고
내일부터 토익학원 등록해서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고는 싶고...
고민고민 끝에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가게된 경복궁 앞의 국립고궁박물관!!
밖에는 진짜 폭염작렬인데 안에는 냉장고가 따로 없음~

한창 열중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여성분이 말을 걸어온다

 

여 : 혹시 역사 전공자세요?
나 : 아니에요
여 : 아~ 열중있게 보시길래 전공자인줄 알았어요
나 : 그런것까진 아니고 그냥 이런거 관심있어서 보고 있었어요^^

 

이후 잠깐동안 이것저것 묻는다
그럼 전공은 뭐냐 직업은 뭐냐 등등등
처음엔 도를 아십니까 이런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에 혼자 다니고 호갱스러운지(?) 자주 걸리는 편이다)

 

여 : 저는 파티플래너일 하다가 일주일전에 그만 두고 쉬면서 다른일 찾아보려고 해요. 머리식힐겸 왔는데 쉬니깐 너무 좋네요^^

 

나보다 한살 많다는 그녀는 자신의 얘기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며 그런 의심을 없게 했다
이후에도 5분 이상 일상적인 대화들을 하며 자연스레 분위기를 이어갔다
워낙에 자연스러운 대화들이어서 '도를 아십니까 아니야'를 의심했다가도 아니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져서 응해줬다 

 

물론 설마 박물관에 와서까지 그런짓 하겠어라는 방심도 살짝 깔려있기도 했지만
나도 그렇게 초면인 사람에게 살갑게 말걸어주는게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고(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절대 그렇게 못함) 내심 재미있고 기뻐서 적극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본론으로 얘기를 꺼낸게 친목모임 같은걸 만들고 있단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 관심사도 공유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면서 친해져보면 여러모로 좋을것 같다고. 기존의 모임에 들어가면 어색하니까 자기가 만들어 볼려고 한단다.

나까지 끼면 4명째라고 하면서. 나머지 멤버들의 구체적인 직업까지 알려주면서 신빙성을 높여줬다. 나도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한지라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여 : 그럼 내일은 뭐 딱히 안 바쁘세요? 내일 첫 모임 가지고 차나 마시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보려구요
나 : 내일부터 토익학원 개강하거든요
여 : 오~ 토익공부 하시는구나. 어느 학원이요?
나 : 종로에 있는 해커스요
여 : 오! 나도 해커스 다녔는데

 

그러면서 또 공통점을 발견하고 신나게 얘기를 했다

 

여 : 그럼 내일 몇시에 수업이세요?
나 : 1시에 끝나요
여 : 음 그럼... 넉넉하게 2시에 볼까요. 신도림 어때요?
나 : (노원에 사는 난 신도림이 너무 멀고 생소하다) 신도림이 어디죠??
여 : 아 그럼 종로니까 여의도 어떨까요
나 : 여의도 괜찮죠. 근데 이미 약속장소 잡아놓으신건 아니에요? 저때문에 갑자기 바꾸시는거면 너무 미안한데
여 : 아니에요 아직 안잡았어요

 

그렇게 약속을 잡고 연락처도 교환하고 구경 잘하라고 인사하고 헤어져서 돌아왔다

잠시동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기쁨에 젖어있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거 아무래도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대화내용이 워낙에 신빙성 있었고 생긴것도 그런쪽으로는 거리가 있어 보이길래 의심을 풀기도 했다. 무엇보다 연락처까지 교환한 마당에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기도 미안했다 괜히 나때문에 모임 전체에 지장갈까봐서

 

워낙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게 익숙치 않아 망설여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후에 약속공지를 해주는 연락이 따로 없어서 그냥 취소할까 몇번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대감과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깨톡이 와있었다

 

여 깨톡 : 수업 잘 받고 있나요? 열공하시구, 이따 2시에 여의도역 6번 출구에서 봐요~

 

사실 어제 조금 의심스러웠던게 여의도에서 보자고만 하고 구체적인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서 혹시 갔다가 뭐 납치되고 그런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라도 구체적인 장소를 알게돼서 마음이 놓였다

 

정신없는 영어 수업을 마치고 여의도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보는 사람들인데 늦으면 실례일것 같아 20분 가량 일찍 도착하기로 생각하고 으쌰으쌰 이동했다

 

멀리서 보니 어제 본 여자분과 남자 한명이 서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반갑게 인사했다
다행히 남자분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 : 어 한분은 안오셨네요?
여 : 네 갑자기 급한일이 생기셨대요

 

급한일이 생겼다는데 어쩌겠나. 6번 출구앞 버거킹으로 이동했다 

 

다들 점심은 먹었대서 간단하게 나는 아이스크림, 두 사람은 아이스티를 시키고 창가가 있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두 사람다 미소가득한 얼굴로 나를 반겨주고 관심도 가져주며 이것저것 질문했다
나도 누군가가 경계없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생각에 기뻐서 또 속없이 주책부려가며 다 대답해줬다 ㅋㅋㅋ

 

나 : ○○ 누나는 어제 저랑 박물관에서 만났고, 그럼 두분은 어떻게 만나신 거에요?
여 : 저 일 그만두고 단기알바 하는데서 사무보조로 만났어요. ○○씨처럼 사람이 좋아보여서 같이 하게 됐죠

 

물론 사람 좋다는 뜻은 잠시 후에 진짜 의미를 알게 되지만 칭찬에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있을까

 

여 : 자~ 그럼 자기소개 해보기로 해요. 전 ○○○이고 △△살이고(나보다 한살 많음) 지난주까지 파티플래너 일 하다가 이직하려고 그만둔 상태에요 영어공부 하는거 좋아하고 등산좋아하고 자전거타고 한강가는것도 좋아하고 그래요

 

나 : 전 ○○○이고 △△살이고 대학생이에요. 스포츠경기 관람하러 가는거 좋아해요 야구장, 농구장 등등. 음 그리고 박물관 같은데 가서 보는것도 좋아하구요

 

남 : 전 ○○○이고 △△살이고(나보다 5살 어림) 요리관련 일하면서 틈틈히 단기알바 같은거 하고 있어요. 보드게임 같은거 좋아하고 진로라던가 고민같은거 상담해주는거 좋아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나 : 오~ 심리학 같은거 좋아하시나보다. 저도 조금 관심있는데. 심리학 책도 많이 읽으세요?
남 : 심리학도 관련이 있는데 심리학은 아니에요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또 한참동안 깔깔대며 이야기를 했다.

 

나 : 아 그 한분 더 있다면서 왜 안오신거에요? (사실 아까도 얘기는 해줬는데 난 뭔가 의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한번 더 물어봤다)
여 : 프리랜서 분인데 주문이 폭주했대요. 어절수 없죠 뭐

 

처음만나는 사람들인데도 얘기가 잘 통해서 재미있었다 이때까진...
대학생이다보니 진로문제 얘기가 나오게됐고 여자분도 지금은 무직인 상태로 고민이라고 했다

 

남 : 그럼 제가 잠깐 봐드릴까요
나, 여 : 오! 좋죠좋죠

 

가방에서 A4용지 두장과 펜을 꺼낸다. A4용지를 갖고 다닌다는게 웃기긴 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준비하는것 같아열성이 보이는것 같았다. 그러더니 생년월일과 시간을 불러달란다. 좀 이상하기도 했지만 불러줬다. 사주같은거냐니깐 비슷한데 아니란다

 

여 : 난 ○○년 △△월 □□일. 시간은...
남 : 난 ○○년 4월 14일 새벽 12시 45분

 

여자분과 나의 생년월일을 종이에 적고 스마트폰으로 사주팔자 볼때 적는 한자들로 변환한다
눈빛이 초롱해지고 시종일관 밝았던 얼굴은 진지한 얼굴로 변하고 말투도 TV에서 강의하는 경어체로 바뀌면서 열심히 얘기한다
참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사주팔자, 음양오행 같은 자주 듣는데 무슨뜻인지 모르는 말들을 쉽게 설명해가며 신빙성을 높여줬다
그러면서 자기가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인생만을 다루는 사주팔자보다 더 고차원적인 명리학(命理學)이란걸 공부하고 있단다
한자까지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얘기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열심히 들었다. 보통 그런사람들이 자기얘기만 하는것과 달리 간단한 질문도 섞어가며 재미있게 얘기해줬다

 

본격적으로 사주를 풀어 설명해주는데 나나 여자분이나 맞다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면서 내가 진로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그게 그말인가?? ㅡㅡ;)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느새 여자분보단 내쪽의 얘기로 깊게 빠져든다. 내심 여자분이 지루해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그래도 워낙에 재미있어서 그걸 고민한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잘 나가다가 갑자기 전생이라는걸 얘기를 한다. 전생을 믿느냐고 물어본다. 그냥 중간정도라고 얘기했더니
전생은 반드시 현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걸 과학에서는 유전이라 하고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에선 업이라 한단다
그래서 업적, 업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전생에 장군이었을거란다.

 

공도 많은데 살생을 많이 해서 살업이 많단다. 그래서 재주는 많은데 끈기가 없고 결과를 잘 만들어내지 못한단다. 그런게 내 사주에도 결과를 의미하는 金이 부족하다는 것에서도 나타난단다. 반신반의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아 열중해서 들었다. 

 

더욱이 나는 전생에 쌓은 공덕에 집안에서 기둥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단다. 이런 사람 보기 드물다고 본인도 신기하단다.

그러면서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해보겠냐고 물어본다. 사실 여기서 직감이 들었다. 아 이거 도를 아십니까구나...
근데 실컷 들어놓고 갑자기 파하는 것도 그렇고 자리도 친목을 위한 자리고 나도 성격상 갑자기 No라고 하는것도 못하는 성격이라 고민하다가 일단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근데 계속해서 몇번을 하겠냐고 물어본다. 더욱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친해졌는데 자기가 꼭 나를 좋게 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다고 계속 어필한다. 종이를 새쪽으로 넘기더니 조감도같은걸 그린다. 제사같은건 아니고 조그만 재단에 몇가지를 놓고 난 뒤에 서있으면 된단다. 자기가 도와준단다. 여기까지 듣고 확신했다. 기분나빠할까봐 웃으면서 약간 개그맨스런 말투로(?)

 

나 : 에이~ 이거 도를 아십니까 아니야?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까진 아니지만 얼굴표정이 변하더니 당황해한다.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나도 좀 미안하기도 했고 이럴때 여자분은 옆에서 좀 거들어주지 그냥 보고만 있고 웃기만 한다 쩝...

 

남 : 저도 밖에서 도를 아십니까 많이 잡혀봤고 그런거 얘기 많이 들어봐서 아는데 그런건 재물을 바라고 하는 거지만 제가 하는건 그런걸 바라고 하는게 아니고 학문적인 것이고 이건 형을 잘되게 해주고 싶은 제 마음에서......... ~~~

 

자기가 하는 것이 도를 아십니까와는 다른 것이라고 일장연설을 한다. 하.. 어제부터 들었던 의심들을 왜 조금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끊어서 다행이지만. 내가 조금더 성격이 강하고 모질다면 그냥 박차고 일어나는 건데 그럴 성격도 아니고. 거러기에 열변을 다해준 남자와 옆에 있는 여자한테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들었다

 

그래도 나는 화나지 않을 말투로 조곤조곤 하고 싶지 않다고 빙빙~~빙빙~~빙 돌려가며 얘기했다.

 

나 : 하는 공부가 그런것들과 다른것도 알겠고 지금 하는 말들 취지는 알겠는데 이런게 좀 하고싶지 않은건 사실이네. 더욱이 나 말고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니까 더욱이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좀 생각해보고 나중에 하게되면 하고.
남 : (절대 화난 말투는 아님) 이게 뭐 재물을 바라는것도 아니고 그냥 서있기만 하면 형의 인생이 좋게 바뀔수 있는건데 왜 안하려고 해요
나 : 글쎄 이런걸 지금 당장 하겠다 안하겠다 덜컥 결정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 안하겠다고 확답하는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것 같아.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참 고마워. 오늘은 그 마음만 받을게

 

그래도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한다. 그런데 말이 길어질수록 논리는 흐려지고 논점도 삼천포로 빠진다. 아까 말했던 전문적인 얘기들과는 거리가 있고 본인은 강압이 아니라고 하지만 무조건 하라는것과 뭐가 다르냐. 그래서 나도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격파해나갔다.
조금은 상기된 분위기에 여자가 그제서야 웃으면서 뭘 그렇게까지 그러냐며 나선다

 

남 : 좋은게 있는데 왜 안하려고 해요? 여기 아이스티가 있어요. 이걸 제가 한 모금 마셨어요. 이걸 형한테 백날 설명해봤자 형이 직접 한 모금 마시는것보다 더 효과가 있을까요?

 

드디어 완벽한 논리적 허점이 드러났다. 본격적으로 나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나 : 그런것과는 다르지. 쥬스는 단순히 맛을 느끼는 결과지만 이건 내가 한다고 해서 구체적 결과가 나타나는것도 아니잖아. 더욱이 이걸 내가 한다고 해서 좋아진다는 보장이 어디있지? 세상에 모든 사람위에 다 군림하는 학문이란 없는거잖아. 말해주는 취지는 알겠는데 지금 당장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사실이야. 그러니 오늘 당장 이렇다 결정할일은 아닌것 같아.

 

그러더니 자기가 경험해본 일이라며 구체적 사례를 언급한다. 본인도 처음엔 안믿었는데 경험해보니 신기해서 공부도 하고 있는거라고
소화도 잘 안됐는데 소화도 이젠 잘되고 성격도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오토바이 사고도 많이 났었는데 이젠 사고도 안난단다
참나. 그건 인과관계로 설명할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시간이 흐른거 아닌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자신의 신념에 기분이 상할까봐 참았다

 

그런식으로 공방이 오가다가 내가 완강하게 나오니 여자쪽으로 돌린다

 

남 : 그럼 누나는 해보실 생각 있어요?
여 : 뭐 어려운것도 아니고 취미생활 같이 해보자고 한거니깐 난 한번 해볼까?

 

사실 여기서도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아니 취미생활 같이 해보자면서 그럼 의견을 두루두루 물어 안하고 싶으면 안하는거지 강압 아니라고 하면서 이건 뭐 강의 반강제 아닌가

 

이때 처음으로 여자도 한 패거리구나 라는 생각을 살포시 해봤다. 처음엔 여자는 무관하고 이 남자가 독자적으로 그런건지 알았다 

 

다행히라는 표정을 짓더니 마지막으로 나보고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단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란다
세상에 모든게 안된다고 생각하면 다 안된다고. 그게 이런문제에다가 할 수 있는 소린가 싶었지만 빨리 벗어나야겠단 생각에 그냥 들었다
그러더니 화룡정점을 찍으려는지 impossible에 점 하나만 찍으면 i'm possible이 된단다 ㅋㅋㅋ 

 

갑자기 오글거리면서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죽는지 알았다. 그게 여기서 왜 나와 ㅋㅋㅋㅋㅋㅋ

 

남 : 그럼 누나는 지금 시간이 되세요?
여 : (손목시계를 보더니) 음... 뭐 딱히 할건 없으니 한번 가보죠

 

그러고는 나보고도 같이 가서 구경해보는건 어떠냐고 한다. 남자도 신나서 같이 가보자고만 한다.

갈거면 가는김에 다 하지 뭐 볼거 있다고 구경을해..

 

여 : 자 그럼 시간도 됐고(한시간 반 정도 얘기했음. 그 중 사주에 대한 얘기는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린듯) 즐거웠어요 슬슬 일어나볼까요
나 : 근데 장소는 어디에요?
여 : 아 그걸 안물어봤네
남 : 보라매 공원 그쪽이에요. 여기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어요
나 : 해보고 후기 남겨줘요 ㅋㅋㅋ
여 : 네 ㅋㅋㅋ

 

나때문에 분위기가 좀 깨진것도 그렇고 마무리는 좋게 해야겠다 싶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들었다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면서 문뜩 한방에 분위기를 바꿀수 있는 생각이 들어서

 

나 : 오늘 안 온 분은 어떡해요. 그분은 여자분이에요?
여 : 네
남 : 여자분이라니까 얼굴이 좋아지는데요 ㅋㅋㅋ
나 : ㅋㅋㅋㅋ

 

다행히 훈훈하게(?) 마무리 하고 내려왔다. 그냥 어설프게 헤어지면 후속탄이 있을거 같아 확실하게 싹을 잘라버리게 위해 내가 배웅해주겠다고 했다 

 

버스가 막 지나가서 8분 정도로 기다려야 한다. 나보고 더우니 그냥 가란다. 난 괜찮다며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계속 같이 가자 가보면 좋을텐데 구경이나 해봐라 계속 꼬신다
난 그때마다 오늘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웃으면서 계속 얘기했다. 이게 내가 더운데도 기다린 이유다. 쐐기를 박기 위해

 

갑자기 이들이 뭐하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 파티 플래너는 구체적으로 뭐하는 일이에요?
여 : 애기들 잔치 같은거 그런거에요
나 : 어젠 저 만나고 바로 가신거에요?
여 : 네

 

급격히 단답형으로 줄어든 관심...(물론 내 생각일수 있지만)

 

남 : 내년 4월 14일에(내 생일) 내가 요리해주고 누나가 파티 짜면 되겠네. 형은 뭐 해줄거에요?
나 : 오~ 그거 좋은데. 내가 쏴야지 ㅋㅋㅋ

처음으로 남자가 농담조로 얘기한다


그냥 기분 탓인지 내가 그렇게 편견을 가진건지 그들은 헤어지는 인사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하진 않았다
"다음에 봐요"라는 짤막한 말과 함께

 

그렇게 버스가 오고 5623번 버스를 타고 그들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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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그 이후로 오늘 아침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네요


개인 신상정보는 다 가렸지만 구체적 장소 등을 밝힌 이유는 비슷하게 라도 당하시지 말라는 이유에섭니다.


음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저 둘은 애초에 패거리였고 여자는 섭외담당이었고 친목모임이라는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짜여진 연극에 주인공 호갱역에 나를 앉혀만 놓은거 같아요 

 

물론 제 편견일수 있습니다

 

여자는 정말 친목을 위해 나왔고 그냥 저런 남자가 우연스레 꼈을 가능성 그래서 그냥 무심코 호기심이 많아 도전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하지만 제가 여자도 같이 패거리로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 순으로 나열)

 


- 친목모임의 구성원이 정해져있고 내가 마지막 구성원인 상태인데. 마지막 멤버인 나를 섭외하면서 나에게 약속시간과 날짜를 맞게 잡았다는게 이상했다.

더욱이 나머지 두 명은 직업이 있는 사람이고 난 그냥 학생인데도 그 사람들이 바쁠텐데도.. 더욱이 하루만 더 지나면 주말인데도 날짜를 "내일"로 잡았다는게 이상하고 시간대도 평일 오후... 말드래도 쇠뿔도 단김에 빼는 식이었다. 역시나 또 한명의 제4의 구성원은 안나타났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사람은 애초에 없었겠지(그리고 프리랜서란 직업이 있나요?? 그것도 의심). 직업이 있는데 다음날 오후에 당장 보자는데 나올 사람 있을까요?

 

그리고 나중에 보니 신도림이나 여의도나 보라매에서 가까운건 매 한가지더라.

(이건 좀 의심증있나 싶은 생각 들수도 있지만 소름끼치게 본인들이 타는 버스가 여의도역 6번출구 바로 앞을 지나가더라...)

 

 

 

- 박물관에서 부터 버거킹에서까지 시종일관 나에 대한 칭찬이었다. 인상좋다 등등. 사실 그렇게 호감형 외모는 아니라 인상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다. 근데 그것이 인터넷을 찾아보니 도를 아십니까의 전형적인 수법이란다. 요즘엔 변형해서 길을 물어본다거나 등등 일상적인 대화를 꺼내면서 자연스레 제3의 장소로 옮겨서 사주얘기를 하다가 제사로 바뀌는 고차원적인 피해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딱이다(보고 소름...) 난 단지 시간과 장소를 여유를 두고 다음날로 옮겼을 뿐. 이것마저 나의 의심을 없애려는 거라면 진짜 무섭다...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A4용지를 꺼내는것도. 그런 사람들이 얘기하자고 카페같은 데로 옮겨가면 꼭 A4용지 꺼내서 장황하게 설명한다고

 

 

 

-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여자 존재 자체였다. 남자는 본인이 부인은 해도 자연스레 커밍아웃 하고 있지만 이곳저곳에서 여자와 남자가 한패라는 심증이 들었다. 여자에 관해 사주를 볼땐 난 중간에 추임새도 넣어주고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해(?) "오~ 맞는것 같아요" 등등 장단을 맞춰주웠지만 내 사주를 볼때 여자는 일체의 참견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은 안했지만 중간에 여자가 음료를 한잔 더 사러 내려갔다 온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분위기가 열중적이었다지만 그래초 초면인 사람들 사이에서 말안하고 자리를 비우고 일어난다는게 실례아닌가. 그도그럴것이 난 일어날때 쳐다봤는데 남자는 쳐다도 안보고 계속 얘기했다.

 

제일 의심스러운 것은 정리하고 일어날 때의 대화이다. 분명 여자는 가겠다고 했고 일어나는데 장소를 물어본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나다. 아무리 호기심이 많다고 하지만 낯선 남자와 단둘이서 어딘가를 가는데 장소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는건 이둘이 애초에 아는 사이였다는 강한 의심을 들게 한다

 

 

 

- 버스를 기다리며 남자가 내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블랙데이라 특이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처음본 사람의 생일을 기억한다는건 의도가 거기에 꽂혀 있다는 것일 것이다(에이 이정도는 그냥 편견인가...) 근데 그도 그럴것이 처음에 일상적인 대화중일때도 남자는 나의 사소한 일상정보는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방금 내가 외동아들이라고 얘기했는데도 사주볼때 가족관계를 물어본다던가 등등. 그리고 종이와 펜을 잡으면서 변하는 얼굴표정과 말투 등도 이걸 위해 나온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들이었다.

 

 


- 연락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친목모임이라면 나와 박물관에서 만난 후로 그날 저녁에라도 단체 깨톡방 같은데 초대를 해서 미리 친하게 한다던가(아무렴 쌩판 처음 만나는것보단 덜 할테니) 하지 않을까 싶다 나같으면. 물론 구성원들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날 저녁 자세한 장소를 단체공지투로 알려줄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없었다. 그리고 내가 웃으면서 후기남겨줘요 했는데도 후기가 없다.

 

사실 한패가 아니라면 분명 여자는 어제 그렇게 가서 다소 의도치 않은 경험들을 했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게 그런 얘기들을 해줄텐데 그런것 조차 없다. 최소한 친목모임이라면서 잘 들어갔냐는 얘기조차 없다. 내가 이미 본인들의 정체를 알아채서 나를 타겟으로써 포기한것 같다.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별다른 인사도 없는것도 그런 의심이 들게하는 부분이다.

 

 

 

여러분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걸릴일은 없겠지만 요런 정황들이 보이면 조심하세요
사실 뭐 제가 호갱인데 잘못이죠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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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라매 근처에서 저와 비슷하게 경험한 학생의 얘기입니다. 안타깝우면서 저는 안걸려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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