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섬 탈출기..

신들어라 작성일 19.10.30 11: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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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이 없는 날이기도 하고 

 

문득 생각나 한번 써봅니다

 

이 일은 제가 직접 겪었던 실화고 

 

거짓은 단 1도 없다는걸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지역감정 조장하려는 의도도 없으니 오해 없으시길 부탁 드립니다

 

때는 몇년전

 

정확히 언젠지.. 기억은 안납니다. 하지만 저에겐 평생 겪었던 일중 너무나도 무서웠던 기억.

 

그때 당시 군산 선유도에서 건설중이던 선유대교 공사가 막바지 작업이었던 

 

시기였고 아스팔트 포장 전이었으니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당시 저는 인천에서 일을 하며 지내다가

 

인력사무실 사장이 배타러 가면 건설현장보다 급여가 높다는 

 

얘기에 솔깃해 전북 군산 선유도로 일을하러 가게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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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젊은데 못할게 뭐있을까, 여러 일을 경험해보는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인천에서 군산까지 인력 사무실 사장이 차로 데려다 주었고

 

오후 1시쯤 되어서 도착.

 

햇빛에 얼굴이 새카맣게 변한, 나이 들어보이는 김 양식장 사장이 작은 보트를 끌고 

 

선착장에 나와 있엇고 인력사무실 사장과 작별 인사후 보트에 몸을 실어

 

선유도로 들어갔습니다.

 

섬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 보였던 풍경은 서로 다른 모습의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엇고

 

그중엔 흑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어쨋든 첫날엔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는데 남자 3명이 누우면 꽉찰 만큼

 

작은 방에 땀내나는 남자 3명이서 지내는 구조였고

 

그중 한명이 완전 꼴초라 방에서 담배를 얼마나 피워댄건지 방에는 역한 담배찌든 냄새가 가득 했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섬 생활이 시작 되었는데 주된 업무는 김 양식장 준비 및 관리였고

 

아직 양식장 작업이 시작 되지 않아 그사이 사장의 용돈 벌이로

 

저와 직원 3명은 보트를 타고 나가 꽃게를 잡는 일을 했습니다.

 

바다속에 꽃게가 담긴 그물을 흔들리는 보트에서 끌어올리는데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엄청난 무게로 

 

팔이 끊어질거 같았지만 다른 직원들이 뱃일을 해본적 없던 저에게 욕설을 퍼붓고

 

엉덩이를 걷어차며 빨리해야 된다며 재촉했기에 별다른 불만도 말하지 못하고

 

 그냥 ... 시키는대로 일을 했습니다.

 

몇일이 지나고 바다에 강풍이 부는 바람에 일을 나가지 못했고

 

쉬게 되었는데 다른 직원들 한테 급여 얘기를 물어보니 달마다 주는게 아니라

 

3달에 한번씩 급여를 준다하고 사장은 직원들이 돈을 모을수 있게 해주겠다는 핑계로

 

급여의 5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일을 그만두고 나갈때 준다고 했엇죠

 

이게 무슨 X같은 얘긴가 했지만 그때당시 섬에서 나가는 방법도 엄두도 나지 못했던 저는

 

속으로 욕한번 하고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4주 정도 지났는데 일을 할때마다 온갖 욕설과 더불어

 

제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고 엉덩이를 걷어차며 거칠게 일하던

 

직원들과 사장의 행동은 너무 고통스웠고

 

결국 전 그곳에서 탈출?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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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오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들었던 급여 관련 문제와 매일 반복되는 욕설과 힘든 일에

 

저는 지칠대로 지쳤고 그당시엔 거기서 나가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근처 해수욕장에서 몇번 봤던 관광지도를 바탕으로 군산까지 걸어갈것을 계획했고

 

드디어 탈출?을 감행하게된 날 새벽 12시에 저는 슬쩍 일어나 낮에 몰래 챙겨둔 짐을 들고

 

담을 넘어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밤에는 대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궜고 숙소 건물은 사방으로 1미터가 훌쩍 넘는 담으로 

 

둘러 쌓여 있엇기에 문을 통해 나가는건 불가능했습니다.

 

어쨋든 나가야 된다는 일념으로 담을 넘어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지 마음에 걸렸던건 담을 넘을때 반대편 건물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외국인 노동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담배불 끄고 방으로 들어가길래 신경 안쓰고 발길을 재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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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이동경로]

 

 

그당시 급한 마음에 선유도 해수욕장까지 가는 가까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서 걸어갔습니다. 군산에서 트럭이나 자가용을 몰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엇기에 분명

 

걸어서 나갈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유도 해수욕장, 선유도 터미널을 지나 아스팔트 포장 공사 직전의 

 

선유대교 까지 이동하다가 짤에서 빨간색 동그라미 친, 길이 3갈래로 나뉘는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그당시 여름이 한창이었던지라 온몸에선 땀이 흐르고

 

너무 지쳐서 잠깐 바닥에 앉아 쉬는데 선유도 터미널 방향의 내리막 끝에서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렸고

 

뭐지? 하고 내려다 보니 수많은 오토바이 불빛이 제쪽으로 달려오고 있엇습니다.

 

직감적으로 X됬다 라는 생각에 근처 수풀 쪽으로 급하게 내려가 

 

수풀속에 쭈그려 앉아 몸을 숨겼고

 

그렇게 여러대의 오토바이가 제가 잠깐 쉬었던 위치에 멈춰서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 다른 목소리, 제가 들은것만 8명이 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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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끼 보이면 바로 잡아요잉"

 

 

 

 

 

......

 

그얘기를 듣고 너무나도 두려워 숨소리 조차 안나도록 몸을 웅크린채

 

제발 살려달라고, 난생 처음 신에게 빌었습니다.

 

그렇게 오토바이는 각방향으로 흩어졌고 잡히면 안된다는 일념 하나로

 

수풀속에 30분넘게 숨어있다가 잠잠해진 틈을 타 몰래 수풀에서 나왔고 인근 선유대교 공사현장을 살짝 둘러보니

 

폐기물과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에 낡은 자전거가 버려져 있는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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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전거는 기어 변경이 안되고 오른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분명 누군가 버려둔것이었고

 

저는 걷는것 보다 이게 나을거 같아 그 자전거를 챙겨 다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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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동경로]

 

 

칠흙같은 어둠속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무녀도 방향이 아닌, 선유도 둘레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저 방향은 섬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는 곳이라

 

근처에 있던 관광지도를 보고 다시 길을 찾아 선유대교 옆 다리를 건너

 

무녀도 초등학교 까지 미친듯이 페달을 밟았습니다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쉬지도 않고 페달을 밟다가 저멀리서

 

또다시 여러대의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고 저는 무녀도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미리 쓰지만 뭘 훔치거나 일하던곳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뭐 잘못하고 도망 나온건 절대 아닙니다

 

어쨋든 그 비닐 하우스는 문이 없는 구조였고 각종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창고? 였는데

 

자전거와 함께 몸을 숨겨 불빛이 지나가길 기다렸어요.

 

문득 어디서 부터 잘못 된걸까

 

내가 그때 왜 이곳에 오겠다는 선택을 한걸까 라는 후회와

 

땀에 절어 비참한 모습으로 숨어있던 제 모습을 보곤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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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빨리 나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오토바이 불빛이 멀어지고나서 몸을 숨겻던 비닐하우스 안에 있던

 

작은 생수병을 하나 챙겨 다시 길을 나섰고 그렇게 미친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신시도 까지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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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이동경로]

 

 

그렇게 무녀도를 지나 신시도로 이동하던 도중

 

너무 지쳐서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내쉬고 있을때 짤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곳에서

 

야심한 새벽에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걸어가던 한 아저씨를 마주쳤습니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 너무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에 바로 자전거에 올라타 떠나려고 했는데

 

그 아저씨는 무슨일이 있엇냐며 저에게 물어봤고 그냥.. 그냥 군산으로 가려고 한다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여기서 나가 군산으로 가는 중이라고

 

그랬더니 그 이름 모를 아저씨는 아스팔트 차도를 계속 따라가다가

 

새만금방조제로 통하는 길이 두개로 갈라지는데 야미도쪽으로 가야 군산시내로 나갈수 있다는

 

말을 해주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담배 한가치와 라이터를 건네주며 조심히 가라고 한뒤

 

터덜 터덜 자기 갈길을 떠나더군요

 

달빛이 약했던 밤이라 얼굴조차 확인 하지 못했지만

 

그 아저씨가 건네준 담배를 한가치 피우고 다시 신시도로 페달을 밟았고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때 새만금 방조제 끝에 있던 한 휴게소에 도착했고

 

그때쯤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며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작정 아는 사람도 없는 군산 시내로 달리고 또 달렸고 다리에는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무작정 달렸습니다

 

가는길에 간간히 다리에서 새벽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보였고

 

그때 그 사람들 한테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청해볼까 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몇번은 바다에서 차도쪽으로 다가오는 어선들이 있엇는데

 

저를 잡으러 오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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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이동경로]

 

 

그렇게 해가 뜰 무렵 새만금방조제에 도착했고

 

쉴새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던 저는 다리가 풀려 방조제 중간쯤에 있던

 

돌고래 쉼터라는 곳에서 주저 앉았습니다

 

공용화장실이 개방 되있엇는데

 

배타고 일할때 지갑을 분실했던 터라 카드를 재발급 받을때 쓸 신분증도 없었고

 

물하나 사먹을 돈이 없었던 저는 비닐하우스에 숨어있을때 챙겨왔던

 

생수병을 이용해 세면대에 물을받아 2병 분량을

 

쉴새없이 들이키고 근처 벤치에 몸을 눕히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깨어보니 약 한시간 정도 잠들어있엇던 저는 다시 군산 비응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당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무작정 군산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섬을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엇던 지라..

 

그렇게 비응항을 지나 시내에 진입하고 작은 마을 공원에 앉아 이제 어떡하지 하며 고민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개인 가족사로 인해 가족들과 연락을 안하던 때라 도움을 청할곳이 없었고

 

결국 근처 파출소에 들어가 경찰분들께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당시 파출소에 2명의 경찰이 있엇는데

 

나이가 좀 있고 계급이 높아 보였던 경찰분이 자초지종을 물어봤고

 

있는그대로 사정을 설명하니 음료수를 하나 주며 마시게 해주었고

 

만원짜리 한장을 주며 파출소를 나가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식당이 있으니까

 

밥을 먹고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배가 너무 고팠던 저는 허겁지겁 달려가 식사를 마치고 난뒤

 

다시 파출소로 가니 저에게 밥을 먹게해준 경찰분은 저를 경찰차에 태우고

 

한 교회로 이동 했습니다 자기가 아는 목사분이 하는 교회고 사정을 미리 말해뒀으니

 

3일정도 쉬게 해줄수 있다고 하더군요.

 

해당 교회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고나니 목사님은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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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거기서 3일 머물렀는데 하루 2끼 밥도 챙겨주셨고 다시 인천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저를 위해

 

교회 청소와 잡일을 시켜주고 3일치 일당으로 10만원을 챙겨 주셨습니다

 

청소와 잡일 까지 하면서 하루에 기껏해야 2~3시간 일을 했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3일이 지나고 교회 청소와 잡일을 하고 받은 돈을 챙겨 목사님과 교회 분들,

 

저를 교회까지 태워주시고 걱정 해주시던 경찰분에게 전화로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리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다시 다른 일을하고 월세방을 잡고 일하다 취직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문득 생각나서 한번 써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특정 지역 감정을 조장하기 위해 소설을 쓰거나

 

허위 사실을 쓰려는 의도는 절대 없으며 제가 겪었던 실화 입니다.

 

그때 당시 너무나도 무서웠고 공포스러웠던 그 기억들을 잊고 싶지만

 

평생 잊혀지지 않을거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때 그 갈림길에서 숨어있을때 들었던

 

절 보면 바로 잡으라던 그 목소리가 가끔씩 꿈에 나와

 

잠에서 깨곤 합니다. 

 

물론 모든 섬마을 분들이 저렇지는 않겠지만 저때 이후로

 

선유도 근처에도 안가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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