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 임대료 치솟자, 백종원도 밀려났다

알이즈웰 작성일 17.07.27 10: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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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싼 맛집들 많다는 입소문 나며 손님 몰리자 임대료 30% 폭등
    상권 일으킨 백씨 가게마저 떠나

    외식 한류 '8000원 쌈밥집' 등 젠트리피케이션에 타지로 옮겨
    강남구 "관광자원 잃었다" 한숨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51)씨는 1993년 강남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에 터를 잡고 쌈밥 전문점을 차렸다. 외식 업체 더본코리아의 대표인 백씨는 '새마을식당(돼지구이)' '본가(우삼겹)' '홍콩반점(중국 요리)' 등 음식 사업에 발을 넓혀 나갔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먹자골목에 가게를 하나씩 냈고, 고객 반응이 좋으면 눌러앉아 영업을 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당시는 이 지역에 음식점이 많지 않았고, 임대료 부담도 높지 않아 차근차근 매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씨는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나간다는 자부심과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가게는 19곳까지 늘렸다. 영동시장 먹자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백종원 거리'로 불리게 됐다. 이후 백씨는 다양한 '쿡방(요리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고, 중국과 일본 등 외국에도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백종원 거리'는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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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요즘… 싹 바뀐 가게들 -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 골목의 5층 건물. 1년 전엔 백씨의 회사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1층부터 3층까지 차지하고 있었지만(위 사진), 지금은 모두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다(아래 사진). /장련성 객원기자

하지만 최근 이곳에서 '백종원'이 사라지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던 19개 점포 중 현재 한신포차와 빽다방(카페) 등 5개만 남았다. 더본코리아는 "2년 전부터 논현동에서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가맹점 두 개 정도만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백씨의 가게가 떠난 자리엔 술집, 한의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들어오고 있다. 매장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점들이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영동시장 먹자골목의 현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00만원(33㎡ 기준) 정도다. 여기에 권리금이 1억원 정도 붙는다고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2년 전보다 임대료가 30% 정도 올랐다"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 1층의 경우 개인보다는 법인이 체인점을 내는 형태로 바뀐 지 5년쯤 됐다"고 말했다.

'백종원 거리'를 지역 관광특구처럼 여겼던 강남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하루 70~80명씩 '외식 문화 연수단'이 이곳으로 와서 가게들을 견학했다. 일본 돈 800엔(약 8 000원)으로 푸짐하게 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난 쌈밥집엔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 손님의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백씨의 매장들이 빠져나가면서 특색 있었던 관광 자원 하나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무실이 역삼동이라는 박희경(여·30)씨는 "논현동 먹자골목은 맛집보다는 저렴하고 모이기 쉬워 자주 찾았다"며 "이런 식당들이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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