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씨 심은데 새싹이 났네요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8.12.02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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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3주째인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ㅎ
적당히 물만주고 있습니다.
딱히 손가는 일은 없지만
기다리는 일이 가장 힘드네요
그래도 새싹을 들여다보면서 참 갸륵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5년전 가을쯤에 커피나무를 기른적이 있어요.
당시 건강이 무척 안좋았던 저는 집안에만 틀어박혀있어야 했는데요
어느날 어머니께서 커피나무 종자를 가져오셨어요. 정서에 좋을것 같다고..
내심 귀찮기도하고 해서 심드렁히 키우는데
정말 이녀석은 어떤 환경이든지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자라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살짝 감동을 받았어요.
식물조차 저렇게 크는데, 나도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랄까요
열심히 자라던 커피나무를 친구삼아 재활치료도 잘 받고, 공부도 하며 조금씩 나아갔지요.
그런데 어느 추운날, 비가 내렸어요. 그리고 창가에 있던 커피나무가 냉해를 크게입어버렸어요. 제가 비가오는데 창문을 깜빡하고 열어둔겁니다.
밤중에 꽃집을 찾아가서 얘좀 살려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꽃집 주인 분이 거의 가망이 없지만 여기에 두시고 며칠 두고 보시라고 말했습니다.
그후로 매일 꽃집을 찾아갔어요. 그 많고 푸르던 잎들이 냉해에 다 떨어지고, 간신히 맨위에 있던 나뭇잎한개만 붙어있었어요. 그렇지만 녀석은 포기하지않고 계속 새잎을 냈어요.
어찌나 미안하고 고맙던지요. 이제 다시는 그 아픔속에 빠뜨리지않겠다고 다짐을하고 녀석도 차차 회복해나가 집에 다시 들일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외출하고 돌아와보니 그 마지막 잎조차 큰 냉해를 입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청소하시던 도중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창가에 있던 커피나무가 다시 냉해를 입은거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처절하게 버티던 녀석에게 마지막 넉아웃 펀치를 날려버린거죠.
어머님께 내색하진 않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던 친구, 내 의지가 되어준 고마운 친구를 그렇게 보낼줄 몰랐어요.
그 때 이후 노력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노력을 아무리해도 안되는일이 이렇게 많은데
난 왜 바득바득 노력하며 살아야하나..
저는 회복했지만 이 회의감 때문에 예전만큼의 집중력과 의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어요. 다시 식물을 키우고싶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건강에 적신호가 왔습니다.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지만 회의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그 커피나무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식물을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감나무씨앗을 심게 된건데.. 자라나주어 정말 고맙네요. 저도 조금씩 최선을 다해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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