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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열전 | 영화
  • 사자 - 그래...뭘 하려는진 알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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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즈
  • 19.08.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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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아.....

     

    네, 뭐 보고 왔습니다.

     

    은근슬쩍 엑시트를 보자고 눈치를 줬건만

    박서준을 보고 싶고, 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길래

    그래, 어차피 피하지 못할거면 어떤 영화인지 확인해보러 갔습니다.

     

    1. 혼자 질주하는 감정선.


    이 영화가 노골적으로 차기작을 의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진작에 들었기에

    초반 박서준(극 중 용후)의 서사는 그럭저럭 견뎠습니다.

    유치하지만 극을 이끌고 나가야할 메인 캐릭터의 심리상태에 대해 관객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굉장히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기에 관객들이 지루할 수 있지만,

    초반 아역이 격하게 관객들의 멱살을 잡아끌고 밀어붙입니다.

     

     

    아역이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쪽이냐면 잘했다는 쪽입니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요.

    근데 초반 용후 아역의 연기가 너무 과해서 관객이 쫓아가기 버겁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는 모두 충분히 압니다.

    왜 용후가 신을 믿지 않게 되었는지, 왜 불신을 넘어 증오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도 알겠습니다.

    아버지와의 대사로 친절히 자알 알려주는데 모르면 바보지요.

    그런데 보는 내내 아역의 연기가 와닿지는 않습니다. 아직 관객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혼자 풀악셀을 밟고 달립니다.

    그 간극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은 장례식장에서 찾아온 신부에게 십자가를 집어던지는 장면일겁니다.

    '아 우리 용후가 많이 빡쳤구나. 신도 밉고 신부도 밉고 다 밉구나'를 표현하려는건 알겠습니다만,

    이제 10분이 지나가려는 와중에 그 격한 감정을 쫓아갈 수 있었을까요?

     

    차라리 신부에게 울고불고 매달리며 절절하게 끌고 나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혹시 흔한 한국영화의 신파코드로 보일까봐 격하게 갔을까요?

    이 영화 자체가 흔한 코드로 가득 차 있는데 굳이 그런 고민까지 했을까 싶긴 합니다만

    어쨌든 감독의 연출 역량의 문제가 아니었나 합니다.

     

    2. 진부하지만 괜찮아.

     

    뭐 어쨌든.

    이 영화가 시리즈의 첫걸음인만큼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성장한 용후가 박서준이 되어

    본격적인 엑소시즘에 뛰어드는 과정 자체는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

    뻔한 클리셰 덩어리라고 까던데, 사실 굳이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없이 장면이 주는 느낌만으로 흘러가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단점이라한다면 너무 뻔해서 좀 지루하다는거지만 박서준은 잘생겼으니 뭐 배우의 힘으로 커버 가능한 정도입니다.

     


     

    사실 이 장면은 크게 의미없는 씬이긴 한데...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여기서도 참 뻔합니다. 토속 무속인들을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 과거의 통념을 그대로 따릅니다.

    찾아온 손님에 무례하고(어째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더 무례하게 그려지더군요)

    반말 찍찍하면서 만능 키잡이로 나오는 그런 형태가 참으로 진부했습니다.

     

    검은 사제들에서 나온 무속인이 같이 퇴마에 협력하는 동업자의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철저하게 들러리 역할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장례식장에서 십자가 맞은 신부님과 동급일 정도로.

     

    쓰면서 느끼는건데 감독이 애정하는(관심있는) 캐릭터들과 아닌 캐릭터들이 정말 극명하게 갈렸었네요.

     

    그러나 이렇게 뭔가 있어보이게 나오는 캐릭터들도 딱 그 순간만 중요하게 쓰여지고 다시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 처리한 덕분에

    관객들의 관심이 주연배우들에게 온전히 쏠릴 수 있었으니 뭐 괜찮겠죠.

     

    3. 엑소시즘 영화에 엑소시스트가 있고 없고.

     


     

    전 안성기님의 연기를 좋아합니다.

    특유의 진중함과 능글거림이 특유의 연기력은 알맞은 배역만 만나면 극 중 최고 존재감으로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약점은 안성기님의 존재 유무입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검은사제들의 영향도 있을거고

    한국형 엑소시즘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고 싶어서였을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포스터나 예고편부터 그걸 의도하지 않았었나요?

     

    때문에 이 영화는 비현실적인 영화임에도 엑소시즘이 가능한 구마사제, 안성기님이 나오는 순간

    비로소 영화의 현실감 혹은 안정감이 더해집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그 지점이 채워지는 순간이니까요.

    라틴어로 기도를 하고, 성수를 뿌리고, 성물로 보호하고. 검은사제에서 잘 보여줬던 그런것의 연장선들.

    수녀님들과 처절하게 기도하며 악마들과 대항하는 장면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입니다.

     

    문제는 박서준의 존재입니다.

    박서준은 성흔 한방으로 악마를 요단강 편도티켓 끊어주는 절대자처럼 나오지요.

    어느 정도냐면 이 능력이 너무 사기적이라 영화 내에서 초반에 '이거 안쓸거에요'하면서 인물 스스로가 장갑으로 덮습니다.

    굉장히 사기적이라 악역이 그토록 원했던 인간으로서의 영생따위 버려버리고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을 정도로

    원펀맨급 능력을 갖고 있는거죠.

     

    박서준의 존재는 안성기의 필요성을 없애버립니다.

    그러나 영화는 안성기의 존재로 인해, 구마사제가 행하는 엑소시즘으로 인해 그나마 현실성을 유지합니다.

    이 밸런스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다가

    극 중 안성기님이 리타이어되는 순간 확연하게 깨지게 됩니다.

    비현실적인 영화인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저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죠.

     


    4. 이 영화는 엑소시즘 영화가 아니다.




    자, 정리해봅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서준입니다. 안성기님은 조연이죠.

    박서준을 중심에 놓고 보면 영화의 흐름이 이해가 갑니다.

     

    왜 초반 격한 감정으로 박서준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표현했는지.

    왜 뜬금없이 박서준이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왜 박서준이 원펀맨으로 활약하게 되었는지.

    왜 마지막에 가서는 유치하게도 불주먹 에이스로 각성하게 되었는지.

     

    흐름이 보이십니까?

    네. 이 영화는 엑소시즘 영화가 아닙니다.

    박서준이 메인이 되는 히어로 영화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루한 서사를 깔고, 지루한 클리셰를 깔면서도 박서준을 메인으로 끌고 가는거죠.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안성기, 구마사제가 메인이었다고 생각하고 극을 끌고 가 봅시다.

    안성기의 젊은 사제 시절에 구마사제가 되기 위해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을거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겁니다.

    악마의 모습에 방황하고 주저했지만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구마사제로서의 헌신을 각오하게 되었겠죠.

    그러던 중 한국에 검은 사제(검은 신부였나요?)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파되고,

    보조사제로 자원한 최신부와 함께 어렵게 어렵게 구마의식을 이어가죠.

    그러다 악마를 한방에 요단강으로 보낼 성흔을 갖고 있는 사내를 만나게 되고,

    그 사내가 갖고 있는 신에 대한 불신의 시작점에는 검은사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20년 동안 갖고 있었던 뿌리 깊은 증오로 인해 쉽사리 도움을 주지 않지요.

     

    자, 그냥 글을 쓰면서 대충 끄적여봤지만 이정도면 엑소시즘이 메인이 되는 영화가 되기에 충분할 것 같고,

    사기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박서준을 극의 뒤로 돌리면서 그 능력을 제한할 명분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박서준의, 박서준에 의한, 박서준을 위한 영화가 되고 싶었던겁니다.

    적어도 감독은 그렇게 만들기를 원했던겁니다.

     

    그러면서 구마의식이라는 소재 자체는 놓치고 싶지 않았고.

    박서준이 악마들을 뻥뻥 물리치는 액션활극 히어로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겁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은 손:더 게스트보다도 못한 엑소시즘 영화가 되었습니다.

     


    5. 히어로물로 보자면 더 최악이다.

     

    그렇다면 히어로물로써의 이 영화는 어떨까요?

     

    히어로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몇가지 있습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 설득력있는 세계관. 그리고 악당과 영웅의 파워밸런스.

     

    이 영화는 파워밸런스가 완전히 깨져있습니다.

    깨져있는 파워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인물 스스로가 성흔을 봉인하던가,

    갑자기 최상급 격투가로서의 모습이나 판단력이 상실된다던가하는

    자체 너프를 순간순간 먹이게 됩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서 능력이 왔다갔다하는 히어로물이 어떤 꼴이 되는지는

    '염력'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잘 알게 되실겁니다.

    못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어쨌든 인상적인 엑소시즘도, 인상적인 활극도 없이 미묘한 이 영화는

    결국 보고 나오면 에이스 불주먹만이 떠오르는 영화가 되고 만 것입니다.

     

     

    6. 그래서, 후속작은 뭘로 만들거냐?

     

    여기까지 왔으니 가장 궁금한 것은,

    그래서 후속작으로 나온다는 최신부가 나오는 그 영화는

    과연 무슨 장르로 나오는지 궁금해질 뿐입니다.

     

    시리즈 물을 생각했다면서 첫편을 이정도로 이것저것 섞어찌개로 만들어버려서 이도저도 아니게 해놨는데

    후속편은 어떻게 만들려고 당당히 쿠키영상을 박아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전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력적인 세계관이 연장되어서 다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시그널2를 기대하는거고 비밀의 숲2를 원하는거죠.

     

    그치만 가장 큰 전제조건은 '매력적인 세계관'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어야하는겁니다.

    왜 이 영화가 욕쳐먹고 있는지 감독 스스로 생각해보시고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대충 때우려는 조잡한 짓은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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