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교회의 상황(퍼온글)

이러지마세유 작성일 20.03.24 10: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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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동교회를 섬기고 계신 목사님의 페북 글입니다. 지금 교회 예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너무 위축되지 마시라고 공유합니다. ^^

예배 "강행" 표현 유감, 심히 유감!
(내 페북 글 중 유일하게 전체공개이다)

1. 최근 몇 주 주말만 되면 언론에서 교회 협박용(?)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기 위해 우리 정부와 언론들이 참 노력하고 있다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노력에 교회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표현이 정확하지 않고, 상당히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특정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별로 공정하지도 않은 것을 본다. 종교 집회에 경고장? 주말 예배 강행? 예배 강행 교회들 걱정? 왜 하필 교회의 예배에 대해서만 “강행”한다고 하는가?

2. 우리 교회는 예배를 강행하지 않는다. 그냥 예배 드린다. 정부가 정해준 방역 수칙 100% 정확하게 이행하면서, 예배를 드린다. 매일 방역, 주말 집중 방역, 출입자 명단 기록, 개인간 최소 2m 간격유지, 출입시 체온점검, 손소독, 마스크착용, 공간밀집도 감안해서 예배부수당 인원제한, 예배실 수시 환기 등등, 관공서보다도 더 철저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면서 예배드린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평소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확 줄은 소수인원이 자발적으로 모인다. 3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예배실에 겨우 30명 정도가 개인 간격 2m이상 떨어져 널찍하게 앉아서, 무조건 마스크 착용하고, 인사는 목례로 대신하고, 예배 마치면 곧바로 귀가 조치한다. 다른 거 다 안하고 딱 하나 예배 1시간 드린다. 그 1시간을 위해서 우리 교역자들은 매일 교회를 방역하고 있다.

3. 만약 이런 우리 교회를 향해서도, 예배를 “강행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코로나 확산 중에도 직장출근 강행? 공무원들 정상출근 강행? 언론인들 취재 강행? 지하철 및 대중교통 운행 강행? 클럽 오픈 강행? 이 와중에 음식점 영업 강행? 마트 영업강행, 커피숍 운영 강행? 학원수업 강행? 가까운 한 유명한 프렌챠이즈 커피숍을 들렀는데, 우리교회 예배보다 최소 4~5배가 넘는 밀집도 중에도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1시간 딱 예배드리고 헤어지지만, 거기에는 최소 2시간 이상 최고 하루종일 머무는 카공족들이 부지기수였다. 점심시간에 영업을 “강행”하는 한 음식점을 들렀는데,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빡빡하게 앉아서 음식들 잘도 먹고 있었다. 여기서 가까운 대치동의 학원들 중에서 70% 이상이 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교회보다 훨씬 높은 밀집도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강행”하는 것들이 많은데, 왜 하필 교회만 예배를 “강행”한다고 비난을 할까.

4. 당신들은 예배를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 돈벌이가 예배에 우선하고, 자녀들 학원수업이 예배에 우선하고, 밥먹는 것이 예배에 우선하고, 운동하는 것이 예배에 우선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들 기준에서 예배는 개인적인 여가생활이고, 개인적 취미, 사적인 종교행위 그 이상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에게 예배란 생명이다. 경제활동보다 예배가 우선이다. 아이 학원수업보다 예배가 우선이다. 심지어 굶어도 예배는 드려야 한다. 예배는 나의 존재 이유이며 존재 그 자체이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나와 같은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자발적으로 되도록 온라인 예배를 드리도록 권면하지만(그래서 다수가 온라인으로 전환했지만), 그럼에도 온라인예배가 불가능한 소수의 분들이 있다. 방역의 원칙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행할 자유를 존중할 수 없는가? 상식의 문제? 당신 빼고 다 미개인인줄 아는가. 교회의 사회적 책임? 나도 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 때문에 개인(양심)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나? 당신들은 당신의 자유로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강행"하고 있지 않는가.

5. 대답해보라. 지금 대한민국 그 어디에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곳이 어디있나? 최대한 방역의 원칙을 잘 준수하면서, 각자의 자유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닌가. 그 자유민주주의 때문에 당신들도 할 말을 하고 있지 않나. 언론이 이런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역행하고, 특정 종교에 대해서 혐오를 더 부추기면서, 클릭수를 더 늘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기사와 제목을 사용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이 나라와 국민을 조각조각 내고 있다. 교양있는 자유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거기에 놀아나지 말기 바란다. 만약 정부가 유럽이나 미국처럼 아예 다른 모든 것을 폐쇄시키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교회가 오프라인 예배를 고집한다면, 그 때 예배 “강행”이라고 표현한다면 나도 상당히 동의할 수 있겠다. 언어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하인리히 뵐). 책임있는 공직자, 책임있는 정론이라면 그 표현이 더욱 신중하고 무게있어야 할 것이다.

추신: 이 글은 현 상황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예배의 정당성/부당성을 논쟁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현재 일부(?) 공직자들과 언론들의 표현이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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