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공부와 하늘을 수놓는, 도시의 전광판 별들. [자작 똥 시]

경종 작성일 16.11.10 0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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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공부와 하늘을 수놓는, 도시의 전광판 별들.>

 

우리가 외우는 공부와,

밤하늘의 차이가 있다면,

 

공부는 외우는 것이지만,

밤하늘은 느낀다는 것이다.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들.

수많은 별들 아래에는,

크리스마스로 접근하며

파란 돌풍을 맞이하는 때에,

 

우리집 베란다 밖

조그만 도시의,

곳곳의 전광판과.

 

길거리의 불빛과.

 

지나는 차들과.

 

내려보이는 집들의 방 안을 하얗게 비추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등들.

 

움직이는 물체는 자동차요,

자동차에 장착된 컴퓨터는 그 운전자다.

 

그 운전자를 인식하는 것은 나의 뇌요,

그들을 보는 것은 나의 눈이다.

 

무엇도 어떤 빈칸에 무엇을 채워넣어야 한다고

쫓길 필요도, 답답한 숨을 들이킬 필요도 없다.

 

밤하늘을 시원하게,

또는 추워서 앙증맞게 들이마시는 가운데,

 

추락할까 두려워 하는,

우리가 매사 휩싸이는 세상사의 두려움 속에,

 

그것은 마치,

인공의 아파트 꼭대기 위에

베란다를 짓고 떨어지면 죽는,

 

시험의 빈칸 네모 밖 낭떠러지 같았다.

OMR 카드의 빈자리를 클릭하면,

삐익 오답이고,

 

그것이 어찌 이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우리의

권리와 시간을 뺐는단 말인가.

 

구글과 IT 기업들.

돈을 추구하고,

또 그 돈으로 사람들을 부리며,

세상을 편리하게 하기도 하지만,

 

또한 Ai로 벼랑의 베란다 문제를,

확률적인 예측으로 맞춘다지만,

 

또다시 알파고로 이기고 지고의 기준과,

그것을 통한 우리의 일시적 열광만 추구한다면,

 

이 밤하늘의 호흡은 영원히 잊혀지는 기억이 되고만 말 것이다.

 

속세의 삶.

우리 모두 세상에 속해있으니,

세속인이다.

 

모든 걱정과 다른 문제들을 제껴두고,

이 밤하늘을,

크리스마스와,

트리에 걸린 반짝이는 조형물들로 느껴봤으니,

 

글은 글이되,

우리는 책상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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