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서 생긴 일 7

hyundc 작성일 13.11.25 16: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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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제가 어느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겁니다.

어디 높은 천정 같은 곳에 올라가 있는데 아래 구멍이 뚫려 있어 내려다 보니 저 아래쪽으로는 수영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높이가 굉장히 까마득하게 높게 느껴집니다.

저는 천장 위에 갇혀있고 아래 수영장인지 목욕탕인지 에서는 사람들이 굉장히 즐겁게 놀고 있고.

 

당황한 마음에 내가 여길 어떻게 올라 와있지? 도대체 어떻게 내려 가는 거야?

라고 생각에 당황하고 있는데 저 안쪽 에서 누군가 걸어 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저 아래로 내려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 는걸 물어 보려고 그 사람을 쳐다 보고 있자니 웬 여자 더군요.

 

얼굴 반에 화상을 입은…………

 

꿈속에서도 정말 깜짝 놀라 몸이 얼음이 되어 있는데 제 몇미터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저를 그냥 쳐다보고 있는거예요.

 

그런데 그 표정이 뭐 랄까 조소가 담긴 웃음을 짓듯이 일술 반만 슬쩍 꼬리가 올라가서 웃고 있습니다. 화상 당하지 않은 쪽으로.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 상태에서 잠을 깼어요.

한동안 멍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죠.

너무 무섭기도 하구요.

그때든 생각이 '이 여자가 나한테 옮겨 왔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데 일견 또 생각해 보면 같은 여자 같긴 한데 탤런트가 말한 상황 하고는 많이 다른 거예요.

그녀 꿈속 에서는 어둠속에서 스윽~ 하고 자기 얼굴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 댄다고 했었거든요.

 

 

이쯤되니 탤런트가 문제가 아니라 제 가 그 여자의 정체를 빨리 알고 싶은 욕망이 듭니다.

 

 

 

 

 

일어나서 그날 오후에 전 백뚱을 만났습니다.

종로3가 어디께 쯤에 당시 보기 흔했던 카페? 레스토랑? 호프집? 여튼 그런 곳 으로 기억합니다.

남은 죽겠는데 그녀는 여전히 아주 명랑하고 쾌활 하더군요.

 

전날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이야기 해주고 제가 궁금해 하던 점들을 이것 저것 물어 보기 시작 했습니다.

제 제일 큰 관심은 언젠가 백뚱이 말했던 '인연' 이라는 부분들 이었죠.

제 생각에는 저를 제외하고 그 세명은 뭔가 연결 고리가 만들어 진다고 생각 했었거든요.

 

"나도 처음에는 오빠가 여기 왜 껴있나 궁금 했어. 오빠는 전혀 쓸데 없는 사람 이잖아? ㅋㅋ"

라고 말하며 웃더군요.

 

"그래서 처음에 오빠는 집에 되돌려 보내려고 얘기 좀 하자고 문자 보냈는데 오빠가 싫다 그러더라?"

!,  그제서야 그때 그녀가 제게 -잠깐 둘이서 따로 보자- 고 문자를 보냈던게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저희 모임에서 소품녀석이 하는 역할이 뭔지 물어 봤어요.

저는 나름 그 녀석이 중요한 키를 쥐고 있지 않을까 생각 했거든요.

 

"그 오빠? 그 오빠는 말하자면 음……..그냥 선무당이지"

"선무당 이라니? 개도 그럼 무속인 인가?" 라고 물었습니다.

"아니 지금은 아니고 이제 곧 그렇게 될거야 ㅋㅋ" 라고 웃는 거예요.

 

생맥에 안주로 시켜 놓은 치킨을 열심히 뜯으며 이야기 합니다.

 

"그 오빠는 신을 모셔야 하는데 본인이 모르는 건지 아님 거부 하는 건지 안받고 있잖아, 그거 몸주들이 보기엔 아주 괘씸한 거거든. 근데 그 오빠야 말로 어설프게 그 방에 껴있다가 엮인거지.   그래서 내가 몸에 충전을 아주 빵빵 하게 해 줬어"

 

"빵빵하게 충전을 하다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산신기도를 간다거나 하는건 어떻게 보자면 다 쓴 베터리 재충전 하는거 하고 비슷해.  그런데 그 방식이 꼭 산신 기도를 간다거나 그런 방법만 있는건 아니거든.   그래서 내가 다른 방법으로 장난 좀 치고 충전 해 줬어 ㅋㅋ  그 오빠 지금쯤 여태까지 안보이고 안 들리던 이런저런것들 갑자기 보이고 장난 아닐걸?"  이라고 말 합니다.

 

그러자 어제 녀석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한것도 기억 나더군요.

 그리고 예전 소품 녀석이 백뚱과 밤을 보낸후 제가 음란마귀에서 구해 준거라고 낄낄 대던 기억도 나구요.

생각해보니 그 녀석도 처음에는 화상 당한 여자의 형상이 사진처럼 보인다고 했었는데 어느날 인가 움지이는 슬라이드 처럼 보인다고 말 하던게 기억 나더군요.

 

그렇게 복기해 들어가며 생각해보니 녀석이 그 여자의 사고 난 영상을 본걸 이야기 해준 것도 백뚱과 자고난 이후 였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며 맥주를 마시는데 맥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수가 없을 지경 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일련의 일들이 그 얼굴에 화상 당한 여자가 우리를 다 모이게 만들어서 벌어지는 일인건가?"

 

"뭐래? 이 오빠 바보 아냐? 그 여자가 왜 우리를 모이게 만들어.  그 여자는 아니고, 아마 탤런트 언니 조상신이나 수호신이나 뭐 그런 존재 겠지. 오빠를 부른 것도 그 수호령 일테고" 라고 갈수록 알수 없는 말을 합니다.

백뚱이 계속 말 했습니다.

"그 언니 꿈에 화상입은 여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 언니가 전 남친한테 헤어 지자 그랬던 시점 이었거든"

"그래? 그건 어떻게 알았어?"

"둘이 있을 때 내가 물어봤지 뭔가 집히는게 있어서"

"근데 탤런트가 지 남친이랑 헤어진건 얼마 전 이라던데? 그 여자 꿈에 나온 건 몇 개월 됐다며?"

"그건 이제 결정적으로 헤어진 거고 사실 그 전부터 그만 만나자고 이야기 했었던 거고"

"그럼 그 얼굴에 화상 당한 여자는 왜 탤런트를 괴롭혀? 이미 헤어졌는데?"

", 이 오빠 진짜 밥통이네, 헤어지라고 자꾸 나타난게 아냐, 그 여자는 그 둘을 계속 엮을라구 나타났던 거라구. 근데 그게 역효과여서 문제지만"

"?"

 

뒤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 맞은 것 같더군요.

 

"그러면 너는 처음부터 그런게 다 보였던 거야?" 라고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전혀. 나도 단편적인 그림들만 보였지.  그 화상 당한 여자 정체도 잘 몰랐고.  대충적인 그림들이 그렇길래 그냥 오빠는 끼어들지 말고 빠지라 그랬던 거야. 다칠까봐. 뭐 사실 처음에는 오빠하고도 어떻게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대충 그림이 그려지길래 그만뒀어.  그리고 난 탤런트 언니랑 둘이 자주 봤잖아.  언니는 오빠 많이 좋아해"

 

라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야기 합니다.

 

"탤런트 언니는 오빠를 많이 좋아 하면서 티도 못내고 있길래 질투심 유발 좀 시켜보려고 했었는데 어떤 멍청한 인간 때문에 잘 안돼 더라구 ㅋㅋㅋ"

 

얘기를 하고있자니 백뚱의 매력이 이런 엉뚱함과 천진 발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랄까 이상한 소리를 한다거나 어이없는 행동을 해도 이상하게 밉지 않아 보이는 그런 캐릭터 였거든요.

그래서 편한 마음에 말도 막 던지게 되고 그런데 일반적인 여자 아이들은 삐져서 몇일간 말도 안할 만한 얘기들을 들어도 헤헤 거리며 잘 웃고.

 

백뚱이 계속 말을 이어 갑니다.

 

"얘기 들어 봤더니 처음에 탤런트 언니 남친이 엄청 쫒아 다녀서 만났대.  근데 사귀는 내내 거짓말도 많이 하고 술 먹으면 폭력성도 좀 있고 그랬나봐.  그런데도 그걸 꾹 참고 그렇게 오래 연애한걸 보면 그 언니도 참 어지간해.  그러니 그 언니 수호령은 어떤 수를 써서든 떼어놓고 싶은 거였겠지" 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 그 탤런트를 구해줄 타겟이 된게 나란 말이야?"

"글쎄, 뭐 아마 그렇지 않을까? 어찌됐건 결과가 이렇게 된걸 보면?"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자 생각이 많아 집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혹은 하루를 살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대부분의 스치는 인연외에 무언가 '특별한' 관계가 형성 될 때는 사람이 말로 설명 할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 하는 것일까요?

 

내 친 김에 제가 계속 물어 봤습니다.

 

"그럼 그런거 말고 해결 방법 같은건 없을까? 일단 탤런트가 저렇게 시달리다 애가 어떻게 될지 모를 지경 이잖아? 슬슬 내 꿈에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니가 굿이나 진혼제 같은거 해주면 안돼?" 라고 하자 그녀가 갑자기 빤히 저를 쳐다 봅니다.

 

한참을 저를 빤히 쳐다 보다  먹던걸 내려 놓고 혼자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 하 더군요.

말이 없어진 그녀를 보고 저는 속으로 '이런 말은 하면 안돼는 말인가?' 라고 생각도 들었다가 '돈 때문에 그러나? 굿을 하면 돈이 만만찮게 들어 간다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저런 조바심이 들기 시작 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백뚱이 그러더군요.

 

"그건 해결 방안이 될수 없을거야. 이건 그런 일반적인 일 들은 아니니까" 라고 말합니다.

 

저는 문득 '그런 일반적인 일' 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잘 이해 하지 못 하겠더군요.

그런데 차마 그날 그 자리에서 더 자세히 물어 보지못했어요

차라리 '굿을 하려거나 천도제를 지내려면 돈이 들어간다' 고 쿨하게 말해주면 돈이야 어떻게든 해볼텐데 말이죠.

 

 

 

그날은 일단 백뚱도 '자기가 지금 뭘 어떻게 할수 있는건 없다' 정도의 이야기만 듣고 헤어 졌습니다.

 

다행히 그 후 제 꿈에 화상 입은 여자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그 일에서 탈피 하고 싶었습니다.

아마 방배동 모텔에서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지 않았을까 생각 합니다.

한동안은 계속 공포감에 사로 잡혀 지냈거든요.

그렇게 뭔가 답이 나올 때 까지는 녀석들과 연락을 피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게

 

시간이 갈수록 탤런트가 계속 생각 나는 거예요.

그녀가 웃던 얼굴, 힘들어 하던 얼굴, 같이 걷던 길 뭐 그런 것들이요.

거기다 결정 적으로 방배동 모텔에서 나온 후에 그녀를 집에다 데려다 주며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힘없이 집으로 너털 거리며 들어가는 애처러운 그녀의 뒷모습 들이 오버랩 되어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성 되기 시작 합니다.  

처음에는 어쩌다 문득, 문득 생각이 들기 시작 하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 생각이 거대하게 부풀어 갔습니다.  마치 고장난 밸브에 꽂혀진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말이죠.

 

 

며칠후 저는 다시 백뚱에게 전화 했습니다

 

", 너 그냥 쿨하게 탤런트한테 굿이나 그런거 좀 해주면 안돼냐? 얼마 드는지 모르지만 돈은 내가 낼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백뚱이 그러 더군요.

 

"굿이나 그런걸로 해결될게 아닐텐데………."

"그럼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해결 해야 되는건데? 탤런트 개는 계속 저렇게 살아야 되는거야?  아님 그 불한당 같은 헤어진 남친하고 결혼이라도 해야 되는 거야?  ,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아야지 저게 뭐냐? 저게 멀쩡히 산사람이 귀신한테 시달림이나 받고 있고"

 

"근데 이런 건 첨이라 나도 어떻해야 될지 몰라서……….." 

 

그 말에 저는 더 화가 나더군요.

 

"니 능력으로 해결이 안되면 다른 누구 있을거 아냐? 소개라도 좀 시켜 주던지" 저는 내친김에 백뚱에게 강짜를 부리기 시작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한참을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백뚱이 이야기 합니다.

 

 

 

"오빠, 그 얼굴에 화상당한 여자………."

 

 

 

 

그리고는 또 한참을 뜸을 들입니다.

 

 

 

 

 

 

 

"그 여자……………. 죽은 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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