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데레 상병선임..

Tat 작성일 13.12.06 14: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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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군대를 조금 늦게 갔습니다.

자대 가니 동갑들이 상병~말년까지.. 자대전입 며칠만에 동갑인 한 명은 전역을 하고.. 뭐 그정도 늦게 갔네요.

 

다른 부대는 모르겠고..(전반적으로 비슷하긴 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내무실에서 코미디 하는 건 말년들 그냥 무게 잡는 건 물병장들 군기 잡는 건 상병꺾 이상들.. 뭐 대충 그랬고

청소라던가 후임들 관리 신병들 점검, 타소대와의 경쟁 마찰 등등에 앞장서는 게 막 상병 꺾인 이들이었죠.

 

제가 이등병 노란 견장 막 떨어지고 내무실 바닥, 걸레 등등을 하던 때 저랑 동갑이던 길모 선임이 막 상병 꺾이고

위의 것들을 담당해서 애들을 쪼기 시작할 무렵... 군대가 다 그렇지만 철원 땅에는 가을 없이 겨울이 바로 오더군요.

 

이등병 주제에 군기가 빠져서 그만 감기 몸살에 걸렸고, 열이 높아 강제로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싶을 정도로 다들 갈구고 잔소리하고.. 아픈 것도 서러운데..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여튼 반 비몽사몽간에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움직이려 하면 또 아픈 놈이 움직이려 한다고 갈구고(사실 뭐 갈구는 건 아니죠..)

그러던 차에, 인사계가 내무실에 옵니다.

'저 XX 근무 어떻게 할 거?'

진심으로 내무실에 찬바람이 불더군요. 그와중에 저는 제가 근무 나가겠다고. 갈 수 있다고 그러고 있고.

옆에서 그 길모 상병이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빠져가지고 이등병 새X가 아프다고 뭐라뭐라뭐라뭐라....

근데, 그런 소리를 늘어놓는 와중에 주섬주섬 전투복을 입고 단독군장 꺼내고 하더니... 자기가 근무 가버립니다.

이등병 초반 근무는 병장선이랑 같이 넣게 되어 있어서 제 근무를 자기가 나가면 상병 꺾인 짬에 부사수로 나가야 하는데

별 말도 없이 그렇게 근무를 대신 나가 주더군요.. 정말 눈물나게 고맙고 미안하고 뭐 그랬습니다.

 

물이 얼기 시작하면서 식기세척장에 수도 동파 방지용으로 난로를 하나 피웁니다. 그 위에는 주전자 하나 올려 놓고

원래 간부들, 병장들 식기세척용으로 씁니다.(겨울에 기름기 잘 안 빠지니까..)

저녁 청소시간에 걸레 빨러 가면 위의 길모상병이 따라와서 갈굼니다. 걸레 그 따위로밖에 못 빠느냐 제대로 안 짜냐... 등등

어느 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갈구다가 난로로 가더니 또 욕을 합니다.

'X발, 주전자 물 왜 안 갈아놓냐. 이거 누가 쓰라고 하루종일 물 안갈고 냅두냐.....뭐라뭐라뭐라뭐라..'

그러더니 그 주전자 물을 버릴 듯 들고 와서 걸레 빠는 대야에 부어서 따뜻한 정도로 만들더니 '손 담궈' 한 마디 합니다..

 

길모 상병은 겨울에만 보일러를 담당했습니다. 근무를 격일 정도로 빼주긴 하지만 매일 저녁에 한 번, 새벽에 한 번

잠 제대로 못자면서 그러는 것도 피곤했을 겁니다. 어느 날은 근무시간 확인 하다가 우리 소대 두명이 같은 동초로

보일러 트는 시간에 근무 서는 걸 확인합니다. 그 날 소대 분위기 안 좋은 편이었는데, 자기 전에 인상쓰며 한 마디 합니다.

'XX랑 XX 있다 동초 돌 때 보일러실 내려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갈굼 당하자.. 하는 마음으로 동초 돌다가 보일러실로 갑니다.

'앉아'

한마디 하고는 아무말도 없습니다. 한 삼십분 말없이 있다가. 그냥 가랍니다.

나중에 말년되고 들은 이야기지만.. 추우니깐 쉬었다 가라는 거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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