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자동차 이야기 - 엔진오일은 승차감을 변화시킨다.

썬팅빌런 작성일 23.02.14 22:55:19
댓글 13조회 28,252추천 13

안녕하세요. 썬팅빌런 입니다.
이전 아이디는 마스터라이더 였습니다.

* 썬팅 짙게 해놓고 밤에 무단횡단 안보여서 사고내는거 볼때마다 킹받아서 바꿨습니다.(무단횡단이 더 잘못한건 맞아요. 오해 금지)


오늘 해볼 이야기는 엔진오일. 그것도 아무도 안알려주거나 다들 오해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킹받는 엔진오일 이야기
엔진오일 싼거로 자주가는게 좋을까요? 비싼거로 가끔 가는게 좋을까요?
엔진오일 비싼거 쓰느니, 싼거로 자주 갈아줘라.
와.. 오늘 글 쓴 이유가 이겁니다. 와.. 이말들을때마다 아주 킹받습니다. 아이디를 엔진오일빌런으로 바꾸고 싶어져요.

여기서 사람들이 오해하는게 있습니다.
비싼오일 쓰면 더 오랫동안 안갈아도 되겠지? 그러니까 그럴바엔 싼오일 자주 가는게 좋은거 아냐?
이런거죠.

이거 참.. 비싼오일이라고, 더 오래 쓸수 있는게 아닙니다. 교환주기 지켜줘야 하는건 싼거나 비싼거나 똑같습니다.
* 일부 롱라이플(장수명) 이라고 해서. 주행거리 얼마까지는 교환 안해도 된다 하는 것들 있습니다. 이런 오일들이 비쌀수는 있지만, 비싸다고 다 롱라이플은 아닌거죠.

그러면 왜 비싼 오일들 쓰는데? 거 차 성능이 더 좋아지길 하나 연비가 좋아지길 하나?

정확히는. 승차감이 변합니다. 그리고 내 차에 최적의 승차감을 주는 오일은 복불복입니다.

그래서 이런오일 저런오일 다 써보는 와중에, 비싼 오일들도 써보는것 뿐입니다.



1. 승차감 변화의 첫걸음. 엔진의 진동


자 이제 문제는. 승차감이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데요. 모든것의 시작은 바로 엔진의 진동으로 부터 최종적으로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몇가지 느낌이 달라집니다.
 


일단. 진동부터 설명을 시작하죠.

모든 물체이는 고유진동주파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유진동주파수와 고유공명주파수가 있고요.
이게 뭔말이냐 하면. 고유진동주파수는, 그 물체가 진동하는 진동의 주기와 폭을 말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물체에 충격이 가하거나, 흔들었을때 어떤 물체는 덜~덜~덜~덜 하고 떨리는 반면. 어떤 물체는 드르르르르 하고 떨리는거죠. 이게 고유진동주파수 이고요. 이 고유진동주파수에 맞춰서 그네를 밀듯이 힘을 가하게 되면 이 진동이 더 커지는게 고유공명주파수 입니다.
영화 엑스맨:데이오브퓨처 에서 보면, 퀵실버가 매그니토를 구출하러 감옥에 갔을때. 유리의 진동주파수에 맞춰서 손을 진동시킴으로써 진동을 증폭시키고, 결국은 유리가 깨지게 만들죠.
DC코믹스의 히어로중 하나인 플래시는 물체의 분자/원자단위의 진동주파수과 자신의 몸의 진동주파수를 동기화 시켜서 물체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다양한 조건에 의해서 조금씩 변화하게됩니다.

다시 엔진오일로 돌아가서.
엔진오일은 제품마다 점도(걸쭉한 정도)가 다 다릅니다. 규격이 똑같더라도 점도가 다 다르고요. 온도에 따라서도 이 점도가 또 달라집니다. 똑같은 엔진에다가 각각 다른 엔진오일을 넣으면, 중간에 윤활을 해주는 녀석이 어떤건 걸쭉하고, 어떤건 들 걸쭉하고 하니까. 엔진이 막 요동칠때 떨리는 정도가 달라지죠. 어떤 상황에서는 윤활유가 걸쭉한게 더 진동이 적을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윤활유가 묽은게 진동이 더 적을수도 있지요.

여기에 엔진오일 제조회사의 각종 노하우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마찰력을 줄여주는 성분을 더 넣기도 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저온에서 윤활유가 얼지 않도록 하는 성분을 넣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하죠.

뭐 여튼 그래서. 엔진오일에 따라 엔진의 진동이 달라진다. 이런 이야기 입니다.


2. 승차감을 향한 두번째 걸음. 마찰력

엔진의 진동 하나만으로 승차감을 체감하기엔 다소 부족합니다. 딸딸거리는 디젤 자동차와. 덜덜 거리는 가솔린 자동차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면, 엔진오일로 변한 진동정도로는 승차감을 크게 변화시킬순 없습니다.

오히려 엔진의 진동을 줄이겠다고 점도가 높은(걸쭉한) 윤활유를 넣으면 엔진은 걸쭉한 윤활유 때문에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에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역효과가 날수도 있는것이죠.

이때 등장하는게 마찰력입니다.
마찰력이 높게 되면 충격 자체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합니다. 힘의 방향성이 바뀌어 버립니다.
아스팔트 바닦에서 넘어지면 바로 땅에 처박혀서 크게 다치지만, 방판위에서 넘어지면, 미끄러지면서 덜 다치게 되죠.
바로 마찰력이 줄어들어서, 충격이 전부 전달되기 전에 미끄러져 버리는겁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냥 상황을 상상하셔서 저런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마찰력을 최대한 줄인다면, 진동으로 발생하는 힘의 방향을 틀어, 엔진의 출력으로 어느정도 바꿀수가 있습니다.
물론 출력상승은 매우 적으므로, 진동을 줄였다는것에 만족을 해야 하죠.

그리고 마찰력이 줄어들었다는것은, 엔진의 힘중에 마찰력을 이겨내기 위해 쓰는 힘이 그만큼 줄었다는 이야기 이므로, 엔진의 출력상승을 의미하게 됩니다.
* 정확히는 엔진의 출력손실이 줄어든겁니다.

엔진오일 제조사들은 이 마찰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합니다. 엔진오일을 구성하는 기름 자체가 미끌거리기는 하지만, 좀더 좀더 좀더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마찰저감제를 넣기도 하고, 점도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여러가지 합니다.

 

 

3. 마찰력의 나비효과. 변속 시점과 엔진 회전수의 변화

위에서 말한 엔진오일의 걸쭉한 정도와. 마찰력을 줄여주는 미끌거림이 합쳐지게 되면. 엔진은 그만큼 힘에서 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 극단적으로 말해서 평지인데 내리막을 가는 것 같은 상황이 되버리죠. 

 그리고 자동차의 컴퓨터(ECU)는 이런 판단을 합니다.(자동변속기 기준입니다)


 “어? 힘이 덜들어가네? 엔진 회전수를 낮추고 기어를 한단수 높여도 문제가 없겠다” 그리고 기어변속을 합니다. 
 반대로 엔진이 힘을 많이 손해보게 된다면. 컴퓨터는 이런 판단을 하겠죠.
 “어? 힘이 많이 필요하네? 기어를 한단수 내리던가, 엔진의 회전수를 높여서 힘을 늘려야 겠다”

이런식으로 같은 길에서 기어 단수의 차이가 날수도 있고, 엔진의 회전수가 차이가 날수도 있죠.
만약 전자의 상황이라면 차게 되게 가볍게 나가는 느낌을 받을것이고, 후자의 상황이라면 차가 힘을 잔뜩 쓰는 느낌을 받는거죠. 마치 언덕올라가는 느낌을 평지에서 받는거죠.


4. 이렇게 완성된 승차감

 

 이런식으로 엔진의 진동과 변속기의 변속 시점, 엔진의 회전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종적으로 운전자가 느끼는 차가 가볍게 나간다. 부드럽게 나간다. 무겁게 나간다. 쓸데없이 소리만 커진다(엔진 회전수만 높아지고 속도는 안높아지니까) 등등의 느낌이 나게 되는것이죠.
이거 한번 신경쓰이기 시작하면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1년중 같은 시간에 같은 속도로 200일 넘게 왔다갔다하는 길에서. 차는 똑같은데 엔진오일 바꿨다고 차가 더 가볍게 느껴질수도, 더 무겁게 느껴질수도 있지요.
 

 

5. 그외의 다양한 요소들

물론 위에 적지 않는 많은 요소들도 작용합니다.
온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엔진오일의 점도는 달라질 것이며, 똑같은 자동차라도, 각 부품들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고유진동주파수가 달라질수도 있을거고, 똑같은 자동차라도, 얼마만큼 엔진을 많이 썼는지에 따라 각종 찌꺼기가 끼어 있을수도 있고.
엔진 회전수가 낮을때는 승차감이 좋다가,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기분이 나빠질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특정 구간에서만 기분이 나빠질수도 있고.
거기에 똑같은 진동/소음/변속타이밍이라고 할지다로 사람마다 좋아하는 느낌이 다를수도 있고요.
 


6. 결론


그래서. 위의 모든 조건이 적용된 상태에서의 진동/소음/변속타이밍/엔진회전수 등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운전자에게 좋은 느낌을 줄수도, 나쁜 느낌을 줄수도 있습니다.

엔진오일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은. 바로 이 복합적인 조합에 의한 결과가, 자신이 가장 기분좋다고 느끼게 만드는 엔진오일을 찾고자 하는겁니다.
그게 저렴한 오일이 될수도, 비싼 오일이 될수도 있는거고요.

그러니까. 엔진오일 따위. 신경끄고 그냥 순정오일로 매뉴얼에 나와있는 교체주기에 맞춰서 교체해줍시다.
한번 빠져들면 인생엔진오일 찾기 전까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수도 있고, 돈은 돈대로 깨집니다.


외전
엑슨모빌. 세계 1위의 엔진오일 회사죠. 이 회사가 저 밸런스를 기가막히게 만듭니다. 불호가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다들 만족하는 밸런스를 자랑 합니다.
에스오일. 엑슨모빌하고 느낌이 비슷합니다. 기름에 진심인 러시아 형님들도 인정한 오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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