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서 손가락 DDR 설명하다 변태됨

뽄야 작성일 15.05.13 00:06:18
댓글 21조회 12,437추천 16

안녕하세요 짱공 형님아우님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3학년 2반 짱공 유저에요

 

연애 결혼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소개팅이 들어오네요

 

룰라 랄라 하며 멋지게 빼입고 나갔어요

 

와우 긴생머리에 하얀 피부가 인상적인 청순미녀가 나왔어요, 올레!

 

하느님과 그녈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짧게 감사기도 드리고 그녀와 화기애애 인사를 나눴어요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느낌이 좋아요.

 

이름, 사는 곳 물어보고 자연스레 취미도 물어보네요

 

“ㅇㅇ씨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그냥 음악감상과 독서라고 말하려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요즘 스텝매니아라는 겜을 하는데 참 재미있어서 저녁에 집에 오면 30분 이상씩은 꼭 하거든요.

 

이게 뭔 겜이냐면 일본 애니송에 맞춰서 화살표들이 올라오는데 그걸 방향키로 제때 입력하는 겜이에요.

 

다들 왕년에 펌프나 DDR 해보셨잖아요

 

야이야이야~암요리를버터플라이~ 하는 버터플라이 노래가 참 좋았는데 기억하시려나?

 

쉽게 말해 손가락 DDR이에요.

 

처음엔 잘 못했는데 이제는 어려움 난이도도 A+이상 나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 제가 잘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막 그랬어요.

 

“아, 요즘은 손가락 DDR이라고 있는데 그거 하고 있어요.”

 

“네?”

 

그녀 표정이 이상한게 잘 못 알아 들은 것 같아 친절하게 설명해줬어요.

 

“아 그게요, 이렇게 손가락으로 (피아노건반 치는 흉내를 내며) 음악에 맞춰 치는 건데요. 처음엔 좀 낯선데 익숙해지면 되게 재밌어요, ㅎㅎ”

 

“네? 아, 네....”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라 더 자세히 설명해줬어요.

 

“옛날엔 미국(노래)꺼가 유행이었잖아요. 근데 요즘 인터넷에 일본꺼 밖에 없어서 좀 그렇긴해요.”

 

“아 일본거...”

 

“네, 옛날엔 많이들 했는데, 저희 땐 반에서 잘 하는 애 있으면 학교 끝나면 다같이 몰려가서 막 구경하고 그랬거든요.

 

“남자들끼린 구경도 해요?”

 

“네, 잘하면 신기하니깐 구경하죠, 잘 하는 요령 같은 것도 몇 번 물어보고. 옛날엔 온동네 애들 다 그것만 하고 그랬는데 ㅇㅇ씨도 한 두 번 해보시지 않으셨어요?”

 

“아, 그게 전... 글쎄요.”

 

“아, 안해보셨구나. 아, 하긴 저도 발로 하는 건 몇 번 안해봤어여, 그거 하기엔 체력이 좀...”

 

“발로요? 아, 그거... 네...”

 

“솔직히 발로 하는 건 공간도 너무 많이 차지하고 또 하다보면 땀도 많이나고 하니깐 어느새 손으로 하는 것만 하게 되더라고요.”

 

그 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줬어요.

 

처음엔 힘들지만 연습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든지, 음악에 맞춰서 딴, 딴, 딴! 하고 정확하게 치면 나도 모르게 막 흥분된다든지, 한판만 더, 한판만 더,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던지 하는 것들요.

 

제가 말을 좀 많이 한 건 스스로도 알겠던데 그건 사실 그녀가 갈수록 말이 없어져서 제가 어떻게든 분위기좀 살리려고 그런게 좀 있긴 했어요.

 

정성이 통한걸까요? 그녀가 마침내 풋하고 웃어요.

 

“되게 좋아하시나봐요.”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났어요.

 

“언제 시간 내서 제가 하는 거 보여드릴까요?”

 

자연스럽게 애프터 유도한 건데 너무 진도가 빨랐던 걸까요? 그녀 얼굴이 홍시처럼 빨개졌어요.

 

“아뇨아뇨, 괜찮아요, 아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사실 바로 약속이 있어서 바로 가봐야 되는데...”

 

“아, 괜찮아요, 전 신경 안쓰셔도 되요, ㅎ"

 

만난 지 30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바로 약속이 있다는 그녀의 말에 조금 서운했지만 난 매너남이니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배웅했어요.

 

생각보다 집에 일찍 들어오니깐 또 심심해서 손가락 DDR을 했어요

 

음악에 맞춰 딴, 딴, 딴! 하고 퍼펙트 뜨니깐 막 희열이 느껴져요.

 

근데 주선해준 친구에게 전화가 오네요

 

[올 왠일?]

 

[소개팅 어땠냐?]

 

[어, 난 괜찮던데 개 약속있다고 바로 가더라, 생각해보니 나 맘엔 안 든다는 표시인듯ㅜ]

 

[미친 새끼, 너 같으면 좋다고 하겠냐? ]

 

[왜?]

 

[야 걔 내 여친 친군데 걔가 내 여친한데 다 불었어.]

 

[뭘?]

 

[미친넘아, 너 같으면 소개팅 나온 얘가 ‘전 취미가 딸.딸.이 치는 거에요~ 하면 기분 좋겠냐?]

 

[미친 뭔 헛소리....아!..............]

 

‘요즘은 손가락 DDR이라고 있는데 그거 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없이 뱉었던 내 말을 떠올리며...

 

‘아, 일본거...’

 

‘남자들끼린 구경도 해요?’

 

‘전...글쎄요...’

 

‘되게 좋아하시나봐요’

 

그녀의 복잡했던 표정을 이해하며...

 

[야, 근데 너 발로도 친다며?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잔뜩 흥분한 친구의 질문을 수화기 너머로 들으며 난, 정신을 잃었다.

 

 

 

 

 

 

재밌다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깐 되게 재미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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