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권유를 받은 김대리 -3-

노력매니앙 작성일 16.09.28 1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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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_ 님의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내 자리로 가자 PC가 없었다.
 
PC가 왜 없지????
 
순간 둔기에 머리에 맞은 것처럼 충격에 빠졌다.
 
마우스가 올려져 있던 자리엔 6년간의 만근을 말해주듯 지저분하게 번들거렸다.
일 억 번의 클릭,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백스페이스키, 졸린눈을 비벼가며 노려봤던 모니터까지
온데간데 없었다.

 낯선 이름의 일면식도 없던 거래처 담당자와의 전투들도 아무 것이 아닌 게 되어린걸까.

'대리 동생들이...?'

문을 열며 들어오던 신입 여직원이 놀란듯 탕비실로 들어갔다.
 
"이리와봐..."

탕비실로 도망가던 막내 여직원이 눈알을 굴리면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PC 누가 치운지 알아?"

나의 질문에 쭈뼛쭈볏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옆 자재관리 부서에서 PC를 어제 7시쯤 가져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아...
혼자 빈책상에 앉아서 시간이 흘러 부서사람들이 출근을 하기 시작했고
나를 힐끔힐끔 한 번시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는 행동들이 보였다.

10시.
대표실로 찾아가 1:1 상담을 신청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내가 불만어린 얼굴로 앉아있자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김대리. 자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네. 우리회사에서 자내만큼 희생해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에 잇겠나."

그걸 아는 사람이 나를 자를려고 했습니까? 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애써 참으며 어째서 제가 나가야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자네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네. 다만..."

다만이라고 말하면 뜸을 들이는 대표의 행동에 열불이 터질거 같았다.

"회사라는 것이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니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다듬어 주며 여러개의 톱니바퀴가 일정하게 돌아가야하네."

은유적으로 돌려말하는 대표의 말에 참고 참았던 성질이 튀어나왔다.

"누구입니까? 옆부서 X팀장입니까? 아니면 저희 부서 팀장? 알려주세요. 해결하겠습니다."

저돌적으로 화를 내는 나의 모습에 대표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김대리. 한달 동안 이직 준비하게. 한달 후에 세 달치 월급이랑 퇴직금 합산해서 줄테니. 수고했네."

대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축객령을 내렸고 나는 이를 악물며 대표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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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나요??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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