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권유를 받은 김대리 -4-

노력매니앙 작성일 16.09.28 14: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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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로 돌아와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 동안 화를 식히는 것에 집중했다.

담배가 땡긴다.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 줄담배를 피우면서 도대체 이 지경까지 된 이유를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부서와의 마찰? 후배 개념교육?
모두 회사를 위해서 나섰던 일이었다.

근데 돌아오는 건 퇴사 하라는 통보였다.

이리 짤릴줄 알았으면 뭐하러 이 한 몸 불태워서 회사를 키운건가.

헛웃음이 나왔고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


자재관리 하는 사원에게 가서 PC 좀 되돌려달라고 했다.
어차피 한달 후에 퇴사이니 이직 준비하라고 대표랑 이야기가 끝났다고 하자
곤란해하던 자재관리 사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내 PC를 다시 설치해줬다.


부서에서 철저하게 왕따가 되었다.
내 밑에 있는 대리와 막내여사원은 이제 인사조차 안한다.

시벌것들...

팀장은 그나마 미안한지 쉬러 나가자면서 담배와 커피를 사주려 했지만 거절했다.
거지같은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루 이틀... 일주일...
업무회의, 점심, 회식 모두 제외대상이었다.

괴로웠다.
전화기도 이미 없어 대신 받을 수도 없었다.

이력서만 이미 100개 이상 지원했다.
맨날 취업사이트를 들어가니 더 이상 넣을 회사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공백으로 밑에 대리 2명이 고생하는게 보였지만
문제 없이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 하나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솔직한 마음으로 나의 공백으로 쩔쩔매는 모습을 기대했다.
회사가 망하지는 않더라도 큰 타격을 입을거라는 나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었다.

 

보름 후.
10시에 출근해서 담배하나 느긋하게 피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았고 나는 그나마 팀장에게 예의상 고개를 숙여주는 것으로 자리에 않았다.

중소기업에서 면접 제의를 하는 회사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모든 걸 포기하니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그제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서 그리 뛰어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커피믹스를 마시며 취업사이트를 검색하고 새로 올라온 기업들을 확인하며 이력서를 투척했다.

그러는 사이 대리가 갑자기 팀장한테 헐레벌떡 뛰어가며 급한 듯이 무언가를 말하자
팀장이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발주가 잘못 들어갔다고!!!"

평소 얌전하기로 소문만 팀장이 저리 소리칠 정도면 정말 큰일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나랑은 이제 관련이 없는 일이다.

왠지 쌤통이라는 생각에 커피믹스가 더 달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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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 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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