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미연시와 오타쿠의 언어적 정의와 분류에 대해서...

J-너스 작성일 06.01.25 18: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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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태나쁨


아니 뭐 대단한 거 쓰려는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원래의 어원이 만들어진 일본에서의 분류에 대해서 써 볼려구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와서 단어 뜻이 너무나도 많이 변형이 됐기 때문에..
밑에 논쟁글들을 봐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계시는 듯 해서 그냥 생각난 김에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뭐.. 현재 집이 아닌 관계로(PC방에서 이런거 쓰고 있을려니 좀 뻘쭘 하네요..)

일단 미연시 부터 가죠.

미연시.. 풀어쓰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 됩니다. 저 밑에 마황님이신가..? 그분이 쓰신데로, 미연시는 기본적으로 "이성과의 연애"를 기본으로 합니다.

미연시라는 장르를 확고하게 만든 작품인 '도키메키 메모리얼(초기 국내에선 두근두근 메모리얼이라고 번역하신 분이 계신데.. 이건 오역이었죠.. 설레이는 추억.. 정도가 맞는데.. 뭐 이건 넘어가기로 하고...)'의 경우 학창시절에 동급생이나 선, 후배간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이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는, 주인공, 즉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를 여러 메뉴를 통해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주인공의 성장은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는 미소녀와의 연애가 주가 된다는 것이죠.

사실 국내에서 미연시라고 불리우는 게임들 중, 실제로 시뮬레이션 장르를 가진 게임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세부 분류가 다르지요.
그럼에도 "미연시=야한 게임"이 된 것은... 제 기억이 맞다면 대 히트 게임 '피아 캐럿에 어서오세요"때문인 것으로 압니다.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의 능력치를 아르바이트를 통해 성장시키면서 같은 직장의 여성들과 연애를 즐긴다는 전형적인 미연시(사전적 의미로요..)인데, 문제는 이 게임은 진짜로 성인용 게임이었다는 것이죠.
연애행각의 끝에는 성적묘사가 나오게 된 것이죠.
이 작품 덕분에 '미연시=야하다'라는 등식이 성립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 이런 류의 게임이 소개되던 당시에.. 솔직히 가장 유명한 게임은 연애 벤쳐인 동급생 시리즈와 능욕 어드벤쳐인 작 시리즈(유작, 귀작, 취작등등), 그리고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인 도키메모와 피아캐럿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장르명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죠. 줄여도 미연시.. 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콘솔 한정이던 도키메키 메모리얼보다 당시 주종 게임머신이었던 PC용의 피아 캐럿에 어서오세요(물론 콘솔로도 나왔습니다만, 콘솔용엔 야한장면 없다고 PC판 구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쿨럭!)가 지명도는 더 높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한 게임=미연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뒤로는 솔직히 아예 국내에선 "미연시=야한게임"으로 굳어서 본 게임의 장르가 어드벤쳐가 됐건 RPG가 됐건 상관없이 미연시로 불리우게 된 거죠(미소녀는 나올지 몰라도 '연애'도 아니고 '시뮬레이션'도 아닌것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우는 것 자체가 황당하지만, 줄여서 '미연시'라고 쓰니가 뭐.. 시뮬인지 어드벤쳐인지 알게 뭡니까요 솔직히..).
게다가... "나 19금 성인게임 좋아해"라는 것 보다 "나 미연시 좋아해"라고 하면 말하는 쪽도 좀 덜 쪽팔리고, 듣는쪽에선 "아, 그런 게임장르가 있나보다.."하고 넘어갈 수 있으니 뭐 더 유행한 거죠... (야오이와 같은 수순을 밟은거죠 뭐.. 솔직히 야오이가 '야마나시-오치나시-이미나시'로 알려진 것도 실은 이런 말장난 농간에 의한 것일 뿐이더군요.. 일본 오타쿠들의 웹사이트 뒤지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라 저도 놀랐다는..)

뭐 결론은, '미연시는 야한 것'이란 정의는, 단어의 뜻만으로 보면 그렇게 맞는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요.. (아니 그 전에, 실질적인 미연시 장르에 속하는 게임은 거의 없기도 하구요..)



두번째로 오타쿠 이야기...
오타쿠.. 말 뜻 그대로 '오타쿠(댁, 집)'에 쳐박혀서 자기 하고싶은 것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오타쿠는 초반엔 집안에 쳐박혀서 자기 취미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에만 쓰이다가 요즘은 범위가 넓어져서 '사회적 교류보다 취미와 그에 관련된 교류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변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하나의 취미에 푹 빠져서 헤어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일본에선 오타쿠가 나쁜 뜻으로 쓰이느냐?
그것은 이런 오타쿠 계열들 중 일부 특정계층의 오타쿠들이 꽤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발단이죠.
도촬, 도청등을 취미로 삼는 오타쿠나 연애인 극렬 오타쿠중엔 진짜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습니다(납치 인질극을 벌인 연애인 오타쿠는 꽤 있다더군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애니-피규어-게임 계열 오타쿠...

속칭 일본에서 말하는 아키바계 오타쿠가 그 문제의 주범입니다. 아키바계란 말 그대로 '아키하바라(보통 일본의 용산이라고들 부르죠? 전자제품 상가는 물론이요 애니-게임-피규어 계열 상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그쪽 계열 오타쿠들이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뭐 그 바닥에선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일본인이 아니기에 그 정확한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들어보면 '스튜디오 방화사건(애니메이션 셀화 훔치러 들어갔다가 실수로 방화. 덕분에 해당 작품의 셀화가 다 타버려서 DVD가 안나온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납치 강간사건(19금 변태능욕게임 유저가 실제 게임처럼 해 보고 싶어서 벌인 범죄. 이건 몇건 보고되어 있고 실제로 사건이 벌어졌다더군요)' 등등이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실제적으로 큰 사고를 벌이는 주범의 태반이 아키바계, 즉 게임-애니메이션-피규어 계열 오타쿠들이다 보니 오타쿠의 인상이 나빠지게 된 것이죠.
실제 일본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일본 매체들을 접할 때, 다른 분야의 오타쿠들은 "그냥 좀 특이한 사람" 또는 "기인열전에나 출연하면 맞을사람" 취급을 받는데, 아키바계 오타쿠들은 "기분 나쁘다. 변태다"라는 소리를 듣죠.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기본적으로 오타쿠란 단어가 들어왔을 때, 그 오타쿠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태반이 애니-게임계열이다 보니 자연스레 안좋은 뜻으로 인식이 되어온 것이구요.
뭐 그걸 타파해 보겠다고 제 1세대 오타쿠들 중 몇명이 '오타쿠란 하나의 취미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비판을 할 수 있는 매니아의 상위계층'이라고 옹호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리 먹혀들어간 것 같진 않고...

어쨌든 이런저런 의미에서 오타쿠란 나쁜 뜻으로 쓰이고는 있습니다만,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오타쿠 전체가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선 오타쿠를 '애니-게임'계열, 즉 일본의 아키바계로만 인식을 한다는 것이 문제..).

일본에선 오타쿠 분류가 늘어나자 이전에 오타쿠라 부르던 애니-게임계 인물들을 '아키바계'로 따로 칭하지만 국내에선 이 아키바계가 오타쿠의 전부라고 생각을 하니, 그런 면에서 싸움이 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론은 '오타쿠'자체는 이제는 그렇게까지 나쁜 의미로 쓰이진 않습니다. 예전엔 아무나 보고 오타쿠라고 했다간 일본의 경우 진짜로 사생결단 낼 듯이 싸웠지만 요즘이야 농담으로 부르기도 할 만큼 격이 많이 떨어졌지요. 대신 새로운 단어인 아키바계가 생겼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아키바계(우리나라에선 뭘로 비유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인터넷 및 용산계??)오타쿠를 전체 오타쿠로 보고 있기에 문제가 된다... 라는 걸까요..? (아니 이거 원 쓰고나니 저도 뭔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으음...).

ps. 뭐 결국은 이런거죠.. 두 단어 모두 해당 단어의 일면만을 국내에서 차용해 쓰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이라구요.

ps. 뭐 사실 제가 여기서 이런소리 쓴다고 해 봤자 앞으로도 "미연시=야한 게임" "오타쿠=애니와 게임에 빠진 일빠 변태"란 뜻으로 쓰이겠지만, 원래 뜻은 사실 이런것이다... 라고 언어정의를 해 보기 위해 쓸데없이 길게 한번 써 봤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모에'라던가(아니 사실 모에는 일본에서 이미 망가져서 들어오고 있지만..) 틀린 단어들 꽤 되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이 되는것이 미연시와 오타쿠인지라 한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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