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게임업계 뒷이야기 - 09. "잡지사 에피소드&한글화 에피소드 하나씩!"

J-너스 작성일 06.03.30 2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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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태나쁨


인터넷 이제야 살렸습니다. 크흑... 엑스피든가 뭐시깽인가로 바꾸던지 해야지 원...
뭐 기다려 주시는 분들은 몇분 안계시겠지만, 그래도 갑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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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지사 뒷이야기 마지막편! "헉뜨! X됐다!!"
예전에 제가 일했던 잡지중에 '이젠게임(EZEN GAME)'이란 잡지가 있었습니다.
패미통PS2와 함께 게이머즈를 제외한 최후의 잡지로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악을 하던 책이었는데, 뭐 역시 책 안팔려서 수익 안나오는데는 장사 없는지라 폐간된 잡지지요..

이 잡지에서 폐간되지 몇달 전부터 '성인코너'를 개설했었습니다.
이 나라에 게임잡지가 생긴지도 꽤 됐고, 또 어렸을 때부터 게임 즐기다가 이젠 성인이 되신 독자분들도 많을테니, 그런 분들의 취향에 한번 맞춰보자!! 라는 취지하에(그리고 덤으로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한번 끌어보자.. 라는 얄팍한 상술도 포함) 만들었던 코너인데요..

솔직히 첫회때는 저희들로서도 신경 무지하게 많이 썼었더랬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위가 높아지면 "우리도 은팔찌 차게 될거여~"라며 고민고민 하면서 "아슬아슬한 수위는 지키면서 어떻게든 선정적인"부분과 "진짜로 성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어른스런 내용"을 합쳐볼려고 머리 굴려보던 상황이었지요.

솔직히 선정성 부분에서는 욕 먹을 각오 하고 만든 상황이었고 실제로 욕도 꽤 먹었지요.
뭐 그런 부분은 각오하고 있었으니 상관 없는데...

솔직히 저희들이 가장 우려하던 사태는 그런것이 아니었습죠. 저희들 입장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업체간 비방공격...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그 이전부터도 업체간 비방공격은 언제나 있었던 일입니다.
게임잡지 구독자란 분들의 수가 뭐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책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던 시절은 애저녁에 지나갔기 때문에 한정된 독자층을 어떻게든 끌어오기 위해선 자기네 잡지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요, 타 잡지에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어서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었으니까요...

이젠 게임은 그런 면에선 상당히 깨끗한 곳이었지요. 뭐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같은 멋지구리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었을 뿐이지만요..
(기자 3명 뿐인데 그 기자들을 인터넷 비방공격에 투입하자니 잡지 질이 떨어지고, 필자 동원하자니 안그래도 실력있는 필자는 몇 없던 시기라 역시 퀄리티 문제로 투입할 수 없었고, 알바 동원하자니 돈이.. 크흑.... 솔직히 돈이라도 넉넉했다면 이젠도 알바 동원해서 다른잡지 비방 했을겁니다 아마..)

하지만 공격은 많이 받았었습니다. 다른 잡지사들과 달리 뒷배경이 빵빵한 것이 아닌지라 제일 만만했거든요. 타 잡지사 비위 건드릴만한 짓도 좀 했었고..

그래서 예상은 했었지만, 진짜 성인코너가 생기자 마자 말 그대로 맹폭격을 당했습니다.
건드리기에 딱 좋은 소재를 알아서 챙겨주니 공격자 입장에선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한국 간행물 윤리심의위원회 등에 신고하기도 하고, 엽서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비방공격을 하는 분들도 있고 꽤 다양했습니다.

게다가 저희들도 글로 먹고산지 꽤 되다보니 어느정도 글에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진짜 우리 애독자인데 성인코너가 마음에 안들어서 글을 써주신 분과 "이 XX, 딱 알바네.."라고 느껴지는 글을 쓴 사람은 구분이 가더라구요.

그 중 타 잡지 알바로 딱 찍혀버린 분이 참 재미있는 말을 했었습니다.
"나 이젠게임 창간때부터의 애독자인데 이거 이래서 쓰겠느냐?"라며 마치 자기는 이젠게임이란 잡지를 무지무지 애타게 사랑하는 독자인데 정도를 벗어나는 꼴을 못보겠다.. 라는 식으로 글을 썼더군요. 그런데 글 내용 중 상당수가 이젠게임이란 책을 읽어봤으면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 들어있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조사해 봤더니 모 잡지 홈페이지에서 거의 서식하다시피 하며 해당 잡지의 인기 기자들과도 알고지낼 만큼 그쪽 잡지의 열광적인 독자더군요. IP주소를 들킬줄 몰랐다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 쓰면 IP주소 뻔히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글을 올렸다는것도 웃긴데다, 그래놓고 똑같은 이름과 아이디로 다른 잡지 게시판에서 잘 놀고있는 사람이 난데없이 "나 이젠게임 애독자인데.."라며 글 써봣자 설득력 있을턱이 없지요.

그런데 이양반, 너무나 그쪽 잡지를 사랑한 나머지 이젠게임의 성인코너를 욕하고 들어온 것은 이해가 가는데, 최소한 욕할 부분은 제대로 읽어보고 욕을 하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지키질 않더군요.
성인코너의 정확한 내용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니라 성인코너 자체를 두고 이야기 할 때부터 알아봤었지만(책을 제대로 봤다면 어디어디의 어떤 내용이 청소년용 상업지에 부적합하다.. 식으로 글을 써야 했는데 "애들 보는 잡지에 야한사진 어쩌구"로 일관하니 안웃기겠습니까?), 결정적인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지요.

사실 이젠게임 성인코너의 내용들, 사진이 약간 아슬아슬하다는 점을 빼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약간 야시시한 사진으로 눈길한번 끌어보자는 얄팍한 상술이었으니 뭘 더 바라겠습니까만은,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저희도 책이 나온후에야 알았지만, 성인코너 이외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메이드에 관한 이야기 부분과 판타지의 생물들에 관한 코너에 진짜로 걸리면 쇠고랑 찰만한 내용이 끼어있었던 것이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메이드상 베스트"란 음반이 있습니다. 일본의 모 18금 게임의 사운드 트랙인데, 거기 나오는 노래중에 하나가 꽤나 문제가 많은 노래입죠. 가사는 여기 쓸 수 없습니다만, 말 그대로 "일본 18금 게임식 메이드가 주인님께 봉사하는 내용"을 담고있는 노래인지라 걸리면 정말 빼도박도 못할 내용이었는데...
이 글을 쓴 친구가 그래도 양심은 남아있었는지 아니면 아는 사람만 즐기라고 한건지 가사를 일어로 적어놓은 것이죠.
아마도 당시 이젠게임을 공격하던 타 잡지 알바들이 일어를 몰랐거나, 또는 그 노래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게 아닐까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노래 처음 봣을 때 "이제 우린 죽었구나..."라며 다들 좌절에 빠진것에 비하면 아무도 태클을 안걸더군요.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기괴도감이란 제목의 판타지에 관한 글에서는 정말 도저히 손댈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추가...
사실 위의 노래야 말 그대로 노래 가사인데다 일어로 적어놨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겐 의미없는 글인지라 자체 타격이야 얼마 안되었습니다만, 여기엔 무려 사진이!!
그것도 칼라로! 무려 몇개의 촉수가 여성의 (이상 진삭제) 에 들어가 있는 사진이 들어있었던 거죠. 사진 크기가 작아서 얼핏보면 모르겠지만 잘 보면 딱 보이거든요.
이건 글과는 달리 사진이니 진짜 빼도박도 못할 증거물이었는데...

아무 문제없이 넘어가더군요.
해당 코너가 인기가 없어서 아무도 안읽은건지, 아니면 성인코너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해서 거긴 안본건진 모르겠지만 진짜로 문제될 소지의 내용은 아무도 지적을 안하는 모습을 보니.. 헐~

어쨌든 그 당시에는 정말 간이 콩알만해져서 "이거 감방에서 얼마나 썩어야 하는거야?"라며 조마조마했었던 나날이었습니다요..

ps. 이후로도 성인코너에선 최대한 문제될 만한 내용은 자진검열 해 가며(중간에 한번 진짜로 위험했던 적이 있었죠. 다행히 빨리 찾아냈기 때문에 겨우겨우 처리했었지만..) 약간은 위험수위 높은 아슬아슬한 사진과 멀쩡한 내용들을 섞은 코너로 만들었었지요.
뭐 덕분에 성인코너 욕하는 알바는 그대로인데 진짜로 성인코너 맘에 안든다는 독자분들 글은 줄어들어서 보람은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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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투리 금지법??
국내 정식발매되는 게임의 한글화 시에는 몇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사투리 쓰지 말것"이더군요.
한글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한번 제대로 하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내 정식발매 게임에서 사투리를 보신적은, 아마 콘솔게임 유저분들 중엔 거의 없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실을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게임 즐기시고, 일본 애니나 드라마등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작품들에서 사투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중 하나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투리!! 하면 딱 떠오르는 간사이벤(보통 관서 사투리라고 쓰는, 오사카-교토 등지의 사투리)은 일본작품이라면 5개에 하나꼴로는 반드시 등장을 합니다.
심지어는 배경이 전혀 일본과는 관계없는 게임에서도 사투리는 튀어나오죠(가령 SFC용 마장기신에서도 라 기아스인인 로드니 장군이 사투리를 써서 마사키가 "저 아저씨 대체 뭐야?"라며 놀라기도 하고, 사쿠라 대전 시리즈에서 중국인인 리 코우란이 역시 오사카 사투리를 쓰기도 하지요).

그런데... 당시 제 친구녀석이 번역을 은 게임이 '풍운막말전'과 '검호3'라는 게임이었습니다.
혼자 하기 힘들다고 저도 일부분 번역을 맡아서 도와주었더랬습니다만,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하는 게임이었지요.

일본 막부말의 온갖 무사들 이름은 다 튀어나오지, 지명이나 관직명은 튀어나오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녀석들인지라 사투리도 동네방네 사투리 다 튀어나오지...

특히 어떤 유곽에서 캐릭터들끼리 이야기 나눌때의 장면은 정말 번역하는 두사람을 미치게 만들더군요.

사카모토 료마를 포함해서 3명의 남자들이야 대화를 나누는데, 도쿄 표준어 쓰는 인간이 하나도 없더이다. 세명이 전부 각각 다른 사투리를 쓰는데 대화량도 장난이 아니죠. 게다가 나중에는 료마의 애인까지 끼어드는데, 이 아가씬 또 기녀(게이샤)라서 게시야어를 씁니다.
일본에선 게이샤들에게까지 사투리 비슷한(정확히는 말투겠지만... PS2게임인 전국무쌍의 일어판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등장 캐릭터인 오쿠니가 말하는 말투가 표준어완 약간 다르신걸 알 수 있습니다. 단어도 약간 틀리고.. 이게 게이샤 말투입죠..) 걸 써대니...

쉽게 말해 4개국어 동시 서라운드 방송 상태였던 것이지요.

게다가 이 게임대사 번역이란것이 눈으로 글을 보고, 귀로 말을 듣고 번역하는게 아닙니다.
순전히 글로만 번역을 해야하죠. 이 부분도 다음에 쓸 글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캐릭터 표시도 없이 대사만 덩그러니 나와있으니 누가 누구에게 이야기 하는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디서 경어를 쓰고 어디서 반말을 쓰고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투리들이 난무하는 상황을 만났다면... 지옥입죠...

게다가 문제는, 이들이 사투리를 쓰니 번역도 그에 맞게 해야하는데, 번역한 인간 둘이 모두 서울 태생인지라 국내 사투리에 약하다는 것이 문제였죠.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에 평안도 사투리까지 아는 것은 모두 다 동원을 해 봤지만 TV 드라마 등에서 보던 걸 따라한지라 정말로 악전고투였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끝을 내긴 했습니다만, 이것 말고도 사투리는 도처에 널려 있더군요.
덕분에 저희들은 주인공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더라구요(그녀석은 사투리 안쓰걸랑요).

그런데 고전끝에 번역을 다 끝내서 대본 넘겨주니 업체에서 하시는 말씀이...

"규정상 한글화 게임에선 사투리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있습니다"

..... 그런건 미리 말해줘야 할 것 아냐!!!!!!!!!!
대체 우리들이 일주일간 사투리 땜에 고생한건 뭐가 되는거냐아아아아~~ 라며 피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만, 뭐 규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있나요.. 흑...
정확한 규정 내용은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됐든 온갖 사투리가 다 나온다 해도 번역할 땐 표준어로... 이게 규정이라더군요.

사실 사투리란 것이 캐릭터의 매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요소란 점을 생각하면 이 사투리 금지규정이란 거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뭐 그렇게 해야 한다니.. 크흑....

뭐 어찌됐든 덕분에 그 사투리 다시 표준어로 바꾸느라 덤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ps. 그 뒤로, 어찌됐든 2가지 이상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일본 전국시대 쯤의.. 인명, 지명, 관직명 등이 사람 골치아프게 만드는 게임은 절대로 맡지 말자!!! 라고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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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볼까 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가 좀 길어서...
어찌됐든 다음 글에서는 한국 게임업체들의 한글화 과정에 대해서 장황하게 한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또 알고보면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지라...
그럼 다음 글에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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