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그 해석.

엔초비 작성일 12.02.21 0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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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내용에 두서가 없고 조잡하며, 이야기로서 기승전결이 정확하지 않은 꿈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청취자는 그 것을 개꿈이라고 진단합니다. 저는 가끔 사람들이 말하는 꿈의 예지적인 성격을 강하게 부정하나 사람의 무의식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강하게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어릴 적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고 하셨으나, 성장판이 닫혀도 한참 전에 닫힌 지금도 가끔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을 보면, 꿈을 단순히 대중적이고 널리 알려진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 하기엔 좀더 심오하고 복잡한 메카니즘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지금부터 상의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꿈에 관해서 입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꿈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들려 드리는 이유는 들려드리고 저 역시 비슷한 꿈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입니다. 요컨대 저는 피드백을 원합니다.

 

 

 

 

 비가 몹시도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저는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있습니다. 운전은 제 친구 a가 하고 있었고(a와의 관계는 고등학교 동창이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술자리에서 다른 친구와 섞여서 만나는 정도입니다. 개인적인 연락은 자주하는 편입니다.) ?달리고 있는 속도나 주변의 풍경을 봐서는 고속도로가 분명했습니다. 시야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쏴'하는 소리가 유리창밖으로 귀가 멍한 것 처럼 들렸고 그 소리위로 와이퍼가 규칙적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펼쳐진 시야의 전체적인 색조는 짙은 회색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흑백의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아무말도 주고 받지 않고 오로지 달리기만 했습니다. 꿈에서 조차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로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갑자기 차의 속력이 비약적으로 빨라짐을 느꼈습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빨라지는 속도를 느끼고 저는 운전중인 제 친구를 쳐다보았습니다. 친구는 혼이 빠져나간 같은 얼굴로 앞만 보고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얼굴이 얼마나 공허하고 멍한 표정이었는지, 제가 말을 걸어도 왠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말을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주시하는데 분명 고속도로인데 저 앞에 도로를 횡단하려고 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챔과 동시에 '쿵' 하고 그 사람을 들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전혀 줄지 않은 속도로 그대로. 즉 애초에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은 상태로 친 것입니다. 들이 받음과 동시에 우당탕 하고 자동차 천장위로 둔탁한 타격감이 느껴졌고 앞유리에 시뻘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시뻘겋고 걸쭉한 피가 줄줄 흘러 내리는데, 속력은 여전히 줄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전석의 친구한테 고함을 질렀습니다. 미쳤냐고, 당장 차를 세우라고. 친구는 대답은 커녕 저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와이퍼를 한단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정도 속도로 사람을 들이 받았는데도 자동차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앞유리 창에서는 끊임없이 걸죽한 피가 흘러 내리고 와이퍼는 더 빠르고 넓게 반복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밖에서는 비가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피는 씻겨 내려가도 끊임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저는 친구의 멱살을 잡고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앞으로 말씀드릴 현상, 저는 꿈에서 자주 이런 현상을 겪고는 합니다. 처음에는 저에게만 국한된 것으로 여겼는데 프로이트의 서적에서 같은 현상이 저술된 것을 우연히 읽고나서 충격에 빠졌었습니다.그 현상이 뭐인고 말씀드리자면, 친구a가 친구b로 바껴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멱살을 잡은 순간부터 그 친구는 a이면서 b였습니다. 이게 무슨 양자역학도 아니고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더 설명을 드리자면, '친구a가 b로 바꼈었구나'하고 깨달은 것은 꿈에서 깨고 나서입니다. 즉 꿈에서는 운전석에 앉은 a가 b로 바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치 처음부터 내 옆자리에는 b가 앉아있었던 것처럼. (이것에 대한 설명은 뒤에서 하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친구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b가 저를 휙 쳐다 보더니 '니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이러는 겁니다. 저는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움찔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주시하는데 이제는 피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비대신 피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머리가 하얗게 되서 축 늘어진 채로 앉아 있는데, 뒤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따라 붙었습니다. 친구는 욕설을 하며 더욱 속력을 올렸고 저는 그렇게 한참 멍하니 있다가 무슨 생각이였는지 핸들을 강제로 돌려버렸습니다. 그대로 차가 전복됬는지 머리 여기 저기 충격이 심하게 오고 화면이 빙글빙글 돌더니 꿈에서 깨었습니다.

 

 

 

 

 

 

 

 

 

 저는 위의 꿈을 군대에서 제대하고 보름도 지나지 않은 때에 꾸었습니다. 당시 꿈이라고 넘기기에 그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섬짓해서 네이버 지식in에 속는셈 치고 올려보았으나, 뭐 답변은 올리기전에도 혼자 추측했던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환경적 변화로 인한 심신의 스트레스로 불라불라~~

 지금은 비과학적이고 다소 작위적이지만, 나름대로 해석을 마친 상태 입니다. 이제 부터는 제가 나름대로 꿈을 해석한 과정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친구b는 당시를 기준으로 중학교때 이후로 만난 적이 없는 친구였습니다. 당시 연락도 안되는 상태였구요. 꿈을 꾸고나서 한참뒤에서야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b는 한번도 같은 반이 된적이 없습니다.

 그 녀석과 친구가된 계기는 당시 국어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국어 선생님은 미모의 여선생님으로, 다른 선생님이였으면 헛소리라고 혼날, 장난스럽고 엉뚱한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신중하게 들어주셨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교과서보단 개인의 작문 결과물을 가지고 지도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런 선생님을 학생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짝사랑 하고 있었죠. 남자 중학교 였습니다. ㅠ_ㅠ 선생님은 저한테 글쓰기 재주가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저는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국어공부에만 매진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은 저를 각별하게 신경써주셨고 이따금 교무실로 불러서 '알퐁스도데의 별'이 라던지 '어린왕자'같은 책들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날에는 따로 불러서 초콜렛도 사주시고 어린 나이에 하루하루가 설레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복도에서 얼굴은 알지만 한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b가 복도에서 저를 불렀습니다.

 

 학원 폭력만화에서 처럼 '어이' 라던지 '거기 잠깐 서봐' 이런 건 아니였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하도 다른 반이었던 제 이야기를 많이하신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냥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서 불렀답니다. 저도 그렇게 심성이 꼬인 사람은 아니어서 별로 기분 나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어선생님이 너희 수업시간에 어떻게 내 이야기를 하시디'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다 친해지게 되었죠. 그렇게 친구 b랑은 중학교 시절 '어떻게 하면 국어 선생님께 잘 보일까'하는 공통된 관심사를 갖은 동료이자 선의의 라이벌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3이되고, 미모의 국어선생님은 더이상 중3의 수업에 개입하지 않으시게 되었습니다. 국어선생님은 대머리 남자 선생님으로 바뀌었죠. 그러던 어느날 대머리 국어 선생님이 사정이 있으셔서 학교를 몇일 쉬시는 날이 있었는데 그 땜빵시간에 미모의 국어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뭐랄까 그때도 뭔가 본능이였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저도 모르게 밀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심없는 척,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는 척 한거죠. 그게 선생님의 눈에 뛰어서 실망을 하셨는 지, 그 수업시간에 앞으로 불려나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뒤로 복도에서 선생님을 봐도 본체 만체 인사도 대충하고 지나쳤습니다. 삐진거죠. 그러다가 선생님의 결혼 소식을 접했고 저는 더욱더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뭐 딱히 선생님과의 결혼을 꿈꾼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이 결혼할때 여고생의 마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저는 같은 학교의 고등학생으로 진학하였고, 국어 선생님이 짝사랑의 추억으로 넘어갈 쯤,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어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 것입니다. 선생님은 유산으로 인한 우울증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실질 적으로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대한 것은, 그 보충 수업으로 들어오신 날이 었습니다.

 

 저는 왠지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 뒤로도 선생님은 변함 없이 안부를 물어주시고 좋은책이 있으니 교무실로 오라고도 했는데 저는 어린마음에 삐딱하게 행동했습니다. 만약 내가 곁에서 힘내시라고 자주 찾아뵙고 변함 없이 대했다면, 아무리 우울증에 걸리셨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위의 꿈을 꿨을 때보다도 한참 지나고 친구b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그 녀석은 장례식까지 참석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친구b와의 관계는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제 여기서 두 인물이 꿈에한 가지 인물로 겹쳐지는 현상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에 이러한 복합적 인물이 꿈에 등장하는 사례가 몇개 있더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디테일한 내용이 다소 변질 되었을 수도 있으니 정확한 내용을 확인 하고자 하시는 분은 검색을 이용해 주세요.(책임회피)

 

 내용은 이렇습니다. 프로이트가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a라는 인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인물의 이미지가 b로 겹쳐지더랍니다. 제가 꿈에서 겪은 현상과 일치하죠. 프로이트는 전혀 상관없는 두 인물이 왜 한 이미지로 겹쳐서 등장했을까 곰곰히 생각 했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b라는 인물은 아주 오래전에 마주친 인물이였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프로이트는 a와 b가 모두 외눈이라는 사실을 깨닳게 됩니다.(외눈이 아니라 절름발이 였던가 ㅡㅡ;; 아무튼 주된 공통 점이 있었습니다.) 요점은 프로이트가 b가 외눈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그 공통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겹쳐진 인물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뭐 무의식을 설명하다가 잠깐 소개된 실화였던가 그랬는데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서 저는 프로이트의 사례를 기준으로 a와 b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공통점은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는 것 정도 밖에는 없더군요. 그리고 복합적 인물이 프로이트가 말한 사례처럼 간단하게 표면으로 들어난 공통점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 내용까지는 제가 전공자도 아니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설명을 하려고해도 할 수가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이후에 그 꿈이 생각 날때마다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전혀 실마리를 못찼다가 2년 전쯤 술자리에서 대학교 전공에 대해 후회를 하냐 안하냐 이야기를 하다가 중학교 국어선생님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친구a가 제가 당시 국어 선생님과 일방적인 로맨스를 꿈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군요. 중학교 시절 친구a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습니다. a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친해진 사이였죠. 그래서 제가 어떻게 니가 그 사실을 아느냐. 나는 당시에 너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더니. 글쎄 a와 b가 같은 반이었고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제 이야기하는 것을 같이 들었다는 군요.

 

 a와 b가 따로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도 그 술자리에서 알았습니다. 문제는 프로이트의 사례같은 경우에는 아주 오래전이지만 분명 b가 외눈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가 기억저편으로 잊어버린 것이고, 저는 a와b가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을 아예 인지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꿈을 꾸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가지 애매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지만, 저는 그 꿈을 일종의 제 중학교 시절 최책감에 대한 무의식속의 속죄 정도로 해석 했습니다.

 

 꿈에서 교통사고 피해자가 선생님이라는 일말의 암시도 없지만, 등장인물에 대한 얄팍한 추리로 넘겨 집었습니다. 운전자는 제가 아닌 친구였다는 점. 일종의 책임회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책임이 아니다. 그 역활을 꿈에서 a와b한테 넘겨 버린 것이죠. 조금은 그럴듯 한게 꿈에서 멈추라는 저의 지시에 a와b의 퓨전(?)상태인 인물이, 저한테 니가 그런 말 할 자격이 되냐고 말한점. 거기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점. 또한 스스로 핸들을 돌려 그 상태를 종결지은 꿈속의 제 행위를 봤을 때 그렇게 유추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여러분의 꿈이야기와 그에대한 스스로의 해석을 듣고싶습니다.

 

 끝으로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새삼스럽지만 중학교 시절 저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신 국어선생님의 명복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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