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복수

hyundc 작성일 15.06.27 00:49:47
댓글 20조회 17,506추천 40

1.

 

그러니까 저기,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은 밤입니다.

 

장마가 오려나 봐요. 비도 오고, 지금 시간은 새벽 열두시 삼십구 분입니다.

 

아핫, 이거 시간은 빠르군요. 벌써 자정이 넘었다니.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기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누군가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혹은,

 

누군가 같이 글을 보고 있는 듯 한 밤입니다.

 

 

 

2.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 있었지요.

 

이야기 하자면 부끄럽지만 뭐, 어려서부터 생각 했습니다.

 

크면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

 

아버지를 뛰어 넘는 건 힘드니 아버지 보다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겠다.

 

생각 했었습니다.

 

 

3.

 

이 옷이 얼마짜린지 알아?’ 라는 말을 쓰게 되는 유형의 인간은

 

흔히 말하는 졸부들 입니다.

 

흔히 부의 상태를 드러낼 수 있는 물건으로 자동차나 시계를 생각 하는데

 

의외로 입니다.

 

가져보지 못했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돈을 쥐게 되어 여지껏 살아오던 계층과

 

확연히 다른 계층으로 뛰어 올라 갈 때 가장 크게 괴리감을 느끼는 물질이 옷이거든요.

 

자동차나 시계는 우리가 평소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지요.

 

하지만 은 얼마나 비싼지 기실 알지 못합니다.

 

페라가모, 알마니, 베르사체가 명품 인줄 알고 살았는데

 

그 위 층층이 브리오니나 이시아니 따위 브랜드를 알게 되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지요.

 

정장 한 벌에 천만원이 넘고,

 

구두 한 켤레 기백만 원을 지불하고도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을 하는 계층 말입니다.

 

그래서 입으로 드러내 싶어 하지요.

 

얼마 전 영화 한편을 보다가 웃었습니다.

 

정황상 재벌 2세로 나오는 배역 대사가 너 이게 얼마짜리 옷 인줄 알아?”

 

라는 말을 하더군요.

 

웃었습니다.

 

정말 부자들, 대대손손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 계층은

 

그런 말을 하지 않거든요.

 

그런 말은 졸부 들이 씁니다.

 

 

4.

 

얼마 전까지,

 

제가 그 졸부 였을지도............

 

갑자기 사업이 잘되었지요.

 

직장인들 연봉을 쉽게 쉽게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독일제 차와

 

브리오니 정장, 아테스토니 블랙 라벨을 신은 저는

 

흔히 말하는 졸부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삶은 그렇게 돌아갑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운이 덜컥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발 앞에 떨구어 집니다.

 

, 물론, 과거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뭐.........도 닦는 중입니다.

 

 

5.

 

끼리끼리 모입니다.

 

삶이 그렇게 바뀌다 보니 어느새 저도

 

흔히 말하는 가진 자 들의 모임비슷한 만남에 끼었습니다.

 

충청도 어딘가 꽤나 비싼 펜션하나를 통째로 빌리고 (모임 회원 중 한명이 소유주 입니다)

 

뻔합니다. 가진 사람끼리 모임이란,

 

개정된 세법에 대한 정보와,

 

괜찮은 투자건 공유.

 

그 외 잡다한 바닷가 미역처럼 두둥실거리는 신변잡기들.

 

 

6.

저는 모임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반가량 일찍 도착 했습니다.

 

태안 어느 바닷가 였어요.

 

차를 세우고 가방을 들고 올라가는데 입구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분이 앉아 계십니다.

 

청바지에 허름한 옷을 입고 머리는 다 하얗게 다 세어 버린.

 

웬일인지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그 어르신 행색이 제 발길을 부릅니다.

 

어르신 여기서 뭐하세요? 하고

 

하릴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 좀 목이 말라서. 초라한 행색 어르신이 씩 웃으며 제 말을 받습니다.

 

마침 제 손엔 따지 않은 캔 커피가 들려 있었 습니다.

 

어르신 이거 커핀데 커피 드시나요? 제가 물었습니다.

 

아이구 고마워요. 초면에 이런 거 까지.

 

 

 

7.

 

저는 그 모임에 첫 참석 이었습니다.

 

저와 친하던,

 

그래서 허물없이 지내던, 동종업계 마대표 소개로 참석한 자리 였지요.

 

정신없이 여러 사람 인사를 했습니다.

 

제조업 대표, 벤쳐 대표, 뭐 나름 꽤 잘 나간다 하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누기 시작 했지요.

 

이런저런 잡담 중인데 마대표가 제 옷깃을 잡아끕니다.

 

 

강대표 이리 와바. 저 사람들은 양념이고 오늘 깍듯이 인사해야 할 사람이 한명 있어. 사실 오늘 모이는 사람들 그 분 한테 잘 보이려고 모인거야. 사실 우리야 그 분에 비하면 새발에 피도 안 되는 잔챙이지. 그 분은 우리와는 차원이 달라. 정재계는 물론이지만 주먹 세계와 관까지 쥐고 흔드시는 분이거든.

 

저는 피식 웃었습니다.

 

이봐. (대표) 나 알잖아. 난 그런 사람 일부러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어. 그냥 난 하루 놀러온 객으로 쳐. 나 아부 못 하잖아. 하고 싱겁게 웃었습니다.

 

그때 펜션 마당 저 앞으로,

제게 캔 커피를 받아 갔던 허름한 어르신이 들어옵니다.

갑자기 화들짝 모두가 놀란 듯 기립하여 그 어르신께 앞 다투어 뛰어 나가 인사를 합니다.

 

 

? 저 어르신이? 내 눈엔 그저 노숙자처럼 보였는데,

역시 저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아직 부족 한가 봅니다.

수많은 사람과 웃으며 몇 마디 환담을 한 후 어르신은 제 옆에 와서 앉습니다.

 

그래, 자네도 오늘 손님 이었나? 커피 잘 마셨네 그려.

 

8.

 

그 어르신과 인연은 그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웬일인지 그날 모임이 마칠 때 어르신은 저에게 명함을 주셨습니다.

 

 

이봐 강대표 심심할 때 전화 한통 해 같이 소주나 한잔하자구.

 

 

 

저와 만날 때 어르신은 항상 국산 중형차를 타셨습니다.

 

누가 보면 티도 나지 않는 무던한.

 

그냥 사년에 한번 새 차 타면 그것도 재미 아닌가?

 

어르신은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가끔은 다 떨어져 가는 허름한 정장,

 

가끔은 색이 다 바래진 청바지 같은걸 입고 나타 나셨던 어르신은,

 

말 그대로 제게 다른 세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술을 마실때면 항상 안주를 잔뜩 상위에 깔아 놓습니다.

 

다 먹던 말건 상관 안하고 일단 너댓가지 마구 시킵니다.

 

잘 먹어야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이차는 항상 룸싸롱인데,

 

특이하게 여자는 부르지 않습니다.

 

1차가 끝날 때쯤 어르신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

 

누군가 우리를 모시러 옵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룸싸롱 사장입니다.

 

내가 시끄럽고 번잡한건 딱 질색이라 말이지.

 

어르신은 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그렇게 둘이 룸으로 들어가면,

 

나이 꽤나 있는 마담들이 들어옵니다.

 

꽤나 깍듯하고, 어르신은 마담들을 마치 친 동생들처럼 이런저런 안부들과 걱정들을 들어 줍니다.

 

마담들은 그런데 술집 웨이터들이나 간부들은 사뭇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 달까?

 

 

언젠가 어르신 사무실 근처 골목에서 같이 차를 타고 골목을 빠져 나갔습니다.

차 앞으로 어떤 할머니가 폐지가 가득 든 리어카를 끌고 힘겹게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저희 맞은편으로 대기하고 있던 에쿠우스 차의 휀더쪽을 찌이익 긁었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죄송하다고 조아리는데 에쿠우스 차주가 차에서 내리더니 길길이 뛰며 할머니 에게 육두문자를 날립니다.

 

보다 못한 제가 내려서 한마디 하려는데 어르신이 먼저 차문을 열고 내리더군요.

 

 

거 여 보오, 할머니가 힘이 들어서 실수 할 수 있는 거 아뇨. 아무리 그래도 백주 대낮에 어르신께 무슨 욕을 그리 해대오. 폐지 주우시는 거 보면 대충 살림살이도 짐작이 갈 텐데 변상 하라고 윽박지른다고 그게 변상이 되겠소? 라고 말 하십니다.

 

그러더니 명함 한 장을 그 사람한테 건넵니다.

 

자 여기 내 명함이요. 어디든 좋으니 차 수리하고 내게 청구해요. 견적서 나오는 대로 입금해 드릴게.

 

 

다시 차로 이동 하며 제가 물어 봤습니다. 아시는 할머니냐고.

 

그런데 어르신도 그 날 처음 본 할머니라고 하시더군요.

의아한 제가 그런데 그렇게 선뜻 도와 줬냐고 말하자 저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좋은 일 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언젠가 어르신 사무실에 놀러 갔더니 그 회사 부장이 들입다 깨지고 있습니다.

 

오만 쌍욕을 남발 하시는데, 항상 저하고 있을 때는 연신 미소 띤 얼굴이어서 몰랐는데 노기띈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부장이 혼난 이유가 원주 출장을 가며 문막? 횡성? 그 쪽 톨게이트로 들어가지 않고 원주 톨게이트로 들어가서 그렇다는 군요.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원주 갈 때는 문막 톨게이트로 빠져 나가야 500원인가, 천원인가가 절약 된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자주 가던 룸싸롱 마담에게 살짝 물어 봤습니다.

 

어르신 화나신 모습 한번 뵀는데 정말 무섭더라.....라고 하니 마담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저를 쳐다봅니다.

 

강대표, 회장님 예전 모습 모르나 봐요? 라고 해서 예? 하고 반문 했습니다.

 

 

예전에 회장님 여기 오시면 웨이터가 아무도 안 들어올라 그랬어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병으로 얻어터지고, 싸대기 맞고, 그뿐인가, 여자애들은 열댓명 다 불러서 홀딱 벗겨 놓고 괴롭히지, 가끔씩 말 안 듣는 거래처 사장들 데리고 와서 룸에서 혼자 반병신 될 정도로 줘 패놓지. 예전엔 정말........아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대표 나한테 이런 얘기 들었다고 하지 마요. 어이구 주책이야. 제발 부탁이니까 못들은 걸로 해줘. 알았지?

 

 

 

이쯤 되니 어르신 정체가 너무 궁금해집니다.

 

누구 얘기 들어 보면 감방도 다녀왔다고 하고, 건달도 휘어잡고 있다고 하고, 그런데 나랑 다닐 때는 뒷방 노인네처럼 허허실실 웃으며 쓰잘데기 없는 농담으로 소일하고. 그러면서도 그렇게 큰 회사를 손도 대지 않고 움직이고.

 

마담과 그 이야기를 한날 자리가 끝날 무렵 어르신이 무언가를 내게 건넵니다.

 

오다가 주웠는데 난 별로고 너 써라. 라며 제게 툭 던져 주시더군요.

 

열어 봤더니 파텍필립입니다.

 

. 이걸 사진으로나 봤지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다니.

 

그런데 모르면 받겠는데 여러 가지 정황을 알고 나니 도저히 못 받겠더군요.

 

사실 그때, 어르신이 시계를 건네 제가 받는데 손으로 뭔가 찌릿하고, 닿지 말아야 할 곳에 손이 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건 피해야 한다고 본능이 소리치더군요.

 

그래서 정중히 거절 했습니다.

 

어르신, 저희 모친이 누누이 말씀하시길 주은물건 함부로 탐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건 제가 손목에 차고 다닐 주제도 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받기 힘드네요. 라고 정중히

 

거절 했습니다.

 

그래? 라고 얘기 하더니 저를 힐끗 쳐다보는데,

 

, 어르신 눈빛이 하고 여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러더니 다시 웃는 낯빛으로 돌아와,

 

그래, 자네 좋은 어머니 두셨네 그려. 라며 다시 시계를 거두어 가더군요.

 

 

이런 일반적 상식에서 어긋나는 경험을 어르신과 함께 하며 많이 겪었습니다.

 

어딘가 드라이브를 가다가 커피를 마시는데 경치도 좋고 장사도 잘되겠다고 하자,

그래? 나도 그렇게 느꼇네. 라더니 그 자리에서 그 건물을 사 버린 다던가.

 

, 그런 패턴입니다.

 

 

 

9.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웬지 어르신을 조금 멀리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같이 다녔는데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죠.

 

따지고 보자면,

 

저 말고 정말 수많은 사람이 어르신에게 아부하고 친하게 지내려 온갖 짓을 다하는데 이 양반은 왜 유독 나를 불러서 다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말이죠.

 

그렇게 한동안 뜸 하다가 어느 날 어르신께 밤 열한시께 전화가 왔습니다.

이미 많이 취하 셨는데 할 말 있다고 나오라 길래 나갔죠.

 

이런저런 농담을 하다가 갑자기 저한테 묻습니다.

 

자네는 왜 나에 대해서 물어 보는 게 없나? 내게 궁금 한게 없나? 라길래.

 

? , , . 뭘 여쭤 봐야 되는 것 이었습니까? 제가 계면쩍게 대답 했습니다.

 

그럼 이친구야. 일반적이라면 궁금해야 정상 아니겠는가. 이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나. 뭐하고 다니는 짓거린가 이런 거 말이야.

 

, . 거 뭐. 제가 묻기에는 송구스러운 얘기라, 원체 능력이 좋으시잖아요.

 

라고 눙쳤습니다.

 

자네는 말이야. 참 희한한 친구야. 볼수록 알 수 없단 말이지. 하고,

 

근데. 이건 내가 어르신한테 해야 할 말인데,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말이지. 자네도 대충은 들어서 알겠지만, 꽤나 거친 길을 걸어 왔다네. 학교 (감옥)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말이지.

 

, 네 대충은 들었습니다.

 

오늘 내 그 얘기를 하려 하네.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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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연재를 하다 말고 계속 다른 글을 쓰게 되네요.

 

발리 이야기도 그렇고, 인연도 그렇고

 

일단 죄송합니다.

 

그게 다 이유가 쿨럭...........어쩐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간땡이가 쪼그라들어서 글 쓰면서

 

겁이 나네요. 머리가 복잡해져요. 주위에 들킬까봐.

 

그 외 지금 현실에서 정말 머리 아픈 일도도 있고. 뭐 그러네요.

 

그래서 연연 5부는 어떻게 틀어서 써야하나 고민하다 (실제로 쓰긴 썼습니다만) 일단 킾하고 다른 글 하나 써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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