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초딩 때 겪은 흉가 이야기

얼륙말둥뎅이 작성일 16.05.04 1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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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무글에 들렀는데 여전히 무서운 곳이네요~

 

초딩 때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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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8년. IMF로 전국민이 힘들던 시절 저는 초등학교 5학년 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톰소여, 로빈슨 크루소, 허클베리핀과 15소년 표류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모험을! 이라는

꿈을 꾸던 모험심 넘치는 소년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무슨 생각이었는지 친한 친구들 5명과 대뜸

 

"떠나자!"

 

라며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마침 친구네 별장이 양평? 인근에 있다고 하여 목적지는 그 목장으로...결정!

 

지금도 부모님과 가끔 얘기하는게 참...저때의 나나 부모님이 무슨생각으로 초딩 5명을 보호자도 없이

여행을 보냈던걸까요?

 

여튼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가면서 옆에 앉아 있는 풋풋한 여대생들을 꼬셔서...아참 그땐 초딩이었지.

 

그냥 쳐잤습니다. 자다가 기사 아저씨가 "야! 너네 내려! 여기서 내려야 말한 xxx 갈 수 있어!" 라며 깨워주시길레 후다닥 내렸습니다.

 

헌데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1도 안잡힙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지. 시골 국도라 히치하이킹도 안돼지. 택시도 없지...

 

하...결국 가까운 민가나 슈퍼 등등 뭐든 전화기가 있는 곳까지 전력질주 해보자!!!

 

라며 가지고 온 롤러블레이드(이건 왜 가져왔는지 아직도 의문)를 타고 당시 유행하던 스피드왕 번개의 명대사 "파워!"를

외치며 국도를 질주하였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민가 전화를 빌려 별장 관리 아저씨께 연락드려 아저씨의 트럭을 타고 별장 도착...

 

뭐 초딩들이 술을 먹겠습니까 뭘하겠습니까.

 

빌려간 레슬매니아를 보다가 출출해져서 라면 먹자! 했는데 아차...라면이 들어있던 가방은 고이 집에 두고옴...

 

친구들에게 쳐맞쳐맞 후 관리 아저씨 집(1층, 우리는 2층)으로 내려갔는데 가족 전체가 어디 가심...

 

당황+허무+(허기에 대한)공포가 밀려오던 찰나 오던 길에 봤던 구멍가게가 떠올랐음.

 

다섯명 중 두명은 귀찮다며 잠. 세명은 걸어서 가기로함.

 

올 때는 몰랐는데 초딩의 걸음으로 가려니 한참 걸리더라구요.

 

한 20분쯤? 걸어갔을 무렵 우측에 폐가 하나가 보입니다.(여기까지 오기 참 오래걸렸네요 ㅋ)

 

모험심이 넘치고 겁이 없던 저는 보물섬을 발견한 마냥 소리를 지르며 "저거다! 우리는 저것을 위해 왔다!" 라며 친구들에게

흉가(어느새 흉가로 바뀜) 탐방을 제안합니다.(그때부터였을까요 친구들에게 제안을 하지 않게 된것이...)

 

아 저게 왜 저기 있냐고, 저 미/친놈 또 지/랄한다는 친구에게 "세상이란 본디 그런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라는 톰소여의 대사 드립을 치며 강제 흉가 입성을 합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폐가이지만 우리가 가는 순간 흉가가 될것이다! 라는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정말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면서 'ㅈ됐다'만 마음속으로 되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사간 후 아무도 찾지 않은 폐가라는 느낌보다는 인위적으로 뭔가를 했던 흔적들이 보이더라구요.

 

굿? 뭔가를 태운 흔적? 등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를 쫓아내려고 했던 흔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일단 들어왔으니 뭔가 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방마다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평범한 안방(가장 큰방)을 지나 화장실 옆에 있던 작은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 문을 건드리는 순간 뭔가 큰일이 벌어질거같다.'

 

뭔가 느낌이 쎄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안좋은 느낌은 정말 잘 맞았거든요.

 

그래도...톰소여라면 열었을거야...로빈슨은 더 무서웠을거야...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문을 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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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휑합니다. 갈 때 창문 열고 가신듯

 

"에이 뭐야..."

 

라고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 나오는데 뒤통수를 누가 건드립니다.

 

어...? 어?

 

간질간질...뭔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카락을 슬금슬금 건드립니다.

 

분명 몇방울지렸던것 같습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커텐이 바람에 날리고 있더라구요. ㅎ

 

'A 뭐야...커텐이자나.ㅋ'

 

라고 생각하는 찰나 창문 밖으로 왠 얼굴이 보입니다.

 

눈을 깜박입니다.

 

다시 보니 친구입니다.

 

눈을 깜박입니다.

 

다시 보니 없네여.

 

밖으로 나와 "별거 없네~ ㅎ 흉가 별거 아니네~" 하면서 창문에서 장난친 친구를 구타합니다.

 

처음 목적이던 라면은 까맣게 잊고 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레슬매니아를 보며 친구들과 흉가 정복기 썰을 풉니다.

 

"ㅋㅋㅋㅋㅋ 이새/끼가 나 놀라게하려고 창문에 서있었음. 근데 나 안쫌."

 

"ㅋㅋㅋㅋ 너 쫌."

 

"ㅋ 안쫌 ㅋ"

 

"쫌ㅋ 쫄아서 만세함"

 

"ㅋ안함"

 

"ㅋㅋㅋ만세함 ㅋㅋ 너님 키 개작음 장농 반도 안닿았음"

 

"? 작은 방 장농 없었음"

 

"? 나 안방 얘기한거"

 

"?"

 

장난친 친구가 있던 창문은 안방. 내가 친구를 본 창문은 작은 방.

 

"아 ㅋㅋㅋㅋ 개솔 ㄴㄴ 작은방이자나"

 

"동국이 거실에 있고 나 나가서 안방으로 감."

 

"동국님. 저 말이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꺼져"

 

라고 하며 창문을 보는데 커텐이 보입니다. 문득 보통 커텐이 방문까지 닿을 정도로 길진 않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 자자. 근데 추우니까 다같이 자자."

 

"ㅇㅇ"

 

밤이 깊어지고 다섯 소년들은 손을 꼭 붙잡고 잠에 듭니다.

 

 

 

 

주절주절 쓰다보니 시점 변환이 있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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