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꿈이야기(+안무섭)(+스압)

muga 작성일 16.07.18 05:27:40
댓글 2조회 3,009추천 7

 

148703891358363.jpg 

 

 

  안녕하세요, 눈팅족입니다.

 

 무서운이야기는 좋아하지만 악몽, 가위, 귀신과는 인연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묘한 꿈을 꾼게 잊혀지지도 않고, 잠도 안오고 해서 이야기 풀어봅니다.

 

 ---------------------------------------------------------------------------

 

 지난 늦봄, 친한 형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4박 5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부터 여행, 캠핑을 즐기기도 하거니와, 동행한 형과 죽이 잘 맞아서

 

 인터넷에 만연한 천편일률적인 여행루트, 뻔한 관광지, 맛스타그램에 가득한 음식은 피하고

 

 로컬 라이프로 평범한 일본을 즐겨보고자 발닿는대로, 버스/지하철 서는대로 놀러다니자 의기투합했었죠.

 

 

 하지만 첫 날부터 낯선 문화에 자연스럽게 행동하긴 너무 힘들었고, 관광지에만 있는 므흣한 업소를 가고싶었기에..

 

 둘째 날 까지는 남들따라 놀기로 합의하여 오사카의 도톤보리, 오사카 성, 토비타신지(최고!) 등을 돌며

 

 일본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던 무렵, 형이 제안을 합니다.

 

 

 "야, 오사카는 솔직히 관광지 아닌 곳 찾기가 더 힘들다는데 교토 어때?"

 

 "교토.. 교토도 어차피 다 관광지 아냐?"

 

 "야 그래도 지금 여기만 하겠냐..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들 비율 보니까 중국인 6 한국인 3 일본인 1이여 시방.."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가자! 어차피 숙소건 루트건 예정된게 읎어 우린 ㅋㅋㅋ ㄱㄱ"

 

 

 근처 B급 호텔의 화장실만한 방에 몸을 구겨넣고,

 

 다음날 일찍, 교토로가는 한큐선에 앉아 열심히 일본인인척 하며 창밖을 보는데..

 

 이건 진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넓디넓게 펼쳐진 논밭과 중간중간 보이는 자그마한 단독주택마을들..

 

 영화에서나 보던 교복입고 자전거타는 여학생들.. 강변에서 캐치볼을 하며 노는 초딩들을 보며

 

 와.. 여기다 여기

 

 하고 교토에 가던 도중, 중간 이상한 역에 그냥 내려버렸습니다.

 

 저희 외에는 몇 내리는 사람들도 없었고,

 

 아무리 일본인인척 해도 외국인 티가 역력했기에... 역무원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말을 걸더군요.

 

 "교토는 아직 더 가야합니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작은 마을에 불과한데 착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마을이 너무 예뻐서 둘러보려고 내렸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희 둘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에 잠시 놀라더니, 얼굴에 만발한 착한미소 공세를 보자 역무원이 경계를 풀더군요.

 

 중국인이냐고 물어보기에 칸코쿠! 칸코쿠!를 백번 연발해주니 미안하다하며 작은 마을이라 금방 둘러보실거라며

 

 팜플렛을 줍니다. (관광지도 아니라면서 동네 팜플렛은 또 있네 이양반보게ㅋㅋㅋ)

 

 

 무튼, 토요일 11시무렵의 깡촌마을은 참 좋더군요.

 

 반짝반짝하는 강물에, 모두 웃고다니는 마을 사람들.. 

 

 간간히 인사를 하며 맛난 식당을 물어보자 다들 입을모아 마을 꽤 깊숙한 곳의 국수집을 추천합니다.

 

 (우리집에서 먹고가라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디 이사람들이..)

 

 근데 생각보다 일본음식은 간이 쎄더군요.. 기대가 과했던지 조금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표정만큼은 미소만발!!)

 

 강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마을 처자들을 구경하며 힐링을 하던 중, 형이 대뜸 말합니다..

 

 "오사카 좀 다시 갔다와야겠다"

 

 "아 왜.. 그게 무슨 똥멍청이 짓이야?"

 

 "내 동네 친구들도 지금 일본여행왔대 ㅋㅋ 지금 오사카라는데 얘네가 일알못이라 내가 캐리좀 해줘야돼"

 

 "하.. 토비타신지가 어딘지 모르시나? ㅋㅋㅋㅋ"

 

 "뭐 그런것도 있고 ㅋㅋ 암튼 슬슬 가자ㅋ 아니면 먼저 교토로 갈래?"

 

 "오 그게 좋겠다. 내가 먼저 가있을께 내일 합류하자"

 

 이 형의 비매너(일본에선 비매너 짓을 하면 시선집중이 정말 심합니다.. 같이 다니기 창피한 순간이 몇 있었죠..ㅠ)에

 

 지쳐있던 저는 내심 좋아라하며 같이 역으로 갔습니다.

 

 아직 시간은 4시도 안되었고.. 배차 시간을 확인한 저는 형을 배웅하고 마을을 더 돌아볼 요량으로

 

 이번엔 역에서 아까 갔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근처 라멘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학교축제를 준비하는 동네 중고딩들과 가끔 대화도 하다보니 어느덧 9시가 넘습니다.

 

 교토행 기차를 타러 다시 역에 갔는데.. 지져쓰.. 

 

 제가 확인한건 평일 배차표.. 주말 기차는 이미 끊겨있군요..

 

 척 돌아보기에도 여관? 호텔?(풉)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기에.. 

 

 역에서 쪼그려자야하나 심각히 고민하여 무심코 불꺼진 역무실 옆의 팜플렛을 뽑아들었습니다.

 

 마을 전통, 근처 학교의 축제일정 등이 쓰여있고.. 구석 한켠의 반가운 소식!

 

 "마을 회관 보수 완료! 냉,온수 및 침구류 상비"  살았다! 이런 친절한 마을같으니!

 

 다만 위치가 아까 그 국수집 근방.. 하 완전멀엉 ㅠ

 

 그래도 일요일 아침부터 역에서 홈리스 꼴로 발견되고 싶진 않었기에.. 서둘러 발을 옮깁니다.

 

 깡촌이라 가로등도 적고, 오락시설이 없기에 간간이 불켜진 동네 집들 빼고는 정말 컴컴하더군요.(빈집도 많은 듯 합니다.)

 

 '아직 열한시도 안됐는데 마을 참 내츄럴하다.. 허허'  따위의 생각을 하며

 

 달동네 흡사한 지형을 지나던 도중..

 

 왼쪽 계단 위의 더 계단 위에서 여학생 둘이 수다를 떨고 있더군요(양아취니?..)

 

 그냥 지나치던 도중 들려오는 반가운 단어(칸코쿠!!)에 자아도취에 빠져봅니다.

 

 '훗.. 깡촌이라 벌써 젠틀한 외국인 방문객 소문이 들려오는 군'

 

 말도 걸어 봅니다.

 

 "안녕 학생들~ 동네사람들 다 자는데 너희들 뭐하는거니? ^^ "

 

 "꺅!!!" 결과는 시궁창.. 미안 미안을 연발하며 아이들을 진정시키는데 둘중 한 아이에게서 동족의 느낌이 납니다.

 

 "한국인...?" 

 

 "어? 아저씨 한국에서왔어요??" 아저씨라니 써글..

 

 아무튼 깡촌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본게 신기했던지, 마을의 정신나간 평화로움에 동화된건지

 

 야밤에 만난 시커먼 '오빠'를 두고 신나게 떠들더군요.

 

 들어보니 그 학생은 교토에 있는 예술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아버지 친구분의 댁이 교토 근교라 얹혀살고있다 합니다.

 

 그 집 딸래미는 동네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주말만 되면 이렇게 밤늦게까지 집앞에 나와 수다를 떤다는군요 (여자는 참..)

 

 

 아무튼 밤늦게 마을회관을 찾아간다는 제가 딱했는지

 

 덧니가 1004개.. 아니아니.. 

 

 천사같은 일본인 아이는 우리집에서 묵고가라며 아빠한테 허락을 받으러 다녀온다고 합니다. (나니!!??)

 

 타국깡촌에서 만난 한국인이기도 하고, 아이가 원체 예뻐서..(지영이라고 하겠습니다ㅎㅎㅎ) 헤어지기 아쉬웠던 저는

 

 덧니아버님!을 속으로 외치며 열심히 말을 이어가려고 용을 썼습니다..

 

 "아빠가 어서 들어오시래요! 대신 조용히 하셔야해요~ " 

 

 하늘이 도우신다!! 자그마한 집에 들어가 인사를 하자, 

 

 덧니 아버님은 내일 늦잠을 자도 좋으니 푹 쉬었다 가라며 방으로 쑥 들어가십니다. (응? 덧니 어머님은?..)

 

 숙면을 취하고 계신지.. 혹시 가정에 불상사가 있었는지.. 오만 의문이 들었지만 눈치없이 입밖으로 뱉진 않고 수긍했습니다.

 

 날씨도 선선하니 땀도 안흘리고, 깊은 밤에 굳이 씻어서 불편함을 안기고 싶진 않았기에

 

 얌전히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을 자려는데 이 아가씨들이 악마의 속삭임을 보냅니다..

 

 "오빠.. 좀만 놀다자여 ^^ "  

 

 뀨??! ㅇㅅㅇ

 

 아청아청한 아이들 방에 들어가보니 지영이의 포트폴리오를 펼쳐놓고 수다를 떨고있군요

 

 옆에 슬쩍 자리를 잡고, 한마디씩 던져가며 열심히 대화에 낍니다..

 

 떠들다가 슬슬 졸린지 덧니 학생은 양치를 하러 간다고 빠지고.. (눈치 굳?)

 

 어여쁜 지영이는 몇 마디 더 나누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저.. 잠옷으로 갈아입고 올게요" 하며 잠옷을 챙기는데 잠옷이 PINK 핫팬츠!!

 

 "어.. 어.. 내가 그만 나가서 잘게.." 

 

 "아니에요 저 양치도 하고 오려구요 ㅎㅎ 얘기 좀 더 하고자요~ 그림 좀 더 보고 계세요~"

 

 "구랭.."

 

 타지 생활이 외로웠던지, 지영이의 그림 중에는 음산한 그림이 많았습니다.. 살짝살짝 넘길수록

 

 인물화, 풍경화, 크로키 등.. 대체로 적막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하더군요

 

 그러던 중 문득 드는 생각!

 

 내가 돌아가서 친구들한테 이 얘기를 열심히 해봤자 다 개구라로 들리겠지?? 인증샷 인증샷...

 

 꽃다운 아가씨의 방을 찍는건 예의가 아니지만, 자고로 고증이 중요하다 하였으니

 

 지영이 포트폴리오를 옆에 보이게 들고, 익살스럽게 셀카를 찍는데...

 

 셀카속의 그림이 왜 다르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목을 조르고있는 괴한... 옆에는 피범벅의 또 다른 교복을 입은 여학생..

 

 그 때 갑자기 깨닫습니다..

 

 덧니가 양치하러 간지 10분도 넘었다는 걸..

 

 활짝 열린 방문너머 거실이 너무 어둡다는 걸.. 화장실 불이 켜져있지 않다는것도.....

 

 그 순간

 

 뚝

 

 방 불이 꺼지며, 깜짝놀래 핸드폰을 떨어뜨립니다.. ㅅㅂ...

 

 더듬더듬하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무렵.. 눈앞에 누군가가..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까뒤집어져 흰자위로 가득한 눈에 덧니 아버님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저를 내려다보는데

 

 손끝에 핸드폰이 잡힌 저는 괴성을 지르며 아버님을 밀치고 집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하아... 하아.......

 

 밖에 나왔지만 그새 더 칠흑같아진 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며 숨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합니다.

 

 "씨발 뭐야... 다 뭐냐고 이게"

 

 신종 범죄? 셀카 속의 그림은? 애들은 어디간거지? 귀신? 언제부터? 여기서 떠들던 애들은? .. 

 

 머릿속이 뒤죽박죽하고.. 손이 덜덜떨려 켜지 못하고 있던 핸드폰은

 

 못켜고 있는게 아니라 밧데리랑 커버가 벗겨져있고... 씨발!!

 

 어차피 가방, 지갑 등을 가지러가야 할 것 같고.. 귀신인지 범죄인지 갈피를 못잡은 채로 다시 그 집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밖에서 동태를 살피는데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짐은 다 거실에 있고.. 여분의 빳데리도 가방에 있으니 커버따윈 포기하고

 

 1 m만 들어가서 손을 뻗어 가방과 옷만 건지면 된다는 생각에 조금 힘을 얻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현관 센서등이 켜지고.. 거실부터 방까지 온통 피범벅이된 광경에 몸이 굳었습니다

 

 한동안 굳은 움직임에.. 센서등이 다시 꺼지자 정신이 번쩍 들어 가방을 집으려는 찰나

 

 다시 켜진 센서등에 아까 그림에 보았던 피묻은 교복의 지영이가 보인다..

 

 "기다린다고했잖아!!!!!!!!!!" 소리를 지르며 저와 현관 사이를 가로막는 지영이를 피해 

 

 거실을 가로질러 덧니 아버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구는데..

 

 쾅!! 쾅!!!

 

 하.. 귀신이 문을 두들기나? 뭐지? 역시 범죄였나? 실제상황..? 귀신이 아니야? 덧니는? 아버님은?

 

 다시 한번 머리가 하얘집니다.. 

 

 방에 나있는 창문을 통해 밖에는

 

 목이 기괴하게 돌아가있는 덧니가 열심히 눈알을 굴려 저를 쳐다보고있고..

 

 방 한구석엔 털썩 주저앉아있는 덧니 아버님이 다시한번 눈을 까뒤집으며 제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뒤의 방문이 다시한번

 

 쾅!!!!!

 

 

 

 ... 이 순간 꿈에서 깼습니다.. 

 

 어깻죽지는 타는듯이 아파오고, 팔뚝아래로는 차갑게 식어 제 팔이 아닌것 같은 감각에 벙쪘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다행이다.. 한숨을 쉬며 생각해보니

 

 지난 늦봄, 형과 일본 여행을 갔던 걸 생각해보니

 

 그 작은 마을에서 국수를 먹었던 것 까지는 제 기억이 맞습니다..

 

 달랐던 점은 중간에 그 형과 함께 제가 오사카에 돌아가 그 형 친구들과 함께 먹고마시며 놀았었다는 점이죠

 

 만약 제가 그 때, 그 형이랑 갈라져서 그 마을에 계속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그 마을, 그 집에 찾아가면 지영이와 덧니가 살고있을지

 

 혹시나 그 마을, 그 집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 이야기 풀어 봤습니다.

 

 지난 저녁 8시쯤 꾼 꿈인데, 밤새 잠이 안와 뒤척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며 쓰다보니

 

 어느덧 다섯시가 넘었네요 

 

 무섭진 않았지만 제 꿈얘기 재밌게 봐주셨길 바랍니다.

 

 힘찬 월요일 되십시오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