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문제 이벤트] 추리는 과학이다 (답공개)

쿠라라네 작성일 09.10.14 0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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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요일 요원은 하루 종일 뜨거운 햇볕이 작렬하는 와이키키 해변을 헤매고 있었다. 김성종이라는 과학자를 찾아 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김성종은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연구원으로 10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일주일 뒤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는데, 정보에 의하면 김성종을 죽이기 위해 정체불명의 킬러가 파견되었다는 것이다. 김성종과 같은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어느 외국 기업체의 소행이었다.

한참 해변을 헤매던 은요일 요원은 김성종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해변에 누워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은요일 요원이 급히 다가가는데 검은 선글라스를 낀 수영복 차림의 백인남자가 지나가다 갑자기 김성종의 몸 위로 푹 쓰러졌다. 백인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백인이 몸 위로 넘어졌으면 김성종도 놀라서 몸을 일으켰어야 하는데 움직임이 없었다. 은요일 요원이 급히 달려가 보니 모래로 온몸이 덮여 있는 김성종의 가슴 부근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는 금방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김성종이 이미 죽었음을 확인한 은요일 요원은 멀리 걸어가고 있는 범인을 쫓아 뛰어갔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본 범인이 자신을 뒤쫓고 있는 은요일 요원을 발견하고 달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범인은 해변이 끝나는 곳에 있는 어느 허름한 건물 안으로 도망갔다. 은요일 요원이 건물 안으로 뒤따라 들어가 보니 그 건물은 전체가 샤워장이었다.

이제 범인은 독안에 든 쥐였다. 하지만 샤워장 건물은 꽤 많은 칸막이가 있어 안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샤워장 마다 안에서 문을 잠글 수가 있어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안을 살필 수가 없었다.

은요일 요원은 약 30분에 걸쳐 샤워실 안을 모두 살펴보았지만 범인과 인상이 비슷한 사람은 없었다. 도망갈 구멍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곧 현지 경찰이 왔고 경찰과 함께 샤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살피던 은요일 요원은 범인과 인상이 비슷한 백인 한명을 찾아냈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은요일 요원이 그 안경을 벗긴 뒤 선글라스를 착용하게 하자 틀림없는 범인이었다. 안경을 바꿔 써서 인상이 많이 달라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백인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시력이 나빠 안경을 끼지 않으면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데 지금까지 줄곧 렌즈가 두꺼운 투명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주장했다. 자신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면 그 증거를 대라고 했다.

은요일 요원은 현지 경찰들과 함께 세면장 실내를 철저히 수색했지만 백인이 쓰고 있었던 것과 같은 선글라스를 찾을 수 없었다. 세면장 안에 공범이나 아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과 안경을 바꿔 쓴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백인은 쓰고 있던 두꺼운 안경을 쓴 채 멀리 있는 글씨를 또박또박 읽었다. 그것은 그 안경의 도수가 백인의 눈에 딱 맞는다는 의미였다. 그 안경은 분명 그 백인의 안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범인이 틀림없는 그 백인은 살인을 저지른 뒤 도망갈 때 수영복 차림이었음으로 몸에 다른 안경을 감추고 있었을 가능성도 없었다. 또, 갑자기 은요일 요원에게 쫓겨 몸을 숨기기 위해 세면장 안으로 뛰어들어 왔음으로 세면장 안에 미리 일반 안경을 준비해 두었다 바꿔 썼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만약 그렇게 바꿔 썼다면 세면장 안 어딘가에는 분명 하나의 임자 없는 선글라스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은요일 요원이 손뼉을 치며 중얼거렸다.


“아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내가 안경을 쓰지 않아 안경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이런 단순한 상황조차 알아채지 못했군! 추리는 역시 과학이야!”


[문제] 범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쓰고 있던 검은 선글라스를 어떻게 투명한 안경으로 바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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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범인이 쓰고 있던 안경은 보통 렌즈의 안경이 아니라 감광렌즈(조광렌즈, Photochromic Lens) 안경이었다. 범인이 안경을 바꿔 쓴 것이 아니라 안경의 유리가 실내에서 시간이 지나며 투명하게 변한 것이다.
 ㅇ 감광렌즈 안경은 햇볕(자외선)을 받으면 선글라스처럼 짙은 색으로 변하고 햇볕(자외선)이 사라지면 일반 안경처럼 투명하게 변한다. 감광렌즈 안에는 자외선과 반응하는 특수한 물질이 들어 있다. 많이 사용되는 것이 염화은(AgCl)과 염화구리(CuCl) 결정이다. 이온 상태로 결합한 염화은이 햇빛의 자외선과 만나면 반응이 시작된다. 염소이온(Cl-)이 전자를 내놓고 염소원자가 된다. 여기서 나온 전자는 은이온(Ag+)과 만나 은원자가 된다.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염소나 은이 이온 상태에 있으면 물에 소금이 녹아 있는 것처럼 렌즈가 투명하지만 각각 원자가 되면 용액에 불순물이 생긴 것처럼 렌즈가 어둡게 된다. 햇빛이 사라지면 염소원자는 구리이온과 반응해 다시 염소이온이 된다. 은원자도 구리이온과 반응해 다시 은이온이 된다. 그러면 렌즈가 다시 투명해지는 것이다.

 ㅇ 참고:

   - 유리 중에는 전기스위치 하나로 투명 상태에서 불투명 상태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유리도 있다.
   - 스마트 유리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유리와 유리 사이에 들어 있는 얇은 필름이다. 두 장의 필름 사이에는 미세한 액체 방울이 들어 있는데, 이 속에 전기로 배열을 조절할 수 있는 극미세 광편광 입자가 들어 있다. 이 입자들은 전기가 없으면 자유롭게 브라운 운동을 한다. 브라운 운동은 기체나 액체 중에 부유하는 미립자의 불규칙한 운동을 말하는데, 이 운동으로 빛이 흡수되거나 산란된다. 하지만 전기를 가할 경우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됨으로써 빛이 통과할 수 있는 투명한 상태로 전환된다. 스마트 유리는 머지않아 대부분의 창문과 자동차 유리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국정원추리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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