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번개 치던날

닉네임변경함 작성일 13.08.22 09:38:05
댓글 4조회 3,579추천 3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번개가 시끄럽다.


'똑똑' 하고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방문을 향해 말했다. "무슨 용건이야. 나 지금 바빠."



문 건너편에서 여동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밥먹으래..."



나는 언제나처럼 건성으로 "알았어" 하고 대답한다.



사실 여동생한테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



가족하고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은지도 벌써 2년 가까이 지났다.



그도 그럴것이 같이 말하면 말하는 내가 답답하고 어차피 싸움만 할테니 이제는 내가 먼저 "몰라요" 하고 대화를 피해버린다.



학교에서도 진심으로 사귀는 친구들도 없거니와 딱히 좋아하는 이성도 없다.



특별히 친하다거나 사이가 아주 나쁘다거나 하는 녀석도 없어서 별다른 문제도 없다.



문제를 일으키면 귀찮아질 뿐이니 특별히 무엇하나 관여하지 않는다.



저 착해빠진 여동생은 내가 아무리 차갑게 대해도 내 앞에선 항상 실실 웃으며 말한다.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는데도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혼자 맞장구친다.



불쌍하다는 마음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이제는 누구하고도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게 설령 가족일지라도...



집에 돌아오면 어두컴컴한 내 방에서 그냥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게임만 한다.



방문앞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나마 가족으로서 느끼는 애정이 남아있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여동생이다.



착하고 순해터져서 내가 시킨일은 미련하다 싶을만큼 열심히한다.



이만하면 이제 나한테 달라붙지 않을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자꾸 나한테 다가오는 건지.



나는 범죄자다. 사회에서 보는 내 입장은 쓰레기.



내 앞에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모욕한 놈들을 두 번 다시 그딴짓을 못하게 때려눕혔을 뿐인데.



그놈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도 누구하나 내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



내가 구해줬던 녀석들은 무슨 괴물보듯이 나를 피했고 심지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잘못한게 없음에도 그저 열심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2년전 번개가 치던날 시끄러운 번개 소리에 잠이깨어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오다 우연히 듣게된 대화는 나에게 증오심만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어쩌자고 저런 녀석을 낳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뱃속에 있을 때 지워버리자고 했잖아!"



"쉿, 조용해요. 애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애도 알건 알아야지. 듣던가 말던가 알아서 하라그래!"



그나마 지금까지 아무말도 않고 내 편을 들어주었던 건 여동생뿐이었다.



사랑스러운 내 여동생... 저런 더러운 녀석들과 같이 지내야 한다는게 그렇지만



걱정마. 곧 내가 떼어내줄게.



영원히... 영원히... 절대로 떨어지지말고 내 곁에서 사는거야...



오늘은 번개가 치는 날... 저 녀석들 대체 왜 저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거야.
닉네임변경함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