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한밤의 신음소리

닉네임변경함 작성일 13.10.04 23: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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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걸 포기하고, 모든걸 훈련소를 수용하는 마음으로 난 이제 죽었구나... 라고 생각했던 2주차의 초기였습니다...

힘겨운 하루 훈련을 마치고, 내무실에서 동기들과 살을 맞대며, 집에서 자식걱정에 한숨지으실 어머니 생각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잠을 청했지요...

집에 있을 땐, 그렇게도 못된 아들이였는데... 확실히 군대가 사람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나 봅니다... 잠을 청했지만, 어머니 생각... 아버지 생각... 동생 생각...에 그날따라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었는데도, 몸은 천근만근 이불속 깊숙한 곳으로 누군가가 잡아당기듯 무거워지는데, 정작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지더군요... 순간 속으로 퍼뜩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아! 이상태가 조금만 더 지나면, 가위 눌릴지도 모른다... 몸을 움직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덜컥... 가위에 눌려버렸습니다...

'.....'

허무하더군요... 그렇게 잠도 못들고, 가위에 눌린채로 눈알을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동기들이 쌔끈쌔끈 숨쉬는 소리가 들리고, 그날따라 보이는 내무실 천정구석은 왜그렇게도 어두운지... 무엇인가 숨어서, 마치 나를 지켜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가위에 눌려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청각이 더욱 예민해 지는걸... 다른 행동을 취할수 없기때문에 몸의 모든감각이 본능적으로 외부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청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죠...

'저벅저벅... 철그럭... 철그럭...'

불침번 서는 동기의 발자국 소리가 복도에서 들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위에 눌려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헉... 헉... 윽!! 헉... 헉... 윽!!'

섬뜩하더군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야심한밤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고통에 찬 신음소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죠... 고개조차 돌릴수가 없는 상태에서, 그 신음소리는 점점 커지는듯 했습니다... 마치 힘겹게 힘겹게 기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

'이대로 있다가는 그 무엇인가에게 당한다...'라는 생각에 온몸에 힘을 손가락 끝에 집중해서,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윽고, 손가락이 꿈틀거리고... 몸이 움직이게 되는순간, 몸을 새우처럼 말아 모포를 덮어서 썼습니다...

모포 아랫쪽에서 그 무엇인가가 내발을 잡아 끌어당길것 같은 느낌 때문이였지요...

그렇게 공포에 떨 때, 옆의 '으이씨 아저씨~' 코고는 소리가 반갑게 들렸던적은 처음이였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밤의 낯선 신음소리덕분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죠...

그렇게 힘겹던 밤이 지나고, 다음날이였습니다...

가뜩이나, 다크써클이 진해, 눈화장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었는데, 간밤에 잠을 설친후로, 다크가 더욱 짙어졌더군요...

그런 나를 보며, 동기들은 간밤에 누구와 싸웠냐며 놀려댔구... 전 간밤에 겪었던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 해줬습니다...

이전편에도 말했었지만, 동기들이 저의 번뜩이는 신기에 한두번 놀란것이 아니여서, 마치 아프리카의 부족장처럼 본다는 내용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제 이야길 듣더니, 한 동기가 말했습니다...

"저... 나... 나도 그소리 들었는데... 난 그냥 누군가 달밤에 체조하는 소리로 생각했었는데... 니 얘기를 듣고보니까... 체조하는 소리치고는 너무도 고통에 찬 소리였어..."

그러자, 다른 동기들 너도나도 그 이야기에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오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도 뭔가 어렴풋이 듣긴했는데, 난 잘못들은건줄 알았는데..."

라는 실토성 발언이 쏟아지고...

그 신음소리의 정체는 환청이 아닌 현실로 인정받기에 이르렀죠...

집단의 무서움... 이야기의 방향이 공포스럽게 몰아지자, 모두의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던 동기조차도, 그 공포의 소리에 짙눌린 느낌이였지요... 더군다나, 8월의 기온치고는 한밤엔 이상하리만치 기온이 낮은 이 훈련소는 분명 범상치 않은 느낌들을 주었습니다...

드디어 그날밤이 오고... 저와 몇몇 동기들의 경험담은 내무실에 작은 공포감을 가져다 주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기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몇몇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그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깨어있던 동기들은 낯선소리를 듣기위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흘러가고, 기다림에 지쳐가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잠에 빠져들고... 그렇게 조용하게 그날밤을 지나갔죠...

다음날 그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역시 없었고... 몇일이 지나도 그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은 점차 그날의 공포를 서서히 잊어갔지요...

그로부터 몇일 후...

마침 우리 내무반으로 불침번 순번이 돌아오던 날이였습니다... 내무반 동기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인해, 잠들다 깨는 동기들이 많아졌고, 그렇게 한밤중으로 시간이 깊어갈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

"헉... 헉... 윽!!"

"!!!!!?"

"다들 들었어??" 누군가가 나직히 외쳤습니다...

깨어있던 동기들은 모두 돌아누워 엎드린 상태로 그 소리가 실제했음을 확인해 주었지요...

그렇게 다들 서로의 눈을 공포에 질린눈으로 바라보며, 그 신음소리의 정체를 궁금해 하며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문이 열리고, 깨어있던 동기들은 순간의 긴장감에 "엇!!!"하는 놀란비명을 토해냈습니다...

다들 문이 열린 내무실 입구를 보았고... 그곳엔 불침번을 서다가 교대하기 위해 들어온 동기들이 서있었죠...

그 동기중 한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다 보며 말했습니다...

"그 소리의 정체를 파악했어... 무척이나, 안좋은 소식이야..."

다들 궁금함에 그 동기를 보챘고, 그 동기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신음소리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던 그 동기는 무서운 마음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불침번을 서고 있었답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서서히 긴장도 풀려갈 찰라...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렸다더군요... 공포에 질려 머리끝이 쭈뼛섰지만, 이내 '철커덕'하는 문닫는 소리와 함께 그 신음소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순간 이 동기는 그 소리가 들려왔던 곳으로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네요...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미약하게만 들렸던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 소리가 나는곳의 정체는 다름아닌 샤워실...

조교들이 사용하는 샤워실이였던것이죠...

동기가 샤워실 근처를 서성이며, 샤워실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답니다...

"헉... 헉... 윽!! 헉... 헉... 윽!! 헉... 헉... 윽!!"

반복적으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그 사이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

"야... 그것밖에 못해?? 니가 너무 무르게 하니까, 애들이 제대로 못하는거 아냐. 악마가 되란말이야 악마가..."

"헉... 헉... 윽!! 헉... 헉... 윽!!"

동기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랬던거죠...

그 소리는 쫄병 조교가 기합을 받는 소리였답니다...

여러 고참들이 기합을 주다가, 샤워실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열게되면, 순간적으로 그소리가 밖으로 세어나가 들리게 되고, 제가 들었던 그날따라,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그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던 거죠...

그러한 사실을 이전에 불침번을 섰던 내무반들은 알았지만, 저희 내무반은 제 신기에 대한 신망이 두터워 역으로 공포감을 주게 되었던 거구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조교도 사람이고, 훈련병들과 비슷한 연령대인데, 왜 살갑게 대해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 친하게 지내고 싶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죠...

그런데, 조교중엔 유독 독종처럼 구는 조교가 있었습니다... 소리도 짜증날 정도로 지르고, 기합도 유달리 악독하게 주고... 우리는 그 조교를 독종이라고 하며, 다들 피하게 되고, 미워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역활을 하는 조교는 주로 막내들이 한다네요... 헌데 그 막내들이 무르게 하게 되면, 조교들이 훈련병에게 얕잡아 보이게 되어, 막내조교의 악이 뻗치게 만들어 놓는거죠...

그렇게 신나게 굴리고 나면, 다음날 훈련병들의 고단함은 말을 할필요가 없답니다...

아주 악이 받쳐서 훈련병들을 대하게 되니... 분위기는 더욱 공포스럽게 되구요...

사실 우리때도 '꽥꽥이'라 불리는 조교가 있었습니다. 정말 짜증나는 조교였죠...

굴리는 정도도 그렇고, 고함치는거 하며, 훈련장에선 사람으로 안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조교가 우리 의무조교였거든요... 개인적으로 보면 왜 그렇게 착한지...

전 그 조교가 이중인격인줄 알았습니다... 헌데, 나중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고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러던 생각이 훈련장에서만 상대하게 되면, 이내 바뀌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다들 내막을 알게 되었고... 그 소리가 들리던 날 밤은 더욱 깊은 한숨을 쉬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 내일 또 죽었구나...'라는 생각에...

저요??

전... 신기하게도... 그 소리만 들리면, 가위에 눌렸구, 또다른 헛것이 더욱 많이 보이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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